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국립수목원(원장 임영석)과 한국식물분류학회(회장 김영동)는 5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DMZ 일원에 자생하는 식물다양성을 발굴하기 위한 탐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DMZ 일원의 생물다양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접경지역 산림생물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프로그램명은 ‘디엠지 네이처 챌린지(DMZ Nature Challenge)’이며, 올해는 접경지역인 강원도 양구에서 식물을 대상으로 우선 추진된다.
사람의 발길이 적게 닿았다는 사실은 때로 위험의 언어로 읽히지만, 자연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보전의 가능성으로 남기도 한다. DMZ 일원은 바로 그런 공간이다. 군사적 긴장과 접근 제한이라는 특수한 현실 속에서 오랜 시간 인간의 직접적 간섭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그 결과 한반도 생태계의 중요한 단면을 품은 장소가 되었다.
그러나 보호받지 않은 채 남겨진 보전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기록되지 않은 생물다양성은 정책이 되기 어렵고, 확인되지 않은 자원은 보전의 우선순위 안에 들어가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국립수목원과 한국식물분류학회가 DMZ 일원의 자생 식물다양성을 발굴하기 위해 공동 탐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번 시도는 접경지역 생태계의 가치를 학술적 자료와 공공적 인식 속으로 옮기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DMZ는 오랫동안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동시에 그 안은 아직 충분히 조사되지 않은 생물다양성의 보고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식물은 특정 지역 생태계의 기초 구조를 이루는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어떤 식물들이 어디에 분포하고 어떤 조건에서 살아가는지를 파악하는 일은 향후 보전 전략 수립의 출발점이 된다.
국립수목원이 올해는 식물을 중심으로 먼저 접근하고, 향후 다양한 생물 분류군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번 탐사는 하나의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DMZ 생물다양성 조사 체계를 단계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한국식물분류학회 회원과 관련 분야를 전공하는 대학 신진연구자, 학생 등이 주축이 되어 진행된다. 이는 단지 전문가 몇 명이 현장을 점검하는 수준을 넘어, 학술적 축적과 미래 연구 인력 양성을 모두 염두에 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현장 관찰과 기록을 통해 식물다양성 정보를 축적하고, 그것을 향후 보전과 활용 전략 수립에 필요한 자료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것은 생물다양성 보전이 더 이상 연구실 안의 과제가 아니라, 현장과 정책, 세대와 세대를 잇는 공공적 과제가 되어야 함을 보여 준다.
이번 프로그램이 지닌 더 큰 의미는 정부와 학술계의 협력 방식에 있다. 오늘날 생물다양성 보전은 어느 한 기관만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현장 접근 권한과 행정적 기반, 장기적 관리 체계를 가진 정부 기관과 분류학적 전문성, 해석 능력, 학문적 검증 역량을 지닌 학술단체가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실질적인 성과가 가능하다.
국립수목원과 한국식물분류학회의 이번 협력은 바로 이런 점에서 상징적이다. 보전은 선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종을 확인하고, 분포를 기록하며, 변화 양상을 추적하여, 이를 다시 정책과 교육으로 연결하는 세밀한 과정에서 비로소 현실이 된다.
DMZ 일원을 둘러싼 생물다양성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사각지대’일 것이다. 사람이 많이 다닌 곳은 개발로 훼손될 수 있지만, 사람이 거의 다니지 못한 곳은 정보가 부족하다는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탐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존재는 곧 공백이 된다.
어떤 식물이 살아가는지, 어떤 군락이 형성되어 있는지, 희귀성이나 보전 필요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면, 보전은 막연한 구호에 머물 위험이 크다.
최경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장은“이번 DMZ 일원 생물다양성 증진 프로그램은 사람의 접근이 제한되었거나 아직 충분한 탐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생물다양성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국립수목원은 시민과학자 및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DMZ 일원의 생물다양성 보전과 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탐사는 보전과 활용을 대립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국립수목원은 이번 프로그램이 접경지역 산림생물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밝혔다. 잘 기록된 자원만이 잘 보전될 수 있고, 잘 이해된 생태계만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사회와 연결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DMZ는 단지 과거의 상흔이 남은 공간이 아니라, 미래의 보전 원칙을 시험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인간의 접근이 제한된 공간이 뜻밖의 생물다양성 보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자연을 얼마나 자주 개발의 대상으로만 바라봐 왔는지를 성찰하게 한다.
동시에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조사하고, 얼마나 신중하게 해석하며, 어떤 방식으로 다음 세대에 넘겨줄 것인가 하는 질문도 함께 남긴다. DMZ 일원의 생물다양성은 단지 접경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기후위기와 생태위기의 시대에 한반도가 어떤 생태 감수성과 보전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하나의 척도이기도 하다.
DMZ의 식물을 기록하는 일은 단지 학문적 호기심을 채우는 작업이 아니라, 한반도 생태계의 미래를 위한 기초를 놓는 일이다.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의 의미는 양구에서 이틀간 식물 탐사를 한다는 사실에만 있지 않다. 오랫동안 충분히 조사되지 못했던 접경지역의 생물다양성을 정부와 학술계가 함께 체계적으로 밝히고, 그 성과를 보전과 활용의 기반으로 연결하려는 실천이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