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요 관광지에 랜드마크 호텔을 운영하는 라한호텔은 지난 16일 최상위 브랜드인 라한셀렉트 경주에서 경주시 청년감성상점과 ‘2026 청년 로컬 상품 판로 지원 및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열고, 지역 청년 창작자를 위한 판로 확대와 로컬 콘텐츠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협약식에는 현영석 라한셀렉트 경주 총지배인, 윤철용 경주시 시민복지국장, 김진용 청년감성상점 대표가 참석했다.
이번 협업은 2024년 경주시 청년감성상점에 참여하는 지역 청년 창작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후 지역 사회와 호텔 방문객들의 호응 속에 프로젝트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3년째 협업을 이어가게 됐다.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수도 있었던 시도가 장기 상생 모델로 안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역 상생은 한 번의 홍보 행사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역과 기업, 소비자 모두가 그 가치를 체감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구조가 된다. 라한호텔과 경주시 청년감성상점의 협업은 바로 그 ‘지속 가능성’의 문턱을 넘어서는 과정으로 읽힌다.
호텔의 경쟁력은 더 이상 객실 수나 시설 규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늘의 여행자는 한 도시를 방문할 때 그곳의 풍경만이 아니라, 그 지역이 어떤 감각과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를 함께 경험하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호텔 역시 단순한 숙박 공간에서 벗어나, 지역의 문화와 사람, 창작과 기억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될 필요가 있다.
라한호텔이 경주시 청년감성상점과 3년 연속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은 바로 이런 흐름을 잘 보여준다. 호텔이 지역 청년 창작자의 작품을 소개하고, 여행객은 그 도시의 정체성을 담은 굿즈를 통해 경주를 더 깊이 경험하는 구조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경주, 전주, 울산, 목포, 포항 등 국내 대표 관광 명소에 호텔을 둔 라한호텔은 ESG 경영의 일환으로 ‘로컬상생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특히, 라한셀렉트 경주는 호텔 내 라이프스타일 북스토어&카페 ‘경주산책’ 안에 청년감성상점 테마 매대를 운영하며, 매년 경주시가 발굴한 청년 작가 20여 명의 작품 100여 점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 2년간 3,000만 원 이상의 상품을 직접 구매해 청년 창작자들의 창작 활동도 장려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수치는 단순한 판매 실적 이상의 의미가 있다. 청년 창작자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종종 재능보다 판로다. 좋은 작품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을 보여줄 공간과 실제 소비자와 만날 접점이 부족하면 창작은 쉽게 지속성을 잃는다. 호텔은 바로 그 접점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미 많은 여행자가 오가는 장소이기 때문에, 지역의 창작품을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생활형 플랫폼이 될 수 있다.
라한셀렉트 경주가 청년감성상점 매대를 통해 보여 준 것은, 로컬 상생이 거창한 지원 정책이 아니라, 여행 동선 안에 로컬 창작을 자연스럽게 끼워 넣는 방식으로도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경주산책에서 판매되는 상품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 상품은 경주의 역사와 문화 자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의성과 실용성을 갖추고 있다.
아기자기한 그림체로 부적의 이미지를 풀어낸 ‘신라 기운 책갈피’는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다보탑과 석가탑이 그려진 ‘경주 눈금자’, ‘연화문 단청 키링’, ‘동궁·월지 아크릴 마그넷’ 등도 경주를 상징하는 문화유산을 일상적 물건으로 번역해 여행의 여운을 확장하는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상품들이 갖는 힘은 단순한 기념품의 차원을 넘어선다. 관광지의 굿즈가 흔한 시대이지만, 모든 기념품이 지역의 정체성을 제대로 담아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청년 창작자들의 로컬 굿즈는 경주의 문화유산을 단순히 복제하거나 소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해석해 실용적 상품으로 바꿔놓는다.
이는 관광객에게는 더 세련되고 의미 있는 소비 경험을 제공하고, 지역에는 문화유산의 현대적 재해석이라는 새로운 경제적 가능성을 열어 준다. 로컬 콘텐츠의 경쟁력은 “지역적인 것”을 얼마나 낡지 않게 만들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데, 이번 협업 상품들이 바로 그 지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라한셀렉트 경주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청년 작가들의 신작을 더 다채롭게 선보일 수 있도록 테마 매대를 리뉴얼하고, 로컬 창작자와 여행자의 접점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경주 고유의 정체성을 담은 독점 협업 굿즈를 기획하고, 청년 작가들이 직접 진행하는 원데이 클래스와 북토크 등 체험형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상생 프로젝트가 단순 판매에만 머물면 소비는 발생할 수 있어도 관계는 깊어지기 어렵다.
반면, 체험형 프로그램이 더해지면 여행자는 상품을 사는 것을 넘어, 그 상품을 만든 사람과 도시의 이야기를 직접 만나게 된다. 원데이 클래스와 북토크는 로컬 콘텐츠를 보는 것에서 참여하는 것으로 바꾸는 장치다. 이는 호텔이 단지 머무는 장소를 넘어 지역과 만나는 문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현영석 총지배인은 “경주시 청년감성상점과의 협업이 호텔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로컬 콘텐츠로 인정받으면서 3년 연속 상생을 이어가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라며, “라한호텔의 로컬상생 프로젝트가 지역 사회의 경쟁력을 높이고, 로컬 여행자에게는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핵심은 호텔 고객에게도, 지역 창작자에게도, 경주라는 도시에도 모두 이익이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진정한 상생은 서로의 가치를 함께 키우는 데서 완성된다.
지역 청년 창작자는 더 넓은 시장과 만나고, 호텔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차별화된 로컬 콘텐츠를 얻으며, 여행자는 더 깊이 기억에 남는 경주의 얼굴을 만나게 된다. 그 삼각형이 잘 맞물릴 때 지역 상생은 비로소 실질적 모델이 된다.
이번 3년 연속 업무협약은 호텔과 지방정부, 청년 창작자가 함께 만드는 지역 콘텐츠 생태계의 가능성을 다시 보여준 사례다. 관광이 단순한 소비를 넘어 지역의 창작과 이야기를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이런 구조가 앞으로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경주라는 도시가 가진 풍부한 역사와 문화는 이미 잘 알려졌지만, 그것이 오늘의 여행자에게 새롭게 다가가려면 동시대의 언어로 다시 번역되어야 한다. 라한호텔과 청년감성상점의 협업은 바로 그 번역의 현장을 잘 보여주고 있다.
호텔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그 도시의 감각을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될 수 있다. 이번 협약은 그 가능성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로컬이 살아야 여행도 살아난다. 그리고 그 로컬의 얼굴을 오늘의 감성으로 그려 내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앞에 서 있는 이들이 바로 지역의 청년 창작자들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