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암교육문화재단(이사장 진애언)이 주최하고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회장 이승복)가 주관한 ‘제22회 경암바이오유스 캠프’가 7월 27일부터 31일까지 GIST, 부산대학교, DGIST, KAIST, 중앙대학교에서 열렸다.
올해 캠프에는 전국 각지에서 고등학생 638명이 참가했다. 행사장별로 4개씩, 총 20개의 강연이 진행됐으며 국내외 생명과학 연구자들이 최신 연구 주제와 과학자의 진로를 학생들에게 소개했다.
이번 캠프의 가장 큰 특징은 고등학교 생명과학에서 접할 수 있는 개념을 실제 첨단 연구 주제와 연결했다는 점이다.
GIST에서는 후성유전학과 줄기세포, 세포 신호전달, 시스템신경과학과 AI가 다뤄졌다. 이선민 한림대학교 교수는 ‘같은 DNA, 다른 인생’을 주제로 후성유전학을 설명했고, 임경태 고려대학교 교수는 줄기세포가 폐포세포로 분화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권용훈 GIST 교수는 세포의 신호전달 연구가 질병 치료와 신약 개발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다뤘으며, 이상준 GIST 교수는 시스템신경과학과 AI를 연결해 인간의 욕구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연구를 소개했다.
이는 학생들에게 생명과학이 이미 완성된 지식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이 만들어지는 학문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부산대학교에서는 2025년 경암상 수상자인 허준렬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비롯한 연구자들이 강연에 나섰다. 허준렬 교수는 ‘N of One: 우리의 장이 뇌와 대화하는 방법’을 주제로 장과 뇌의 상호작용을 소개했다. 이현수 부산대학교 교수는 신경과학과 인공지능의 역사를 통해 두 분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짚었다.
박태은 UNIST 교수는 오가노이드가 동물실험 모델을 대체할 가능성을 질문했고, 유광선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뇌지도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신경과학 연구를 소개했다. 이처럼 하나의 생명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분자생물학과 신경과학, 공학과 AI가 함께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오늘날 생명과학의 융합적 성격을 보여준다.
DGIST에서는 신경세포와 단백질, 신경 재생 등 보다 구체적인 연구 질문이 이어졌다. 김규형 교수는 302개의 신경세포를 가진 생명체를 통해 마음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지를 질문했고, 유우경 교수는 일정한 구조를 갖지 않는 단백질의 모습을 컴퓨터로 연구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조용철 교수는 신경 재생의 원리와 응용 가능성을 다뤘으며, 김민식 교수는 연구자들이 함께 연구한다는 것의 의미를 학생들과 나눴다. 학생들에게는 ‘어떤 연구를 할 것인가’뿐 아니라, ‘연구자는 어떻게 협력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
KAIST에서는 첨단 이미징 기술과 뇌과학을 중심으로 강연이 진행됐다. 김필한 교수는 3D 생체현미경 기술을 이용해 살아 있는 생명체 내부의 세포를 관찰하는 미래 의과학 연구를 소개했고, 이승희 교수는 뇌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설명했다. 배준환 교수는 신경세포 간 연결을 지도처럼 분석하는 ‘커넥톰’을 다뤘으며, 박승열 교수는 세포라는 생명과학의 기본 단위를 다시 질문했다.
첨단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세포란 무엇인가’, ‘뇌는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는가’와 같은 기초 질문이 다시 중요해진다는 점도 이번 프로그램에서 강조되었다.
마지막 날 중앙대학교에서는 줄기세포와 암, 태아 발달, 심장 오가노이드, 방사선 연구가 소개됐다. 정연상 중앙대학교 교수는 줄기세포와 암, 진화를 연결해 ‘영원한 생명’의 가능성과 딜레마를 설명했고, 박혜령 교수는 태반이 태아 발달 과정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다뤘다.
리시연 교수는 실험실에서 제작한 ‘미니 심장’을 이용해 질병을 연구하는 방법을 소개했으며, 고근배 KAIST 교수는 방사선을 통해 생명과 물질을 분석하는 연구를 설명했다. 이는 생명과학이 의학과 공학, 물리학과 결합하며 새로운 연구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구성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각 강연 뒤에는 학생들의 적극적이고 깊이 있는 질문이 이어졌다. 과학교육에서 질문은 단순히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미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연구의 한계와 가능성을 생각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특히, 연구자가 현재 진행 중인 연구를 직접 설명하고 학생이 질문하는 방식은 교과서만으로는 경험하기 어려운 과학적 사고의 흐름을 보여준다. 캠프의 성과 역시 참가 인원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얼마나 새로운 질문을 품고 돌아갔는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캠프에서는 과거 경암바이오유스 캠프에 참가한 뒤 실제 생명과학 분야로 진출한 선배들과 만나는 자리도 마련됐다. 이 프로그램은 연구내용 못지않게 중요한 진로 교육의 역할을 한다.
고등학생에게 ‘생명과학자가 되고 싶다’라는 관심은 있어도 어떤 전공을 선택하고, 대학과 대학원에서 어떤 과정을 거치며, 실제 연구 생활은 어떤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기는 쉽지 않다. 이런 학생들에게 같은 캠프를 경험했던 선배들의 이야기는 막연한 진로 희망을 현실적인 경로로 바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는 캠프에 직접 참여하지 못한 학생과 일반 대중을 위해 8월 중 학회 공식 유튜브 채널 ‘Channel Molecules & Cells’를 통해 대부분의 강연을 공개할 예정이다.
참가 학생들의 후기도 학회 웹진을 통해 소개할 계획이다. 이 같은 온라인 공개는 과학교육의 접근성을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정 대학과 일정에 직접 참여하지 못해도 연구자들의 강연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캠프에서 만들어진 지식을 디지털 콘텐츠로 다시 확산하면 일회성 행사가 지속적인 과학교육 자료로 전환될 수 있다.
22년째 이어지고 있는 경암바이오유스 캠프의 의미는 유명 과학자의 강연을 듣는 데만 있지 않다. 학생들은 같은 DNA를 가진 세포가 왜 다른 운명을 선택하는지, 장과 뇌는 어떻게 대화하는지, 오가노이드가 동물 모델을 대체할 수 있는지, 302개의 신경세포로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지와 같은 질문을 만난다.
이 질문들은 시험 문제처럼 하나의 정답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금도 연구자들이 실험하고 논쟁하며 답을 찾아가는 문제들이다. 과학 인재를 키우는 교육은 더 여러 가지 지식을 빨리 전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자신이 배운 개념에서 새로운 질문을 발견하고, 그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학문과 기술이 필요한지를 스스로 탐색하게 해야 한다.
638명의 고등학생이 생명과학의 최전선과 만난 이번 캠프의 진정한 성과도 어쩌면 강연장에서 얻은 답보다, 강연장을 나서며 품게 된 새로운 질문에서 시작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