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민들레꽃이 지고 나면 그 자리에 하얀 갓털(冠毛)이 둥글게 피어오른다. 꽃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민들레의 하얀 갓털 아래에는 길쭉하고 까만 수과(瘦果)가 붙어 있다. 우리가 흔히 씨앗처럼 부르는 부분이다. 이 수과에 갓털이 달려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며 새로운 생명의 자리를 찾아간다.
민들레가 스스로 멀리 걸어갈 수는 없다. 그러나 바람을 빌려 자기 씨앗을 사방으로 날려 보낸다. 어떤 씨앗은 동물의 털에 붙어 이동하고, 어떤 씨앗은 열매가 터지면서 주변으로 흩어진다. 그 가운데 민들레처럼 가벼운 갓털을 달고 바람을 따라 날아가는 모습은 우리에게 특별한 인상을 준다.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새로운 생명을 품은 힘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민들레 갓털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보며 희망을 떠올린다. 작은 씨앗 하나가 어디에 떨어질지는 알 수 없다. 길가 흙 틈에 떨어질 수도 있고, 풀밭 한쪽에 내려앉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작은 씨앗은 자기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다시 뿌리를 내리고 노란 꽃을 피울 준비를 한다.
희망도 이와 같다. 처음에는 작고 가벼워 보이지만, 바람을 만나면 멀리까지 퍼져 나가게 된다. 한 사람의 작은 기도, 따뜻한 말 한마디, 선한 마음 하나도 누군가의 마음에 내려앉아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
오늘 길가 풀밭에서 민들레의 둥근 갓털이 바람에 흩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작은 생명의 여행 속에 나의 기도와 소망도 조용히 실어 보낸다. 어디선가 다시 피어날 희망을 기다리며, 민들레처럼 작지만, 단단한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리라 다짐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