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진흥원(이사장 이규민)은 지난 6월 17일 제4기 도슨트(docent, 전시관, 박물관, 미술관, 문화공간 등에서 관람객에게 전시 내용을 설명해 주는 안내자)의 전문성 향상과 교류 활성화를 위해 강원 지역 현장 답사와 간담회를 실시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한식문화공간 ‘이음’을 찾는 관람객에게 더욱 깊이 있는 전시 해설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정선과 평창을 중심으로 강원 지역의 식재료와 음식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번 답사의 핵심은 한식을 전시물로만 이해하지 않고, 그것이 자라나는 토양과 기후, 지역 사람들의 삶 속에서 다시 읽도록 했다는 데 있다. 전시관 안에서 보는 한식은 정제된 결과물에 가깝다.
그러나 그 음식이 왜 그런 맛을 갖게 되었는지, 어떤 자연환경과 생활 조건 속에서 형성되었는지까지 이해하려면 결국 현장으로 가야 한다. 한식진흥원이 도슨트들에게 강원 지역 답사를 마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식 해설은 레시피나 명칭을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지역의 삶과 식문화의 배경을 풀어낼 수 있을 때 훨씬 더 살아나는 법이다.
특히, 한식처럼 생활문화와 지역성, 계절성과 공동체의 기억이 겹겹이 쌓인 주제를 설명할 때 도슨트의 해설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관람객이 문화를 경험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어 놓는다.
한식진흥원이 제4기 도슨트의 역량 강화를 위해 강원 지역 현장 답사와 간담회를 운영한 것은 그래서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가 있다. 좋은 해설은 책상 위 자료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식재료가 나는 땅과 음식을 빚는 손, 지역의 시간과 맛을 직접 만나는 현장에서 더 깊어진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먼저 정선 아리랑시장을 찾아 지역의 대표 식재료를 살펴보고, 곤드레밥, 콧등치기국수, 더덕구이 등 향토 음식을 시식하며 강원 식문화의 특성과 전통시장의 가치를 체험했다. 이는 단순한 미식 체험이 아니라, 한 지역의 음식이 어떻게 자연환경과 생활방식 속에서 만들어졌는지를 몸으로 이해하는 과정이었다.
강원도의 음식은 대체로 산지 지형과 기후의 조건을 반영해 투박하지만 깊은 맛을 지니고 있다. 화려한 조리기법보다 재료의 본질과 저장·활용의 지혜가 두드러지는 음식들이 많다. 이런 특징을 현장에서 직접 맛보고 살피는 경험은 도슨트가 관람객에게 한식을 훨씬 더 입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만드는 밑바탕이 된다.
이어서 참가자들은 평창 육백마지기를 찾아 고랭지 농업의 역사와 지역의 기후·지형적 특성을 학습하고, 배추 등 주요 농산물의 생산 환경을 직접 살펴보았다. 음식은 늘 재료에서 출발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 재료를 너무 결과로만 소비한다.
배추 한 포기, 나물 한 줌, 더덕 한 뿌리가 어떤 고도와 바람, 일교차와 땅의 조건 속에서 자라는지 이해할 때 비로소 식재료는 단순한 재료를 넘어 지역문화의 한 부분으로 다가온다. 특히, 김치와 장류, 나물문화가 발달한 한국 음식의 특성을 생각하면, 이런 생산 환경에 대한 이해는 전시 해설의 깊이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번 답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는 평창에서 진행된 박광희 명인의 김치 강의와 시연, 그리고 직접 김치 담그기 체험이었다. 참가자들은 강의와 시연 후 직접 김치 담그기에 참여했고, 민들레 김치와 산마늘 김치를 비롯한 약 15종의 김치와 장아찌를 시식하며 재료와 제조 방식에 따른 맛과 특성을 경험했다.
김치는 한국인의 대표 음식이지만, 동시에 지역과 계절, 재료와 손맛에 따라 수없이 다른 얼굴을 가진 문화이기도 하다. 김치를 안다는 것은 단지 배추김치 하나를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어떤 재료가 어떻게 절여지고 버무려지며, 어떤 지역에서는 어떤 나물과 산채가 김치나 장아찌로 이어졌는지, 그 다양성과 배경을 함께 이해해야 비로소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 박광희 명인의 강의와 체험은 바로 그 살아 있는 다양성을 도슨트들이 몸으로 익히는 시간이었다.
현장 답사와 함께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이주원 선생의 꽃차를 시음하며 2026년 상반기 전시 해설 운영 실적과 개편 예정인 상설전시 내용을 공유하고, 만족도 조사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는 단순한 친목 자리를 넘어, 현장 경험을 어떻게 실제 해설 운영 개선으로 연결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도슨트는 개인의 역량에만 기대서는 안 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피드백을 축적하며 함께 성장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간담회는 답사에서 얻은 감각을 조직적 운영의 언어로 전환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좋은 해설은 지식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관람객과 호흡하고, 질문에 귀 기울이며, 서로 다른 반응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함께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동료 도슨트와의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누군가는 특정 전시에 강점이 있고, 누군가는 관람객 응대 방식에서 더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을 수 있다. 현장 답사와 간담회는 이런 서로의 경험과 감각을 교류하는 기회가 되어, 결국 해설 서비스의 전체적 품질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한식진흥원은 이번 현장 답사가 강원 지역 식재료와 음식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도슨트 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현장 중심의 교육과 교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전시 해설 서비스의 품질 향상과 관람객 만족도 제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식은 박제된 전통이 아니라, 지금도 지역과 계절, 생산 환경과 생활 방식 속에서 계속 살아 움직이는 문화다. 그렇다면 이를 해설하는 도슨트 역시 단순한 안내자가 아니라, 그 살아 있는 문화를 관람객에게 번역해 전달하는 문화 매개자여야 한다.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현장 답사와 같은 체험형 교육은 필수적이다. 눈으로만 본 전시와 직접 만난 지역문화는 해설의 밀도를 다르게 만든다.
한식진흥원은 한식문화공간 ‘이음’ 1층 한식갤러리에서 상설 및 기획 전시를 선보이고 있으며, 관람객에게 한식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기 위해 도슨트 자원봉사자를 매년 선발해 전시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도슨트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이번 강원 지역 현장 답사는 전시 해설의 품질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잘 보여 준 사례다. 좋은 도슨트는 많이 아는 사람이라기보다, 깊이 이해한 사람이어야 한다.
식재료가 나는 땅을 보고, 향토 음식의 결을 맛보고, 명인의 손끝에서 전통이 이어지는 과정을 체험한 사람의 해설은 자연히 더 넓고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전시는 정적인 공간이지만, 그 안에 담긴 문화는 살아 있다. 한식진흥원의 이번 답사는 그 살아 있는 문화를 도슨트의 말과 감각 속에 다시 채워 넣는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