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액셀러레이터 페인터즈앤벤처스는 지난 5월 27일과 28일 이틀간 곤지암리조트에서 ‘딥다이브 워크숍’을 성황리에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워크숍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2026 예술분야 창업도약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보육 기업들의 협업 기회 모색과 네트워킹 강화를 위해 마련됐다.
이번 행사의 기획 의도는 참여 기업들이 일상적인 업무 공간에서 벗어나, 기업 간 협업 가능성을 탐색하고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 데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흔히 네트워킹은 명함을 교환하고 안면을 익히는 수준에서 끝나기 쉽다.
그러나 실제 사업 협업은 그보다 훨씬 더 깊은 조건을 필요로 한다. 서로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무엇을 함께할 수 있는지를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딥다이브 워크숍은 단순한 친목 행사가 아니라, 관계를 사업 언어로 번역하는 밀도 있는 실험에 가까웠다.
프로그램 구성도 이런 목적에 맞춰 짜였다. 워크숍은 △스타트업의 장기 성장을 돕는 AI 활용법 기반의 ‘레벨업 세미나 특강’ △협업의 가치와 임팩트를 다지는 ‘시너지 네트워킹’ △곤지암 화담숲 탐방을 통한 ‘리프레시 프로그램’ △향후 마일스톤(Milestone, 단계별 이정표)을 점검하는 ‘랩업(Wrap-up, 행사나 회의, 프로그램의 마무리 정리)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됐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프로그램이 단순히 정보 제공과 교류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AI 특강은 예술기업이 기술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묻는 시간이었다. 오늘날 예술산업 역시 AI를 외부 기술로만 볼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다.
창작, 유통, 관객 경험, 데이터 분석, 브랜딩, 운영 자동화까지 예술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AI 활용은 점점 더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예술기업의 경쟁력도 감각만으로는 부족하고, 기술을 어떻게 자기 언어로 소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세미나는 그런 변화의 방향을 점검하는 자리였다고 볼 수 있다.
‘시너지 네트워킹’은 이번 워크숍의 핵심 축이었다. 협업은 좋은 뜻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서로 다른 기업이 만났을 때 무엇을 더할 수 있고, 무엇을 나눌 수 있으며, 어디에서 공동의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를 구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예술 분야 창업기업의 경우 특히 이 과정이 중요하다. 같은 예술기업이라도 다루는 매체와 시장, 관객층, 수익모델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협업은 단순한 “같이 해보자”는 제안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전문성을 조합해 더 큰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여야 한다. 시너지 네트워킹은 바로 그런 실질적 협업 가능성을 확인하는 장치로 작동한 셈이다.
화담숲 탐방으로 구성된 리프레시 프로그램 역시 가볍게 볼 수는 없다. 창업 생태계에서 몰입은 중요하지만, 과도한 긴장과 피로는 오히려 관계와 사고를 좁게 만든다. 예술기업은 특히 감각과 창의성이 중요한 만큼, 업무 환경을 잠시 벗어나 자연 속에서 호흡을 조정하는 시간이 단순한 휴식 이상의 의미가 있다.
리프레시는 생산성과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더 나은 연결과 발상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일 수 있다. 이번 프로그램이 네트워킹과 탐방을 함께 엮은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랩업 프로그램은 워크숍을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기 위한 장치로 읽힌다. 좋은 워크숍의 기준은 현장의 분위기가 아니라, 그 뒤에 무엇이 남느냐에 있다. 아이디어는 많이 나올 수 있지만, 그것이 실제 마일스톤과 후속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금세 흩어진다.
이번 랩업 프로그램은 참여 기업들이 이후 어떤 방향으로 협업을 구체화하고, 어떤 사업 단계를 밟아 나갈 것인지 점검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워크숍이 영감의 장이었다면, 랩업은 그 영감을 사업의 언어로 정리하는 과정이었다.
현장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워크숍에 참여한 한 예술기업 대표는 자연 속에서 리프레시를 하는 동시에 다른 기업들과 깊이 있는 네트워킹을 가질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실제 협업과 비즈니스 파트너십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말은 이번 워크숍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단지 “좋은 만남이었다”는 소감이 아니라, 실제 협업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결국 액셀러레이팅의 진짜 성과는 교육 프로그램을 몇 회 운영했는가보다, 참여 기업들 사이에 실제 사업적 연결이 얼마나 생겨났는가에 달려 있다.
페인터즈앤벤처스 김경숙 대표는 이번 딥다이브 워크숍이 보육 기업들이 실질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장기적인 스케일업 방향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발판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워크숍을 통해 도출된 협업 아이디어와 기업들의 의견이 실제 사업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프로그램을 통해 밀착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예술기업 지원사업은 종종 행사와 교육 중심으로 흐르기 쉽다. 그러나 창업기업에게 더 절실한 것은 관계의 형성을 사업화의 단계로 이어 주는 후속 지원이다.
협업이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고 계약과 공동 프로젝트, 시장 확장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중간에서 조율하고 연결하고 밀어주는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워크숍은 이벤트가 아니라 후속 지원을 예고한 중간 단계의 플랫폼으로 이해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페인터즈앤벤처스는 TIPS 및 LIPS 운영사로, 다수의 펀드를 통해 혁신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온 액셀러레이터다. 이번 예술분야 창업도약 지원사업의 ‘다빈치 앙상블’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액셀러레이터로 성장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는 예술 창업 지원이 단순한 문화 후원 차원이 아니라, 투자와 스케일업의 언어 안으로 점차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예술기업도 이제 감각적인 소규모 프로젝트를 반복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구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딥다이브 워크숍의 의미는 곤지암의 이틀이 즐거웠다는 데 있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예술기업들이 일상적 고립에서 잠시 벗어나, 서로의 가능성을 구체적인 협업 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창업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힘은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오지 않는다. 그것은 관계를 만들고, 관계를 구조로 바꾸고, 구조를 다시 성장의 속도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예술기업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더 섬세한 협업과 더 긴 호흡의 지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 워크숍은 단순한 네트워킹 행사를 넘어, 예술 창업 생태계가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보여 준 하나의 장면이라 할 수 있다. 혼자 빛나는 기업보다 함께 자라는 기업이 더 오래 간다. 페인터즈앤벤처스가 이번에 던진 제안도 결국 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