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행 정책은 단순히 사람을 이동시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어디로 가게 할 것인가, 그 여행이 지역에 어떤 흔적을 남길 것인가, 한 번의 방문이 다시 찾는 관계로 이어질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졌다.
이런 점에서 문체부가 추진하는 ‘지역사랑 휴가 지원’, 이른바 ‘반값 여행’은 단순한 할인 정책이라기보다, 여행을 통해 인구감소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시도에 가깝다.
여행자로서는 반값 환급 혜택으로 보이지만, 정책의 안쪽을 들여다보면 그 핵심은 결국 지역을 다시 방문하게 만들고, 소비가 지역 안에서 순환되게 만드는 데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는 한국관광공사(사장 박성혁), 16개 지방정부와 함께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여행경비의 절반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환급해 주는 ‘지역사랑 휴가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4월부터 참가자 신청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올해 처음 시행되는 시범사업으로, 여행경비의 50%를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환급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환급액은 개인 최대 10만 원, 2인 이상 단체는 최대 2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참여 지역은 강원 평창·영월·횡성, 충북 제천, 전북 고창, 전남 강진·영광·해남·고흥·완도·영암, 경남 밀양·하동·합천·거창·남해 등 16곳이다. 이들 지역은 공통적으로 농어촌 인구감소 문제를 안고 있으며, 관광 활성화를 통해 지역경제에 새로운 순환을 만들 필요성이 큰 곳들이다.
정부가 이 사업을 ‘여행 지원’이 아니라 ‘지역사랑 휴가 지원’이라고 이름 붙인 것도, 단순한 소비 촉진이 아니라 지역과 여행자를 다시 연결하는 성격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현장 반응은 예상보다 빠르다. 가장 먼저 사업을 시작한 남해군을 포함해 밀양시, 하동군, 합천군, 고흥군, 영암군, 영광군 등 7곳은 4월분 신청이 조기 마감됐고, 영월군은 4~5월분 신청이 마감됐다.
제천시는 올해분 신청이 모두 마감된 상태다. 반면, 완도군은 현재 신청 접수 중이며, 해남군은 4월 30일, 평창군은 5월 1일, 횡성군은 5월 20일, 강진군은 6월 국비 사업 전환과 함께 순차 개시가 예고돼 있다. 고창군과 거창군은 4월 13일부터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이처럼 조기 마감이 잇따르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의 여행자는 단지 저렴한 숙소를 찾는 것이 아니라, ‘어디를 가야 의미 있는 소비가 되는가’를 점점 더 따진다.
게다가 환급 방식이 현금이 아니라, 해당 지역에서 다시 써야 하는 지역사랑상품권이라는 점은 이 사업의 구조를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 여행자가 지역에서 쓴 돈 일부를 다시 그 지역 안에서 쓰게 함으로써, 관광이 일회성 지출에 머무르지 않고 한 번 더 지역 상권으로 흘러가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가격 할인보다 훨씬 정교한 방식이다. 싸게 다녀오게 하는 정책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더 오래 머물고 더 넓게 쓰게 만드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이 흥미로운 것은 관광을 더 이상 유명 관광지 중심의 대량 이동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구감소지역의 여행은 종종 ‘불편하지만 조용한 곳’으로 인식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 이런 지역은 느린 풍경, 지역 음식, 시장, 숙소, 사람의 친밀함 같은 다른 여행 가치를 제공하는 장소로 다시 읽히고 있다. 반값 여행 사업은 바로 그 변화를 제도적으로 밀어주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에게 “한 번쯤 가 보라”고 권하는 것을 넘어, “가면 실제로 지역과 연결되는 구조를 경험하게 하겠다”라고 말하는 셈이다.
물론, 이런 사업이 지속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순한 신청 열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요한 것은 첫 방문이 실제 만족으로 이어지고, 만족이 재방문으로 이어지며, 재방문이 지역의 체류형 소비와 관계 형성으로 이어지는가이다.
그래서 이번 사업의 성패는 신청자 수보다, 여행 이후의 경험이 얼마나 좋았는가에 달려 있다. 여행비의 절반을 돌려받는다는 사실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첫 계기라면, 다시 가고 싶게 만드는 것은 결국 지역의 품질과 매력일 수밖에 없다.
지역별 운영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신청 대상, 신청 절차, 증빙 방식, 환급된 상품권의 사용 방식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어 신청자는 반드시 해당 지역별 안내를 확인해야 한다. 이것은 다소 번거롭게 보일 수 있지만, 지역별 특성에 맞춘 운영의 여지를 남겨 둔 구조이기도 하다.
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에서는 신청할 수 있는 지역과 지역별 신청사이트, 진행 현황을 안내하고 있다.
‘반값 여행’의 진짜 의미는 여행자를 싸게 보내는 데 있지 않다. 그보다는 대도시에 쏠린 이동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려보내고, 지역을 단순한 소비지가 아니라 다시 관계 맺는 장소로 바꾸려는 데 있다.
여행이 지역소멸을 막는 만능 해법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사람이 다시 오게 하고, 머물게 하고, 돈을 쓰게 하고, 기억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는 있다.
여행은 소비이면서 동시에 연결이라는 사실이다. 도시의 사람이 지역을 찾고, 지역은 그 사람을 다시 맞이하며, 그 사이에서 경제적인 것만 오가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이미지, 관계가 함께 쌓인다.
할인은 그 연결의 문을 여는 장치일 뿐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 문을 열고 들어온 여행자들을 지역이 얼마나 자기만의 얼굴로 맞이하고, 좋은 느낌이 들게 하여 다시 찾게 만들 수 있느냐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