한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단어와 문법을 익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읽어왔고, 사랑과 약속·가족과 사회를 어떻게 표현해왔는지 이해할 때 언어는 문화와 연결된다. 한국 고전소설 ‘춘향전’이 북유럽 한국어 학습자들을 만났다.
다락원은 제96회 글로벌 춘향선발대회에서 최초의 외국인 춘향 미(美)로 선발된 리나(Angelina Gerasimenko)의 북유럽 3개국 한국 고전문학 도서 기증 활동을 후원했다.
기증은 10월 2일부터 17일까지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핀란드에서 진행됐다. 대상 기관은 탈린대학교 학술도서관과 탈린 세종학당, 라트비아 국립도서관과 라트비아대학교 도서관, 탐페레 세종학당과 파실라도서관 등 모두 6곳이다.
기증된 책은 다락원의 ‘한국어 학습문고’ 시리즈 가운데 ‘춘향전’이다. 리나는 각 기관을 직접 방문해 책을 전달하고, 탈린 세종학당과 탐페레 세종학당에서는 ‘춘향전으로 만나는 한국 고전문학과 전통문화’를 주제로 특별강의도 진행했다.
강의에서는 춘향과 이몽룡의 이야기를 비롯해 작품 속에 담긴 한국의 전통문화와 시대적 배경을 소개했다. 문학 작품을 읽는 과정에서 한국어 표현뿐 아니라, 당시의 생활문화와 가치관까지 함께 이해하도록 한 것이다.
이번 활동은 리나 자신의 한국어 학습 경험에서 출발했다. 그는 발트 지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니며 한국어를 공부하는 동안 한국문학을 활용한 학습자료를 접하기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런 경험에 비추어 해외 학습자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함께 배울 수 있는 자료를 소개하고자 도서 기증을 추진했다.
이 대목은 해외 한국어 교육에서 문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언어 학습이 일상회화나 문법에 집중될 경우 한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제한될 수 있다. 반면, 문학 작품에는 시대의 언어와 사람들의 감정, 사회적 관계와 생활방식이 함께 담겨 있어 언어와 문화를 동시에 접할 수 있다.
기증된 ‘춘향전’ 역시 원전을 그대로 제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중급 한국어 학습자의 수준에 맞게 재구성됐다. 영어 번역과 내용 이해 문제, 문화적 배경과 어휘 설명 등을 함께 담아 작품을 읽으며 한국어 표현과 전통문화를 익힐 수 있도록 했다.
‘춘향전’의 선택도 상징적이다. 해외 학습자에게는 낯선 고전일 수 있지만, 사랑과 약속, 신분과 권력, 개인의 선택이라는 이야기는 문화적 배경이 달라도 접근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한국 고전문학을 세계의 독자와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도 이 지점에서 나온다.
다락원은 해외 한국어 학습자들이 다양한 자료를 통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함께 접할 수 있도록 이번 활동을 후원했다고 밝혔다.
한국문화의 해외 확산은 한국을 얼마나 많이 알리는가만으로 깊어지지 않는다. 해외의 학습자가 스스로 읽고 이해하고 자신의 언어로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료가 있어야 관심이 지식과 이해로 이어진다.
북유럽 도서관과 세종학당에 전달된 ‘춘향전’ 한 권은 작은 기증이지만,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한국의 오래된 이야기를 직접 읽도록 하는 하나의 문화적 통로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