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재단(이사장 최열)이 주최하는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지난 6월 21일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환경영화 상영회 ‘시네마그린패밀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청소년 특별 프로그램 ‘시네마그린틴’의 일환으로 마련된 가족 참여형 환경교육 프로그램이다.
환경교육은 종종 교실의 지식으로만 남는다. 기후위기와 생태전환, 탄소중립의 필요성을 배우지만, 그것이 삶의 감각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교육은 쉽게 정보에 머문다. 그래서 환경을 가르친다는 것은 사실 더 많은 개념을 설명하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일상과 감정, 관계 안에 환경의 문제를 어떻게 스며들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가깝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가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연 가족 환경교육 상영회 ‘시네마그린패밀리’는 바로 그 지점을 주목해 마련한 자리였다. 학생과 학부모가 같은 영화를 보고, 같은 장면을 함께 느끼고, 그 뒤에 이어진 강연을 통해 자연과 기술, 가족과 일상의 균형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경험은 환경교육이 왜 삶 가까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잘 보여 주었다.
‘시네마그린패밀리’는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환경영화를 관람하고, 영화 속 메시지를 바탕으로 환경 문제와 지속가능한 삶의 가치를 나눌 수 있도록 기획됐다. 현장에는 총 1,508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참석해 가족이 함께하는 환경교육의 장을 만들었다.
이 숫자는 단순한 참여 규모를 넘어, 환경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학교 안을 넘어 가정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특히, 학생 혼자가 아니라 보호자와 함께 참여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환경 문제는 교과서 속 지식이 아니라, 생활의 선택과 습관, 태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학교에서 배운 감수성이 가정 안의 대화와 실천으로 이어질 때 환경교육은 비로소 더 오래 살아남는다.
이번 행사에서 상영된 작품은 ‘숲의 수호자 페이퍼 베어(The Paper Bear)’였다. 작품은 스마트폰에 중독된 10대 아들이 아버지와 함께 숲속에서 신비로운 흑곰을 추적하는 여정을 그린다. 익숙한 디지털 화면에서 잠시 떨어진 소년은 숲속의 시간을 통과하며 자연과 가족, 그리고 자기 내면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환경영화제 측은 이번 영화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방식, 그리고 현대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무엇을 잃고 무엇을 회복해야 하는지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환경을 거대한 재난이나 파괴의 장면으로만 말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히려 자연과 잠시 멀어진 인간의 감각, 가족 간 대화의 빈틈, 디지털 의존 속에서 좁아진 내면의 세계를 통해 환경 문제를 더 생활적인 차원에서 끌어낸다.
환경교육은 종종 “지구를 지켜야 한다”라는 거대한 명제로만 전달되지만, 실제로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이런 더 작은 질문일 수 있다. 나는 얼마나 자연과 멀어졌는가. 나는 가족과 얼마나 대화를 잃었는가. 나는 스마트폰 화면 바깥의 세계를 얼마나 느끼고 있는가. ‘숲의 수호자 페이퍼 베어’는 바로 이런 질문을 던지며 환경을 인간 삶의 균형 문제로 확장해 보여 준다.
상영 후 이어진 특별 강연은 그 질문을 더 현재적인 언어로 연결했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이기도 한 정재승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불안 세대를 위하여: 스마트폰의 뇌과학’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정재승 교수는 스마트폰과 AI 과의존이 청소년의 뇌에 미치는 영향을 뇌과학적 관점에서 설명하며, 건강한 디지털 습관과 일상 속 환경 활동의 중요성을 함께 짚었다.
이 강연은 이번 행사의 핵심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환경교육이 자연 보호만을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청소년이 살아가는 디지털 환경과도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마트폰 과의존은 단순한 생활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집중력, 수면, 정서 안정, 관계 형성 방식과도 깊이 맞물려 있다. 자연과의 거리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거리, 가족과의 거리, 현실 감각과의 거리까지 함께 넓혀 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습관의 문제는 오늘날 환경교육과 분리해서 보기 어렵다. 인간이 자연과 단절되는 방식과 자신이 몸담은 현실에서 멀어지는 방식은 종종 함께 진행되기 때문이다.
정근식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은 생태전환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기후감수성과 생태적 책임감을 갖춘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라며, “이번 행사가 학교 교육을 넘어 주말에 가족이 함께 환경영화를 보며 전지구적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현재와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기후감수성과 생태적 책임감은 시험 문제를 풀 듯 배워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생활 속 경험과 반복된 대화, 감정의 공감대를 통해 자란다. 학생이 학교에서 배운 문제의식을 집으로 가져가고,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하며 그것을 일상의 언어로 다시 풀어낼 때 교육은 더 깊어진다. 이런 점에서 ‘시네마그린패밀리’는 환경교육을 학교 행사로 끝내지 않고 가정과 연결하는 매개로 기능했다고 볼 수 있다.
환경재단 이미경 대표도 “학생과 학부모가 영화를 매개로 환경과 일상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지속 가능한 삶의 가치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지역사회 및 교육기관과 협력해 미래 세대가 환경을 더 가깝게 경험할 수 있는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의 진짜 성과는 단순히 1,508명이 모였다는 데만 있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한 공간에서 영화를 보고 강연을 들으며, 환경을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로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자연과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 디지털 기기와의 관계, 일상과의 관계를 다시 묻는 방식으로 환경교육을 풀어냈다는 점에서 이번 상영회는 기존의 계몽형 환경교육과는 다른 결을 보여 주었다.
‘시네마그린틴’은 2012년부터 운영돼 온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대표 환경교육 프로그램이다. 시·도 교육청과 연계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환경영화 무료 관람과 교육 콘텐츠를 제공해 왔으며, 지난해에는 약 104만 명의 학생이 참여해 환경교육 사각지대 해소에 이바지했다. 이 숫자는 단순한 프로그램 운영 성과를 넘어, 환경영화가 공교육과 시민교육을 잇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기능해 왔다는 것을 보여 준다.
영화는 종종 가장 느슨한 교육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가장 오래 남는 교육이 되기도 한다. 눈앞의 장면이 감정을 흔들고, 그 감정이 질문을 만들며, 그 질문이 다시 삶의 태도를 바꾸는 힘을 갖기 때문이다. ‘시네마그린패밀리’는 그 가능성을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공동체 안으로 끌어들였다.
환경교육은 결국 미래 세대를 위한 일이다. 그러나 그 미래는 청소년 혼자 만들어 가지 않는다. 가족이 함께 보고,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바뀌어 갈 때 환경교육은 더 멀리 간다. 이번 상영회는 그 단순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조용히 증명한 자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