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즈코리아 뉴스뉴스2026. 10. 21. 오후 4:31:20

울릉도의 맛을 지키면, 섬의 생명과 기억도 함께 남는다

산나물·특산 식물·해산물 6종 국제 ‘맛의방주’ 등재 비탈밭 농업과 떼배 채취 등 울릉도만의 생태·생활문화 함께 보존

최대식 기자
울릉도의 맛을 지키면, 섬의 생명과 기억도 함께 남는다
울릉도 특산식물인 우산고로쇠

울릉도의 음식에는 섬의 자연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비탈진 밭에서 산나물을 길러온 방법, 독성이 있는 어린 순을 삶고 말려 먹는 지혜, 거센 바다에서 떼배를 타고 미역을 채취해온 삶의 방식까지 함께 들어 있다. 울릉도의 산과 바다에서 이어져 온 6개 식문화 자원이 국제슬로푸드의 ‘맛의방주’에 이름을 올렸다.

울릉군 농업기술센터가 신청한 참고비·삼나물·우산고로쇠·우산마가목·홍삼(홍해삼)·돌미역 등 6개 품목이 10월 9일 국제슬로푸드 생명다양성재단의 ‘맛의방주’에 등재됐다.

맛의방주는 사라질 위험이 있는 지역의 식재료와 음식문화, 전통지식을 발굴해 기록하고 보전하는 국제 프로젝트다.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측 자료에 따르면 이번 울릉도 6개 품목을 포함해 국내 등재 자원은 모두 137종으로 늘었다.

이번에 이름을 올린 품목은 산나물 2종, 나무 2종, 해산물 2종이다. 서로 다른 자원이지만 공통점은 울릉도의 독특한 자연환경과 주민의 생활방식 속에서 오랫동안 이용됐다는 것이다.

참고비와 삼나물은 2018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화산섬 울릉도 밭농업’을 대표하는 산나물이다. 특히, 참고비는 어린 순을 채취한 뒤 삶고 말리는 과정을 거쳐 묵나물로 이용한다. 자연에서 얻은 식물을 그대로 먹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거치며 축적된 가공법을 통해 식문화로 발전시켜온 셈이다.

삼나물은 정식 명칭이 눈개승마다. 오랜 시간 데치고 불려 먹으며 쫄깃한 식감으로 알려져 있다. 뿌리가 단단해 울릉도의 경사진 밭에서 토양 유실을 줄이기 위해 심어왔다는 점도 식물 이용과 농업환경이 연결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산고로쇠와 우산마가목은 울릉도의 옛 이름인 ‘우산국’에서 이름을 따왔다. 우산고로쇠는 울릉도에 자생하는 특산식물로 이른 봄 수액을 채취해 이용한다. 우산마가목은 가을이면 붉게 익는 열매를 술로 담그는 등 지역의 생활문화와 연결되어 있다.

바다에서는 홍삼과 돌미역이 선정됐다. 울릉도에서는 홍해삼을 ‘홍삼’이라고 불러온 기록과 지역 명칭을 반영해 이번에도 ‘울릉 홍삼’이라는 이름으로 등재됐다. 수심이 깊고 조류가 강한 해역에서 자라 육질이 단단하며, 지역에서는 생으로 먹기보다 살짝 데쳐 먹는 식문화가 전해진다.

울릉 돌미역은 자연 상태에서 자라며 한 해 두 차례 채취하는 ‘두벌미역’이라는 특징이 있다. 떼배를 이용해 미역을 채취해온 전통은 2021년 ‘울진·울릉 돌미역 떼배 채취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이번 등재에서 주목할 것은 희귀한 식재료의 목록이 하나 늘었다는 사실만은 아니다. 하나의 식재료가 지역문화유산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을 발견하고 채취하고 가공하며 먹어온 사람들의 지식이 함께 필요하다. 이것이 생물다양성과 문화다양성이 서로 떨어져 있지 않은 이유다.

울릉도의 참고비와 돌미역을 지킨다는 것은 식재료 몇 가지를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비탈밭을 이용하는 농업기술과 산나물을 저장하는 방법, 거센 바다에서 미역을 채취하는 기술과 지역의 음식 기억까지 함께 이어가는 일이다. 

맛의방주에 오른 6개 품목이 중요한 이유도 ‘무엇을 먹었는가’뿐만이 아니라, ‘울릉도 사람들이 자연과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다음 세대에 전한다는 데 있다.

최대식
최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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