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많다. 계절마다 열리고, 지역마다 이름을 달리하며 사람들을 모은다. 그러나 모든 축제가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아동·청소년을 위한 축제라면 더욱 그렇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잠깐의 환호와 소비로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자신들이 이 지역에서 환영받고 존중받는 존재라는 감각을 얻는 경험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열린 ‘S WONDERLAND’는 단순히 어린이날을 기념하는 행사에 머물지 않았다. 그것은 지역사회가 아동·청소년에게 하루의 중심 무대를 내어 주고, 즐거움과 상상력, 참여와 쉼을 함께 설계한 공공의 축제였다고 볼 수 있다.
서울 서대문구(구청장 이성헌) 구립홍은청소년문화의집(관장 장성주)이 주최하고 서대문구가 후원한 2026 서대문구 아동·청소년 축제 ‘S WONDERLAND’가 지난 5월 5일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축제는 서대문구 소속 아동·청소년 기관 8개와 함께 운영됐으며, 어린이와 청소년이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으로 마련됐다.
이번 행사에는 서대문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 가재울청소년센터, 구립청소년활동공간 홍은누리, 서대문구 우리동네키움센터 연합회, 서대문구지역아동센터 연합회, 서대문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서대문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서울특별시 제3호 종로거점형 우리동네키움센터, 홍제동청소년활동공간 꿈다락 등 여러 기관이 함께했다.
이 구성은 이번 축제가 단순한 단독 기관의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청소년 지원 주체들이 함께 힘을 모은 연합형 행사였다는 것을 보여 준다. 다시 말해 하루짜리 축제를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 평소 아이들과 만나 온 지역의 돌봄·상담·활동·진로 기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역은 함께 아이를 키운다”라는 메시지를 실제 장면으로 보여 준 것이다.
축제는 모두 다섯 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먼저 ‘S스테이지’에서는 서대문구어린이합창단, 치어리딩, 청소년 K-POP 공연, 버블쇼 등이 이어지며 현장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익스트림&판타지아’에서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21개 체험부스가 운영됐다. 또 공주와 영웅 퍼레이드로 꾸민 ‘DREAM 레이드’, 트렌디한 이벤트를 모은 ‘BIG5’, 먹거리와 휴게공간을 중심으로 한 ‘원더가든’이 함께 구성되며 축제의 밀도를 높였다.
이 다섯 가지 구성이 중요한 이유는 축제를 단지 “즐기는 행사”로만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대는 참여와 응원의 공간이 되고, 체험부스는 손으로 배우는 공간이 되며, 퍼레이드는 상상력을 현실로 꺼내 놓는 장면이 된다.
이벤트 존은 또래 감각과 놀이 문화를 반영하고, 휴게공간은 가족과 지역주민이 함께 머물 수 있는 여백을 만든다. 결국 이번 축제는 아이들에게 단지 볼거리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표현하고 체험하고 쉬고 어울리는 여러 층위의 시간을 한자리에서 경험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S스테이지’는 아동·청소년 축제가 어떤 표정을 가져야 하는지를 잘 보여 준다. 아이들은 누군가 준비해 둔 무대를 소비하는 존재에 머물지 않는다. 스스로 노래하고, 춤추고, 함께 무대를 만들며 자신이 축제의 주인공이라는 감각을 얻는다.
어린이합창단, 치어리딩, 청소년 K-POP 공연이 같은 무대 안에 놓였다는 것은 연령과 장르를 넘어서 아동·청소년의 다양한 표현 방식을 인정하고 환영하는 구성으로 읽힌다. 축제는 누가 얼마나 잘했는가를 가리는 자리가 아니라, 함께 드러나고 응원받는 자리여야 한다는 점에서 이 무대는 상징적이다.
21개 체험부스로 구성된 ‘익스트림&판타지아’ 역시 단순한 놀이 부스를 넘어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으로 기능했다. 아동·청소년에게 축제는 몸으로 기억되는 경험이다. 직접 만들고 움직이고 선택해 보는 과정이 있을 때, 아이들은 축제를 더 오래 기억한다. 그런 점에서 체험부스는 부대행사가 아니라, 축제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아이들이 수동적 관람자가 아니라, 능동적 참가자가 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DREAM 레이드’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공주·영웅 퍼레이드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아이들은 종종 자신이 되고 싶은 존재를 놀이와 상상 속에서 먼저 만난다. 퍼레이드는 바로 그 상상을 공공의 공간에서 허락하는 형식이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코스튬 이벤트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가 현실로 펼쳐지는 장면이 된다. 아이가 자라는 데 필요한 것은 언제나 효율적인 교육만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를 마음껏 꿈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기 때문이다.
‘BIG5’와 ‘원더가든’도 축제의 성격을 완성하는 요소였다. 트렌디한 이벤트를 모아둔 ‘BIG5’는 오늘의 아이들과 청소년이 무엇에 반응하고 어떤 리듬으로 즐거움을 느끼는지를 반영하는 장치였다.
먹거리와 휴게 공간으로 구성된 ‘원더가든’은 축제를 단지 빠르게 소비하고 이동하는 장소가 아니라, 가족과 지역주민이 함께 머물며 하루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좋은 축제는 늘 여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쉬는 자리 없이 자극만 많은 행사는 쉽게 피로해지지만, 머물 공간이 있는 축제는 기억으로 남는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열린 이번 축제를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 지역주민들이 신나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공공의 경험은 거창한 교훈 이전에 “행복한 기억”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기억은 훗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더 따뜻하게 기억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홍은청소년문화의집은 2011년 설립 이후 청소년의 안전하고 자율적인 활동을 지원하며, 지역사회 안에서 청소년이 건강하게 성장·발전할 수 있도록 시설과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청소년 시설이다. 이런 기관이 축제를 주최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축제는 하루짜리 행사이지만, 그 하루가 가능하여지려면 평소 아이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기관의 축적된 경험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S WONDERLAND’는 단지 하루 잘 치른 축제가 아니라, 지역사회가 아동·청소년을 위해 어떤 인프라와 관심을 쌓아 왔는지를 보여 주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아동·청소년 축제는 아이들을 잠깐 즐겁게 해 주는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사회가 아이들에게 보내는 하나의 선언이어야 한다. “너희는 이 지역의 손님이 아니라 주인공이다. 너희의 웃음과 상상력, 놀이와 쉼은 공공의 가치다.” 이번 서대문구의 축제는 바로 그 말을 다섯 가지 테마와 수많은 기관의 연합, 그리고 하루의 풍성한 장면들로 풀어낸 자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S WONDERLAND’의 성공은 인파의 많고 적음에만 있지 않다. 아이들의 하루를 얼마나 존중하고 정성스럽게 설계했는가, 그리고 지역이 그 하루를 위해 얼마나 진지하게 협력했는가에 더 초점을 맞춤 이야기이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