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청장 박은식)은 5월 4일부터 30일까지 산림생물다양성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번 행사는 산림청을 비롯해 국립산림과학원, 국립수목원,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등 총 11개 기관이 함께 운영하며, 국민참여형 프로그램과 학술토론회 등 모두 25개의 일정으로 구성된다.
이 숫자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행사 규모가 아니다. 산림생물다양성이 특정 연구기관의 과제나 일부 전문가의 의제에 머무르지 않고, 연구·교육·전시·참여를 함께 묶는 공공적 주제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생물다양성은 대개 거대한 담론의 언어로 먼저 다가온다. 기후위기, 멸종위기종, 생태계 보전, 유전자원 보호 같은 말들은 중요하지만, 너무 멀리 있는 문제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실제로 더 필요한 것은 “왜 중요한가”를 설명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가치를 국민이 자기 일상에서 직접 느끼고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산림청이 ‘국제 생물다양성의 날(5월 22일)’을 맞아, 한 달간 운영하는 이번 프로그램들은 숲을 단순한 배경이나 휴식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기반으로 다시 보게 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숲을 지키는 문제는 과학의 영역인 동시에 시민의 감수성과 생활 실천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대표 프로그램으로 소개된 것은 5월 22일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열리는 ‘숲을 살리는 발걸음’이다. 참가자가 5.22km를 걸으면 멸종위기 침엽수종 복원을 위한 기부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이 프로그램이 상징적인 이유는 생물다양성 보전을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생활 속 행동으로 번역했다는 데 있다. 걷기라는 가장 일상적인 행위를 통해 복원 기부가 이뤄지도록 설계한 것은 숲을 지키는 일이 전문가만의 일이 아니라 누구나 몸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실천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생물다양성의 가치는 ‘알고 있는가’에서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함께할 것인가’로 나아갈 때 더 선명해진다.
온라인에서도 참여형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산림청은 5월 14일부터 22일까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이 이름, 진짜 식물이 맞습니다’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산림의 가치를 공유하고 식물에 관한 관심을 높이려는 취지다.
이런 온라인 프로그램은 생물다양성 보전이 꼭 현장을 찾아가야만 가능한 일이 아니라, 먼저 이름을 알고 구별하고 기억하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생명을 지키려면 우선 그것을 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름을 정확히 부르고 관심을 두게 하는 방식 자체가 이미 보전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행사에서 특히 높은 관심을 끈 것은 ‘시드볼트 탐험대’다. 산림청은 야생식물 종자의 ‘현대판 노아의 방주’로 불리는 시드볼트(Seed Vault) 견학 프로그램이 사전 예약 하루 만에 마감됐다고 밝혔다. 시드볼트는 평소 보안상의 이유로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는 시설이어서, 일반 국민이 직접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시드 볼트(Seed Vault)는 ‘씨앗’을 뜻하는 Seed와 ‘금고’를 뜻하는 Vault를 합친 말로, 기후변화나 전쟁, 자연재해 같은 위기 상황에 대비해 야생식물의 씨앗을 오랫동안 안전하게 보관하는 종자 저장 시설이다. 쉽게 말해, 미래의 생태계와 식물 자원을 지키기 위한 ‘씨앗 금고’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이런 시설은 전 세계에서 노르웨이 스발바르와 대한민국 봉화의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 이렇게 두 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기후위기와 생태계 변화가 깊어질수록 종자를 보존하는 것은 단순한 저장이 아니라 미래 생명의 가능성을 지키는 일이다. 국민이 이 시설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은 산림 유전자원 보전의 필요성이 점차 공공의 관심사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사실 시드볼트에 대한 높은 반응은 이번 행사만의 우연한 흥행으로 보기 어렵다. 보통 숲은 사람들이 눈앞에서 누리는 경관이나 휴식 공간으로 먼저 인식된다. 그러나 시드볼트는 숲의 또 다른 얼굴, 곧 아직 보이지 않는 미래를 위한 저장고로서의 숲을 보여준다.
현재의 숲을 가꾸는 일과 미래의 종자를 지키는 일은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문제로 이어져 있다. 이번 견학 프로그램이 큰 주목을 받은 것은 국민이 숲을 단지 ‘지금의 풍경’이 아니라 ‘앞으로도 이어져야 할 생명의 기반’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박영환 산림청 산림환경보호과장은 “산림은 기후위기 시대에 꼭 필요한 자산이자 다양한 생물이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공간이다”라며, “이번 기간을 통해 국민이 우리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쉽게 이해하고, 생물다양성 보전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핵심은 단지 행사를 많이 여는 데 있지 않고, 산림의 가치를 국민이 쉽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생물다양성은 복잡한 개념이지만, 그것을 국민 각자가 “내가 지켜야 할 공공 자산”으로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정책도 훨씬 더 강한 사회적 기반을 얻게 된다.
숲의 가치는 전문가가 설명해 주는 대상에만 머물러서는 오래 가지 못한다. 사람들은 이름을 알고, 걸어 보고, 직접 보고, 참여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자기 삶의 문제로 받아들인다.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일은 먼 미래를 위한 정책이면서 동시에, 오늘 우리가 숲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현재의 선택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행사는 국제 생물다양성의 날을 기념하는 일정이면서도, 동시에 숲을 대하는 시민의 태도를 조금 더 생활 가까이 끌어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