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즈코리아 뉴스추천뉴스2026. 4. 1. 오전 11:31:13

한국늘사랑회·밥상공동체, 폐교 위기 놓인 에티오피아 시골 학교 찾아 급식 지원

오로미아주 흘레티 등대학교 방문 교육 지속을 위한 지원 과제 확인

이도선 기자
한국늘사랑회·밥상공동체, 폐교 위기 놓인 에티오피아 시골 학교 찾아 급식 지원
에티오피아 농촌 지역 오로미아주 흘레티 등대학교 방문

에티오피아 농촌 지역의 한 학교가 급식 중단, 교사 임금 미지급, 시설 노후화 등으로 운영 위기에 놓인 가운데, 한국 민간 단체 관계자들이 현장을 찾아 학생들에게 급식을 지원하고 교육 환경 전반을 점검했다. 

이번 방문은 단기적인 구호를 넘어, 교육이 중단될 가능성에 놓인 취약 지역 학교가 어떤 조건 속에서 버티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이 가장 시급한 지원 과제인지를 확인한 시간이었다.

한국늘사랑회 김상기 회장과 밥상공동체 허기복 대표 일행은 지난 3월 17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출발해 오로미아주에 있는 흘레티 등대학교(Hulleti Lighthouse School)를 방문했다. 

이 학교는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5학년까지 운영되는 정부 인가 정규 교육기관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지역 아동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다.

학교가 있는 지역은 도심과는 생활 조건이 크게 다른 농촌 지역이다. 마차와 삼륜 택시가 주요 이동 수단으로 쓰일 만큼 교통과 생활 기반 시설이 열악한 곳으로, 학교는 이 지역에서 수업만 하는 장소가 아니라 아이들의 일상과 생활까지 떠받치는 공간으로 기능해 왔다. 

교육의 기능과 생활의 기능이 분리되지 않은 환경에서, 이 학교는 지역 아동에게 배움의 장소이면서 동시에 최소한의 안정감을 제공하는 기반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이 학교는 운영 전반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들에게 제공되던 급식은 이미 중단됐고, 교사 16명의 임금 지급도 어려워지면서 학교 운영 자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봉사단이 준비한 음식을 담고 있는 허기복(좌) 대표와 김상기(우) 회장

 

교육기관이 수업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들이 동시에 열약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위기는 단순한 재정난이 아니라 폐교로도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문제였다.

방문단은 이날 학생 150명에게 에티오피아 전통 음식인 인제라와 음료, 사탕과 초콜릿도 나누어줬고, 놀이와 게임도 함께했다. 하루의 급식 지원이 학교의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이날 지원은 아이들이 오랜만에 충분히 식사하는 시간이 되었고, 동시에 학교의 현실을 외부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현장에서 드러난 문제는 급식 중단만이 아니었다. 학교 시설은 전반적으로 노후화돼 있었고, 우기에는 지붕에서 빗물이 새어 교실 바닥이 젖는 일이 반복되었다. 식수 공급 체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학생들은 물 이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손 씻기와 위생 관리 역시 기본적인 수준을 갖추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화장실과 주방도 보수가 필요한 상태였다. 이는 학교의 문제가 수업 운영 차원을 넘어,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 기초 생활 조건과도 직접 연결돼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교육 환경 역시 매우 열악한 수준이었다. 학생들 상당수는 낡고 해진 옷을 입고 있었고, 학습 도구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가장 갖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연필”이라고 답한 대목은 이 학교 학생들이 배움의 의지를 잃지 않고 있으면서도, 그 의지를 지탱할 최소한의 도구조차 부족한 현실을 보여 준다. 

 

봉사단이 준비한 음식을 먹고 있는 아이들

 

연필 한 자루가 희망의 상징이 되는 환경은 교육 격차가 얼마나 기초적인 수준에서부터 시작되는지를 말해 준다. 이는 단지 학교 건물만 고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며, 학습 물품과 생활 지원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

방문단은 현장에서 확인한 과제를 정리한 결과, 시급한 지원 항목으로 미지급한 교사 임금, 급식비, 지붕 보수, 화장실 및 주방 수리, 담장 정비, 우물 설치 등을 꼽았다. 이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약 5,000만 원 규모로 추산됐다. 

한 학교의 존속과 150명 아이의 학습 환경을 지키는 데 필요한 비용이라는 점에서, 이 수치는 단순한 액수가 아니라 교육 지속 가능성을 위한 최소 조건으로 읽힌다.

이 학교 사례는 교육 취약 지역에서 학교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다시 한번 말해 준다. 이 학교는 수업을 듣는 공간만이 아니라, 지역 아동의 생존과 일상, 미래를 함께 떠받치는 기반이었다. 

 

교사·3학년 학생들과 함께한 김상기 회장

 

급식이 끊기고, 교사의 임금이 밀리고, 시설이 무너지는 상황은 교육의 질 저하를 넘어 학교의 기능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 학교에 대한 접근 역시 일회성 방문이나 단발성 지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핵심은 ‘무엇을 도와줄 것인가’ 이전에 ‘어떻게 학교가 계속 문을 열 수 있게 할 것인가’이다.

교육 지원은 흔히 교실과 교재의 문제로만 좁혀서 보기 쉽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급식, 위생, 물, 교사 임금, 시설 보수 같은 요소가 모두 교육의 지속성과 연결돼 있다. 흘레티 등대학교의 상황은 바로 이런 문제를 여실히 보여 준다. 

학교가 유지되려면 교육 지원과 생활 지원, 시설 개선과 운영 안정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 이런 조건이 무너지면, 가장 먼저 중단되는 것은 수업이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일 수 있다.

김상기 회장과 허기복 대표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학교가 당면한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질 방안을 모색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방문은 도움의 출발점이자, 동시에 질문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취약 지역의 학교가 위기를 극복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어떤 지원을 해야 할 것인지, 그리고 교육이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게 하려면 어떤 협력 구조를 가동해야 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로 남게 됐다.

이도선 기자
이도선 기자
ids@newsnetp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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