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즈코리아 뉴스뉴스2026. 5. 11. 오후 6:27:27

수목원과 정원, 전시를 넘어 지역 문화의 거점이 되다

‘문화가 있는 날’ 맞아 전국 수목원·정원에서 체험형 프로그램 운영 반값 여행·스탬프투어와 연계해 문화 향유와 지역 활성화 함께 모색

최대식 기자
수목원과 정원, 전시를 넘어 지역 문화의 거점이 되다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이동형 ‘반려식물_클리닉’을 운영하는 모습

수목원과 정원은 오랫동안 ‘보는 공간’으로 이용됐다. 꽃이 피면 사진을 찍고, 나무 사이를 걷다 돌아오는 장소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오늘의 수목원과 정원은 그 정도 역할에 머물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 자연을 통해 쉬는 곳이면서, 지역 문화를 체험하는 곳이고, 교육과 관광이 만나는 생활 공간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산림청이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전국 수목원과 정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것은 단순한 행사 안내라기보다, 수목원과 정원을 어떻게 다시 공공의 공간으로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방향 제시다. 산림청은 5월 8일 매주 수요일로 확대 운영되는 ‘문화가 있는 날’에 맞춰 전국 수목원과 정원에서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산림청(청장 박은식)은 이번 프로그램의 취지를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고, 수목원과 정원이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지역 문화의 거점이자 힐링 공간으로 기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표현은 비교적 짧지만, 지금 수목원 정책이 어디를 향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식물을 보여주는 데만 있지 않고, 사람들이 그 공간 안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어떤 방식으로 머무를 수 있게 할 것인가에 있다. 수목원과 정원이 관광지와 교육장, 휴식처와 지역 문화 플랫폼을 함께 지향하게 될 때, 비로소 ‘생활 가까운 녹색 공간’이라는 말도 현실성을 갖게 된다. 

국립수목원(포천)에서는 ‘광릉숲 산새 탐험’, 국립세종수목원에서는 ‘식물 클리닉’,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는 ‘마당극 호랑이 이야기’가 운영된다. 좌광천 지방정원(부산), 영월 동서강정원 등지에서도 정원 체험과 음악회 같은 지역 특색형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자연·교육·문화가 한 공간 안에서 결합되는 구조다. 이 배열이 중요한 이유는 수목원과 정원이 이제 단지 조용히 걸어 다니는 장소가 아니라, 보고 듣고 배우고 참여하는 체험형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광릉숲 산새 탐험’은 숲을 배경으로 한 생태 감수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이고, ‘식물 클리닉’은 반려식물을 돌보는 생활 지식과 식물 문화의 대중화를 연결한다. ‘마당극 호랑이 이야기’는 생태 공간 안에서 전통 공연의 형식을 다시 살리는 시도다. 정원 체험과 음악회 역시 단순한 부대행사가 아니라, 자연 공간을 지역 주민과 방문객의 문화 접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국립세종수목원을 찾은 상춘객들의 모습

 

이번 프로그램들은 “수목원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단지 감상만이 아니라 참여와 배움, 치유와 지역 경험까지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이번 운영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반값 여행’과의 연계다. 산림청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반값 여행’ 대상 시설에 수목원과 정원을 포함시켜 국민의 문화·관광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현재 국립한국자생식물원(평창), 완도수목원, 해남포레스트수목원, 힐링파크 쑥섬쑥섬(고흥), 문가든(해남), 다소랑정원(하동) 등 여러 시설에 이 혜택이 적용되고 있다. 이는 수목원과 정원을 단지 행정상 관리 시설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지역 관광과 이동 수요를 만들어 내는 문화자산으로 적극 연결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반값 여행’처럼 체감할 수 있는 접근성 정책이 붙을 때, 문화 향유는 추상적 권리가 아니라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선택지가 된다. 방문 경험을 이어 가는 장치도 마련돼 있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운영하는 ‘전국 수목원·정원 스탬프투어(아름다운 동행)’는 전국 수목원과 정원을 여행하며 기록을 남기고 기념품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72개 시설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기존 종이 스탬프북에 더해 모바일 스탬프투어도 새롭게 도입됐다. 이 부분은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중요하다. 수목원 방문을 일회성 나들이로 끝내지 않고, 다시 찾고 비교하며 축적하는 경험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공간의 가치는 결국 반복 방문과 기억의 축적을 통해 더 커지는데, 스탬프투어는 바로 그 반복 가능성을 만드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최현수 산림청 수목원정원정책과장은 “‘문화가 있는 날’ 확대 운영을 통해 수목원과 정원이 국민의 일상을 치유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길 기대한다”라며, “흥미로운 프로그램과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지역 관광 자원의 역할을 감당해내겠다”라고 밝혔다. 

수목원과 정원을 ‘좋은 공간’으로만 두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찾아가고 머물고 다시 기억하게 만드는 콘텐츠와 접근성, 홍보를 함께 묶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간의 경쟁력은 식물의 수나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그곳에서 사람이 어떤 감각과 경험을 얻게 되는가에 달려 있다.

수목원과 정원은 더 이상 특별한 날 잠깐 찾는 녹색 배경이 아니라, 일상에서 문화와 자연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생활 거점으로 재해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숲길을 걷고, 식물을 배우고, 공연을 보고, 지역 정원을 경험하는 일은 단지 여가를 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지역의 감각을 조금 더 풍부하게 만드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은 자연을 즐기는 방식과 지역을 활성화하는 방식을 하나의 동선 안에 묶어 낸 시도라는 점에서 행사 목록 이상의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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