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즈코리아 뉴스뉴스2026. 7. 28. 오후 5:43:33

농업과 기업, 지역을 하나의 가치사슬로 묶어, ‘모두의 상생’을 여는 새로운 시장

제품화·판로개척·수출까지 협력하는 전 과정 지원 농림축산식품부, 생산자·기업·지방정부 협력 플랫폼 출범

최대식 기자
농업과 기업, 지역을 하나의 가치사슬로 묶어, ‘모두의 상생’을 여는 새로운 시장
‘모두의 상생’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생산자·기업·지방정부를 연결해 국산 농산물의 제품화, 판로개척, 수출까지 전 과정을 공동 추진하도록 만든 상생 협력 플랫폼이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는 2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농업·기업·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협력 플랫폼인 ‘모두의 상생’ 프로젝트 출범식을 개최했다.

상생은 오랫동안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돕는 일로 이해됐다. 대기업이 농촌을 지원하거나, 기업이 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고, 지방정부가 판로를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런 구조는 선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사업이 끝나면 관계도 함께 끊어질 가능성이 컸다.

지속 가능한 상생은 지원을 넘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농업인은 좋은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기업은 기술과 기획력, 유통망을 더해 상품의 가치를 높이며, 지역은 생산과 일자리, 관광과 소비가 순환하는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각자가 가진 강점이 하나의 가치사슬 안에서 연결될 때 상생은 비용이 아니라, 경쟁력이 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출범시킨 ‘모두의 상생’ 프로젝트는 바로 이러한 방향 전환을 담고 있다. 단순한 국산 농산물 구매 캠페인을 넘어 제품 개발과 브랜드 구축, 판로 확보와 수출까지 생산자·기업·지역이 함께 책임지는 협력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행사에는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을 비롯해 대한상공회의소,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등 유관기관과 식품·외식·유통 분야 기업, 생산자, 지방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현장에서 추진된 다양한 상생 사례를 공유하고, 이를 경제계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한 향후 추진계획을 논의했다.

특히, 경제계 대표기관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출범식을 열었다는 점은 이번 프로젝트의 범위를 보여준다. 상생 협력의 대상을 식품기업에 한정하지 않고 유통과 플랫폼, 콘텐츠, 관광 등 다양한 산업으로 넓히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모두의 상생’은 기업이 국산 농산물을 일회적으로 구매하는 방식과 구별된다. 생산자와 기업, 지방정부가 제품 기획부터 원료 공급, 생산과 유통, 판로개척과 수출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는 공동 사업 모델을 지향한다.

농가는 안정적인 판로와 예측할 수 있는 수요를 확보하고, 기업은 차별화된 제품과 브랜드 경쟁력, ESG 성과를 얻는다. 지방정부와 지역사회에는 생산 확대와 고용, 관광과 소비를 통한 새로운 활력이 기대된다.

이 구조에서 농업은 단순한 원료 공급처가 아니다. 지역 농산물의 품질과 이야기, 생산자의 경험은 상품을 차별화하는 핵심 자산이 된다. 기업 역시 단순 구매자가 아니라, 원료를 시장성 있는 제품과 브랜드로 전환하는 공동 기획자가 된다.

상생의 성패는 어느 한쪽의 희생이 아니라, 각 참여자가 분명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번 프로젝트를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라고 설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출범식에서는 농가 소득 증대, 청년 농업인 육성, K-푸드 수출,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한 다양한 협력 사례가 소개됐다.

서산 감자, 제주 양배추, 태안 대파 등 지역특산물을 기업급식 메뉴로 개발해 공급하는 ‘맛-닿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급식은 일정한 수요와 대규모 소비가 가능한 유통 채널이다. 지역 농산물을 급식 메뉴와 연결하면 농가는 비교적 안정적인 소비처를 확보할 수 있고, 기업은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차별화된 식단을 제공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 농산물을 단순히 납품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제철 식재료와 전국 팔도의 대표 음식, 건강한 식문화를 함께 소개한다. 한 끼의 급식이 지역 농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경험으로 확장되는 셈이다.

기업급식망을 지역 농산물의 정기적인 판로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일회성 특판 행사보다 지속가능성이 높은 모델로 평가할 수 있다. 생산자는 수요를 예측하기 쉬워지고, 기업은 식재료의 지역성과 건강성을 ESG 가치와 연결할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지역 양조장의 우수한 원주를 하나의 프리미엄 전통주 브랜드로 묶는 컨소시엄형 상생 모델을 제시했다. 개별 양조장은 좋은 술을 생산하더라도 브랜드 기획과 디자인, 대형 유통망 진입, 해외시장 개척에서 한계를 겪기 쉽다.

CJ제일제당은 브랜드 기획과 디자인, 해외 진출 전략 수립, 글로벌 마케팅을 담당하고, 지역 양조장은 쌀과 사과 등 국산 농산물을 바탕으로 원주 생산과 품질관리를 맡는다.

이는 작은 생산자의 정체성을 없애고 대기업 브랜드에 편입시키는 방식과는 다르다. 여러 양조장의 생산 역량을 유지하면서, 개별 사업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유통과 수출 기능을 공동으로 확보하는 구조다.

전통주의 경쟁력은 제품의 품질뿐 아니라, 지역성과 이야기, 디자인과 소비 경험에서 결정된다. 기업의 기획력과 글로벌 유통망이 지역 양조장의 기술과 결합한다면 전통주는 지역 특산품을 넘어 수출할 수 있는 문화상품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제주 감귤 브랜드 귤메달은 지역 농산물의 가치를 단순 판매에서 브랜드 경험으로 확장한 사례로 소개됐다. 귤메달은 유니클로와 협업해 감귤을 패션 콘텐츠로 확장하고, 편의점 CU와 함께 제주 감귤을 활용한 디저트를 전국 소비자에게 선보였다. 배민 B마트와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 유통 채널도 넓혔다.

이 사례가 주목되는 이유는 감귤을 원물로만 판매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패션과 편의점,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 등 서로 다른 산업과 연결해 감귤에 새로운 이미지와 소비 경험을 부여했다. 

지역 농산물의 경쟁력은 맛과 품질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소비자가 왜 이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지, 어떤 이미지와 경험을 기억하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귤메달은 농산물을 콘텐츠와 브랜드의 언어로 다시 해석함으로써 제주 감귤의 시장을 넓혔다.

이는 ‘모두의 상생’이 식품업계 안에서만 이뤄질 필요가 없다는 점도 보여준다. 패션과 콘텐츠, 플랫폼 기업이 지역 농산물에 새로운 맥락을 더할 때 전혀 다른 시장이 열릴 수 있다.

오리온과 농협의 합작법인인 오리온농협은 농협이 공급하는 국산 쌀과 통귀리, 통밀 등을 활용해 프리미엄 브랜드 ‘마켓오 네이처’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망을 구축했다.

농협은 안정적인 국산 원료 공급을 담당하고, 오리온은 제품 개발과 제조, 브랜드 운영, 국내외 유통을 맡는 구조다. 이를 통해 국산 농산물이 단순 원료 판매를 넘어 간편대용식과 프리미엄 가공식품으로 전환됐다.

농산물의 부가가치는 가공 단계가 늘어날수록 커질 수 있다. 그러나 농업인이 자체적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전국 유통망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기업의 식품 기술과 브랜드 역량을 결합하면 국산 농산물은 가격 변동이 큰 원물 시장을 넘어 비교적 안정적인 가공식품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다.

오리온의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할 경우 수출 가능성도 넓어진다. 국산 곡물의 소비 확대와 K-푸드 수출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 확장성이 있는 모델이다.

이 밖에도 오뚜기는 국산 원료를 적용한 제품군의 다품목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풀무원은 수입콩을 국산콩으로 대체한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창억은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떡을 개발하고, 오아시스마켓은 친환경 신선식품의 직거래와 온라인 플랫폼 연결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모두의 상생’은 참여자 모두가 분명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추진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상생 협력이 하나의 정형화된 모델로만 추진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기업의 업종과 유통망, 지역 자원의 특성에 따라 급식과 가공식품, 전통주, 디저트, 온라인 직거래 등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국산 원료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선택이 기업의 제품 경쟁력과 생산자의 안정적인 소득,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사회문제 해결과 지역사회 발전에 참여해 온 상생 협력 현황을 발표했다.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은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조성 현황과 활용 사례를 소개하고 기업의 출연과 참여 확대를 요청했다.

이는 상생을 기부나 사회공헌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기업의 본업과 연결하려는 움직임이다. 기업이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고, 새로운 소비자를 확보하며, 수출시장까지 개척한다면 사회적 가치와 수익성은 대립하지 않는다.

ESG 역시 별도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활동이 아니라, 조달과 생산, 유통과 지역 협력의 구조 안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나타나야 한다. 국산 농산물 사용, 청년 농업인과의 협력, 지역 일자리 창출, 공급망의 투명성은 기업이 측정하고 설명할 수 있는 ESG 성과가 될 수 있다.

상생은 기업이 비용을 부담하는 활동이 아니라, 새로운 원료와 브랜드, 시장을 확보하는 혁신전략이 될 수 있다.

농식품부는 우수사례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도록 2027년부터 기존 지원 사업을 프로젝트형·다년도 지원체계로 개편할 계획이다. 기업과 생산자조직, 지방정부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제안하면 공모를 통해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선정된 사업은 여러 해에 걸쳐 우선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의 단년도 지원이 가진 한계를 보완하려는 조치다. 제품을 개발하고 원료 공급망을 구축하며 유통과 수출로 연결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한 해 안에 성과를 요구하면 단기적인 판촉 행사나 시제품 제작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다년도 지원체계는 생산계획과 계약재배, 제품 개발, 인증, 유통망 확보, 소비자 반응 검증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협력 주체들이 장기적인 목표를 공유하고 책임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농식품부는 올해 8월 사업 지침을 개편하고, 9월 지방정부 설명회와 지원 대상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기업과 생산자, 지방정부가 필요한 협력 상대를 상시 찾을 수 있도록 ‘모두의 상생 커넥트’를 운영할 계획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적절한 생산자나 기업, 유통 파트너를 찾지 못하면 사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상시 제안창구는 각 주체가 보유한 자원과 수요를 공유하고 협력 대상을 찾도록 지원하는 네트워킹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된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을 원하는 기업이 직접 지원할 프로젝트를 선택할 수 있도록 ‘모두의 상생 메뉴판’도 도입한다. 기업이 단순히 기금을 출연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자사의 사업 방향이나 ESG 전략과 맞는 프로젝트를 선택해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 방식이 정착되면 기금의 활용도와 기업의 참여 동기를 함께 높일 수 있다. 기업은 자사의 강점과 연결된 사업을 선택하고, 프로젝트는 필요한 자금과 파트너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상생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돕는 일이 아니라, 농업의 좋은 원료에 기업의 기술과 유통망을 더해 서로에게 필요한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농업에는 품질 높은 원료와 지역성, 생산자의 경험이 있다. 기업에는 연구개발과 디자인, 제조, 마케팅, 물류, 해외 네트워크가 있다.

지방정부에는 지역 자원과 정책, 행정 지원 능력이 있다. 각자가 가진 자원은 따로 존재할 때 한계가 있지만, 하나의 사업안에서 결합하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 상생은 약한 주체를 보호하는 방식에만 머물지 않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경쟁력을 높이는 공동 혁신으로 발전해야 한다.

다만,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출범식의 규모나 참여하는 기업의 수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실제로 농가의 계약 물량과 소득이 안정됐는지, 기업이 출시한 제품이 시장에서 지속해 판매되는지, 지역에 일자리와 추가 투자가 생겼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기업과 생산자 사이의 협상력이 불균형해지지 않도록 공정한 계약과 가격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농가가 새로운 위험에 놓일 수 있다.

지역 농산물의 수요가 늘어날 때 품질과 공급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생산체계도 필요하다. 상품화와 브랜드화가 지역의 고유성을 단순한 마케팅 이미지로 소비하지 않도록 생산자와 지역공동체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무엇보다 상생이 기업의 일회성 ESG 홍보 수단으로 끝나지 않도록 거래와 제품, 고용의 지속성을 평가하는 체계가 뒤따라야 한다. 좋은 의도보다 오래 지속되는 경제적 관계가 진정한 상생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모두의 상생’ 프로젝트는 농업을 지원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기업과 지역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산업 파트너로 바라보려는 시도다.

농산물은 기업의 기획과 기술을 만나 제품이 되고, 지역의 이야기는 브랜드가 되며, 유통망과 콘텐츠는 새로운 소비자를 만든다. 그 과정에서 농가는 안정적인 판로를 얻고, 기업은 차별화된 시장을 확보하며, 지역은 일자리와 활력을 얻을 수 있다.

상생의 미래는 누가 누구를 도왔는가에 있지 않다. 함께 무엇을 만들었고, 그 결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 시장이 되었는가에 달려 있다. ‘모두의 상생’은 그 질문에 공동 사업과 새로운 가치사슬로 답하려는 출발점이다.

최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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