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필요한 것은 늘 거창한 개발만이 아니다. 때로는 몸을 살피는 건강검진 한 번, 오래된 농기계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수리 한 번, 머리를 다듬고 사진 한 장을 남기는 작은 손길 하나가 마을의 하루를 바꾸고 공동체의 온도를 높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4월부터 본격 추진하는 ‘농촌 맞춤형 봉사활동 지원사업’은 바로 그 작지만, 가볍지 않은 변화의 힘을 다시 보여 주는 정책이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는 농촌 주민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일반 단체와 대학생 단체 등 전국 62개 봉사단체를 선정하고, 4월부터 ‘농촌 맞춤형 봉사활동 지원사업’을 본격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일반 시민과 대학생들이 가진 기술, 지식, 재능을 활용해 농촌 지역의 건강·문화·복지 서비스 공백을 보완하고, 동시에 도시민의 농촌 이해를 높이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11년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1,220개 봉사단체와 약 19만 명의 봉사자가 참여해 1만 2천여 개 농촌 마을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다.
그동안의 성과는 단순한 방문 횟수의 누적이 아니다. 의료 접근성이 낮고 문화·복지 기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농촌 현장에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함으로써, 농촌공동체 활성화와 주민 삶의 질 향상에 실제로 이바지해 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올해 사업은 4월 30일 충북 증평군에서 봉사단체 ‘굿뉴스월드’가 진행하는 기초 건강검진과 ‘청춘사진’ 촬영을 시작으로 문을 연다. 이어 5월 초에는 ‘충남기능선수회’가 충남 당진시 합덕읍에서 농기계 수리 봉사를 펼칠 예정이다.
이후 10월까지 약 1,100개 마을, 6만 2천여 명 주민을 대상으로 건강증진, 이·미용 서비스, 마을환경 개선, 문화예술 프로그램 등 다양한 봉사활동이 이어진다.
수혜 규모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23년에는 1,002개 마을 6천 명, 2024년에는 1,085개 마을 6만 1천 명, 2025년에는 1,115개 마을 6만 2천 명을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수치는 단지 지원 대상의 증가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농촌 현장에서 돌봄과 생활 지원, 정서적 연결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것이며, 이를 공공과 시민사회가 함께 메워 가고 있는 현실을 보여 준다.
특히, 올해 사업에서 주목할 부분은 방식의 변화다. 기존에는 봉사단체가 활동 지역을 선택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올해부터는 지방정부를 통한 사전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주민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지역과 서비스를 먼저 파악하고, 이를 단체의 사업계획에 우선 반영하도록 개선했다.
이는 봉사를 ‘주는 사람 중심’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 중심’으로 전환한 조정이라 할 수 있다. 좋은 의도만으로는 좋은 정책이 되기 어렵다. 현장의 수요와 서비스가 정확히 맞닿을 때 비로소 봉사는 복지가 되고, 방문은 관계가 된다.
이번 사업은 농촌 서비스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중요농업유산의 보전과 가치 확산으로도 확장된다. 농업 유산이 있는 지역에서는 대학생 동아리의 재능기부 활동이 함께 추진된다.
이는 청년의 창의성을 지역 자원과 연결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농업 유산은 단지 오래된 생산 방식의 흔적이 아니라, 한 지역이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생업의 지혜이자 삶의 문화이다.
이런 자산을 봉사활동과 연결하는 것은 농촌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계승과 재해석의 대상으로 본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깊다.
대상 지역은 충남 서천의 ▲한산모시전통농업, 전북 부안의 ▲유유동양잠농업, 전남 구례의 ▲산수유농업, 경북 의성의 ▲전통수리농업, 울진의 ▲금강송산지농업 등 5개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역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탐방로 경관개선, 홍보 콘텐츠 제작 등 농촌자원과 연계한 봉사활동이 추진될 예정이다. 이는 봉사가 단순한 인력 지원을 넘어 지역의 이야기와 자원을 다시 드러내는 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농식품부 전한영 농촌정책국장은 “이번 농촌 맞춤형 봉사활동 지원사업을 다양한 재능을 지닌 일반인과 대학생들이 참여함으로써 초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사업을 통해 봉사단체가 단순한 일회성 방문을 넘어 농촌의 현실을 깊이 이해하고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함으로써, 향후 도시와 농촌 간 지속적인 교류 기반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지금 농촌이 마주한 문제는 인구 감소, 고령화, 생활서비스 취약, 관계망 약화가 겹쳐서 나타나는 복합적 위기다. 이런 현실 앞에서 필요한 것은 시설 투자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연결의 복원이다.
농촌 맞춤형 봉사활동 지원사업은 바로 그 연결을 제도화하려는 시도다. 농촌은 도움을 받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사회의 기반이며, 봉사는 시혜가 아니라 공동체를 다시 배우는 방식이라는 사실을 이 사업은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