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도시재생지원센터는 봉명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백석대학교 앵커사업단과 함께 8월 5일부터 ‘봉명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과 대학생 축제기획단’의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백석대학교 재학생들이 참여해 축제의 기획 단계부터 실제 운영까지 전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단순한 자원봉사가 아니라, 주민과 대학생이 함께 지역의 특성을 찾아내고 이를 마을 축제 콘텐츠로 구현하는 협력형 프로젝트라는 점이 특징이다.
도시재생은 낡은 공간을 정비하는 사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이 다시 모이고, 주민이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논의하며, 청년과 대학·지역기관이 새로운 관계를 조성하는 과정까지 이어져야 비로소 지속 가능한 변화가 만들어진다.
기존 지역축제에서 대학생은 행사 진행을 돕거나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역할을 한 단계 더 확장했다. 학생들이 지역을 직접 이해하고, 축제 콘셉트를 정하고, 프로그램을 설계하며 실제 현장 운영까지 경험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대학생을 단순한 행사 인력이 아니라, 지역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기획자로 바라본다는 의미가 있다. 지역축제는 유명 공연이나 외부 프로그램을 가져오는 것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렵다. 그 지역에 어떤 이야기가 있고, 주민이 무엇을 원하며, 외부 방문객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청년의 새로운 시각과 주민의 생활 경험이 만날 때 그 지역만의 콘텐츠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지난 5일 진행된 첫 교육에서는 봉명지구 도시재생사업과 봉명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의 역할을 이해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참가 학생들은 봉명지구 도시재생 거점시설을 직접 둘러보고 협동조합 관계자들과 향후 축제 방향을 논의했다. 축제 기획 교육에서 곧바로 아이디어 회의부터 시작하지 않고 지역의 역사와 도시재생사업, 운영 주체를 먼저 이해하도록 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좋은 지역축제는 기획자의 상상만으로 만들어지기 어렵다. 실제 공간을 걷고 주민을 만나며 지역이 가진 자원과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먼저 ‘이곳은 어떤 마을인가’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향후 교육에서는 축제 기획 실무와 함께 축제 콘셉트 및 콘텐츠 발굴을 위한 퍼실리테이션이 단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참가 학생들은 이를 통해 봉명동의 지역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직접 설계한다.
퍼실리테이션 방식은 누군가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참가자들이 서로 의견을 제시하고 조정하면서 공동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도록 돕는 방식이다. 마을 축제처럼 주민과 상인, 청년, 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프로젝트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중요하다. 특정 주체가 일방적으로 축제를 설계하면 실제 주민의 필요와 동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에는 봉명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핵심 파트너로 참여한다. 도시재생사업에서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는 공공 재정 투입이 끝난 뒤 누가 지역의 공간과 프로그램을 지속해 운영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번 사업에서는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직접 지역의 시설과 공동체 사업을 운영하는 지속 가능한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학생 축제기획단이 협동조합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단순한 산학협력보다 넓은 의미가 있다.
학생은 현장을 배우고, 협동조합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청년 인력을 만나며, 대학은 교육의 범위를 캠퍼스 밖 지역사회로 확장할 수 있다. 백석대학교 앵커사업단의 참여는 대학과 지역사회의 관계를 보여준다.
지역의 대학은 교수진과 학생, 연구·교육 역량을 보유한 중요한 지역자산이다. 그러나 대학의 지식과 인재가 캠퍼스 안에만 머무르면 지역사회가 이를 활용하기 어렵다. 이번처럼 학생들이 실제 도시재생 현장에 참여하면 수업에서 배운 기획과 콘텐츠,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현실의 문제에 적용해 낼 수 있게 된다.
대학으로서도 학생들에게 교과서 밖의 학습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주민과 협의하고 예산과 공간의 제약을 고려하며 실제 행사를 실행하는 과정은 강의실에서 얻기 어려운 실전 교육이 된다.
대학생 축제기획단이 준비한 마을 축제는 오는 11월 운영될 예정이다. 하지만,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축제 당일의 관람객 숫자만이 아니다.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학생과 주민이 얼마나 지속적인 관계를 이루었는지, 주민이 지역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는지, 축제 이후에도 지역 활동이 이어질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축제는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주민과 청년을 연결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오래된 이야기를 청년의 방식으로 다시 해석하거나, 주민이 평소 느꼈던 불편한 문제에 대해 프로그램을 통해 공유하고, 새로운 공동체 활동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오형석 천안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들이 도시재생과 마을 축제의 의미를 이해하고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며, “지역의 대학과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대학의 전문성과 청년의 아이디어를 지역 현안 해결에 연결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만들어 가는 도시재생사업을 지속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초기 도시재생이 낡은 건물과 거리, 거점시설 같은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후에는 그 공간을 누가 운영하고, 어떤 활동을 만들어낼 것인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건물을 만드는 데는 몇 년이면 충분하지만, 공동체와 관계를 조성하는 데는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봉명동 대학생 축제기획단의 성과 역시 11월 축제가 얼마나 화려한가보다, 주민과 대학생이 지역을 같이 읽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경험을 남길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도시재생의 진짜 변화는 새 건물보다 새로운 관계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