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이 세계인의 식탁 위에 자주 오르기 시작한 지는 이미 오래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한식이 알려졌는가”가 아니라, “한식이 얼마나 깊이 이해되고 있는가”에 가깝다. 비빔밥이나 불고기처럼 익숙한 메뉴를 넘어, 그 맛을 떠받치는 근간이 무엇인지까지 전달될 때 비로소 한식은 유행을 넘어 문화가 된다.
한식의 세계화는 결국 한 그릇의 화려함보다, 그 맛의 뿌리를 얼마나 깊이 이해시키는가에 달려 있다. 이런 점에서 한식진흥원(이사장 이규민)이 호주와 태국에서 운영하는 ‘Taste of Jang’ 프로그램은 단순한 요리체험이 아니라, 한식의 깊이를 이루는 장(醬) 문화를 세계에 번역해 내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한식진흥원은 5월 6일~7일 주시드니한국문화원, 5월 10일~11일 주태국한국문화원에서 ‘2026 투어링 케이-아츠(Touring K-Arts)’ 사업의 일환으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의 후원을 받아 재외한국문화원·문화홍보관이 주최하는 ‘투어링 케이-아츠’ 사업안에서 진행된다.
이 사업은 한국의 전통예술, 음식, 생활문화를 세계 각국에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이번 행사는 한식 한 메뉴를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문화 전반을 구성하는 생활의 감각과 미학을 함께 전하려는 구조 안에 놓여 있다. 음식이 단지 먹는 대상이 아니라 문화 이해의 입구가 된다는 점에서, 한식 프로그램이 ‘케이-아츠’의 일부로 배치된 것도 의미가 있다.
한식진흥원이 이런 프로그램을 내놓은 배경에는 이미 확인된 해외 수요가 있다. 한식진흥원이 발표한 ‘2024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해외 소비자의 한식 만족도는 90% 이상으로 나타났고,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지역은 한식당 방문 경험 비율이 84%로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높았다.
또 호주를 포함한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도 한식 경험 비율이 50%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들은 한식이 더 이상 일부 호기심 많은 소비자의 선택지가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일상적 외식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그다음 단계로 가려면, 메뉴의 인지도를 넘어 한식의 구조와 철학까지 설명해 줄 언어가 필요해진다. 바로 그 지점에서 ‘Taste of Jang’의 주제가 눈에 띈다. 이번 프로그램은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해 기획했으며, 참가자들이 간장·된장·고추장 같은 기본 장류와 이를 활용한 한식 요리를 직접 배우도록 구성했다.
장(醬)은 한식에서 단순한 양념이 아니다. 많은 한국 음식은 장을 바탕으로 맛의 골격을 만들기에, 장의 조합에 따라 요리의 성격과 깊이가 달라진다. 그래서 장을 알리는 일은 한식의 뿌리를 설명하는 일과도 같다. 이번 행사는 그 뿌리를 ‘맛있다’라는 인상만이 아니라 ‘왜 이런 맛이 나는가’라는 이해로 연결하려는 성격을 갖는다.
프로그램의 구성도 이런 취지를 잘 보여준다. 수업은 한식진흥원이 연구한 장(醬) 관련 한식 레시피를 기반으로 운영하며, 참가자들은 여러 장과 장을 응용한 소스를 비교·시식하고, 맥적과 갈비찜 같은 대표 요리를 직접 실습한다. 이는 장 문화를 박물관식 설명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요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하는 방식이다.
특히, 현지에서도 쉽게 응용할 수 있는 글로벌 한식 레시피를 함께 제공한다는 점은 장 문화가 한국 안에만 머무는 전통이 아니라 다른 식문화권에서도 살아 움직일 수 있는 조리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프로그램의 또 다른 의미는 대상에 있다. 한식진흥원은 현지 요리 종사자, 일반 소비자, 미디어 관계자 등 다양한 참가자들에게 장의 가치와 한식의 철학을 직접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 점은 중요하다. 요리사에게는 실제 메뉴 개발과 응용의 가능성을, 일반 소비자에게는 일상 식문화로서의 접근성을, 미디어 관계자에게는 한식을 설명할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한 문화가 세계로 확산하려면 소비자만이 아니라 그것을 매개하고 해석할 사람들까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구성은 매우 전략적이다.
이규민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유네스코 등재를 계기로 한식의 근간이 되는 장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고자 한다”라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호주와 태국에서도 한식의 깊은 맛과 가치가 일상 속으로 스며들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목표는 한 번의 체험으로 끝나는 화제성이 아니라, 장 문화가 현지의 생활 속에서 이해와 실천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K-푸드의 다음 단계는 “먹어 봤다”를 넘어 “이 맛을 이해한다”라는 데 있다는 뜻이다.
이번 ‘Taste of Jang’이 보여주는 방향은 분명하다. 한식 세계화는 더 많은 식당을 여는 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식을 구성하는 핵심 재료와 발효의 지혜, 장이 만들어 내는 감칠맛의 구조를 함께 전할 때, 비로소 한식은 낯선 음식이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는다.
이런 의미에서 호주와 태국에서 열리는 이번 프로그램은 한식의 외연을 넓히는 행사를 넘어, K-푸드가 깊이의 언어를 갖추어 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장 한 숟갈에 담긴 시간과 철학을 함께 전할 수 있을 때, 한식은 더 오래 기억되는 문화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