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앵커체계 활성화를 위한 오픈 콜로키움’이 6월 19일부터 20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신세계관에서 열려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행사는 앵커체계 활성화를 위한 산학협력의 방향과 실행 과제를 폭넓게 논의하고, 지역과 대학, 정책 현장을 잇는 협력 기반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역혁신을 말할 때 우리는 종종 새로운 사업과 예산, 제도 신설에 먼저 주목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흩어진 자원과 주체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대학과 지역, 산업과 정책을 어떤 구조로 이어 낼 것인가 하는 문제다. 바로 그 연결의 구조를 고민하는 개념이 ‘앵커체계’다.
대학이 지역 안에서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연구, 창업, 산업 협력, 인재 양성, 정책 실험의 중심축 역할을 하려면, 개별 사업의 성과를 나열하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서로 다른 기관과 사업, 지역과 대학을 묶어 내는 지속 가능한 체계가 필요하다.
‘2026 앵커체계 활성화를 위한 오픈 콜로키움’이 의미를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행사는 산학협력의 방향을 다시 점검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과 대학, 정책과 실행을 잇는 실질적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묻는 자리였다.
행사는 한국연구재단, 열린산학연포럼, 한국산학협력정책학회, 한국창업교육협의회와 이화여자대학교, 한서대학교, 순천향대학교, 원광대학교, 경남대학교, 중앙대학교, 한국공학대학교, 경상국립대학교가 함께 주최·주관했다.
여러 대학과 정책·연구기관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는 점 자체가 이번 콜로키움(Colloquium, 전문가, 교수, 연구자, 학생들이 한 주제를 놓고 발표하고 토론하는 학술 모임)의 성격을 잘 보여 준다. 앵커체계는 어느 한 기관이 단독으로 구축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 여러 이해관계자와 현장의 경험이 함께 모여야 비로소 구체적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사 첫날에는 등록과 개회식에 이어 ‘5극 3특 기반 앵커체계 산학협력 동력 엔진’을 주제로 한 키노트가 진행됐다. 이후에는 주제 분과별 리버스 피칭(Reverse Pitching), 소그룹 토의, 전체 토의를 통해 더 현장 중심의 논의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분과별 세부 주제를 도출하고 연구 방향을 공유하며, 앵커체계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 협력 과제를 함께 점검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이번 행사가 단순 발표 중심의 학술행사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토론회가 정해진 발제를 듣고 의견을 덧붙이는 형식이라면, 이번 콜로키움은 리버스 피칭과 소그룹 토의, 전체 토론을 통해 실행 가능성을 더 깊이 논의하는 구조를 취했다. 이는 지역혁신과 산학협력 논의가 이제 선언적 구호나 제도 소개를 넘어, 현장에서 무엇이 실제로 작동하고 무엇이 막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점검하는 단계로 들어서고 있음을 보여 준다.
특히, 리버스 피칭 세션에서는 주제1: 부처 연계 성과 확산, 주제2: 공유대학, 주제3: 초광역 성장 엔진을 중심으로 발표가 이뤄졌고, 이를 토대로 분과 토의와 종합 토론이 진행됐다. 이 세 가지 주제는 현재 지역혁신 정책이 안고 있는 핵심 과제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부처 연계 성과 확산은 개별 부처 사업이 서로 단절된 채 흩어지지 않고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해야 한다는 과제이고, 공유대학은 대학 간 자원과 교육 역량을 나누며 인재 양성의 효율성과 지역 적합성을 높이는 문제와 연결된다. 또 초광역 성장 엔진은 개별 지역 단위를 넘어 더 넓은 권역 차원의 협력과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이러한 의제들은 모두 하나의 공통된 질문으로 모인다. 지역과 대학, 산업과 정부가 지금처럼 따로 움직여서는 과연 지역혁신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지역의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산업 구조 변화, 수도권 집중 심화는 더 이상 개별 대학이나 한 지자체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이럴수록 대학은 지역 안에서 더 적극적인 연결자이자 실험실이 되어야 하고, 정책은 개별 사업의 성과를 쪼개어 평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연계와 축적, 확산의 구조를 더 중요하게 보아야 한다. 이번 콜로키움은 바로 그런 문제의식을 ‘앵커체계’라는 이름 아래 구체화한 자리였다.
둘째 날 간담회에서는 ‘지·산·학협력 사업 대상 효율적인 성과 평가 방안’을 주제로 더욱 깊이 있는 의견 교환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지·산·학협력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성과 확산 체계와 평가 방식의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향후 정책 및 사업 운영에 반영할 수 있는 시사점을 공유했다.
지금까지 많은 산학협력·지역혁신 사업이 양적으로는 확대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무엇을 성과로 볼 것인가”라는 질문이 남아 있었다. 숫자로 측정하기 쉬운 실적만 강조되면, 정작 지역에 오래 남는 협력 구조나 대학과 산업 간 신뢰의 축적, 지역사회 문제 해결 역량 같은 본질적 성과는 제대로 드러나기 어렵다. 반대로 평가 체계가 지나치게 추상적이면 사업 운영의 방향성과 책임성이 약해질 수 있다.
결국 효율적인 평가란 단순히 더 엄격한 지표를 만든다는 뜻이 아니라, 지역과 대학, 산업이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 더 정교하게 읽을 수 있는 틀을 갖추는 일에 가깝다.
이 때문에 성과 확산 체계의 고도화 역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좋은 모델이 일부 지역이나 몇몇 대학에만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성공이라기보다 사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앵커체계가 진정한 의미를 지니려면, 특정 사업의 성과가 다른 지역과 기관으로 번역되고 이전될 수 있어야 한다. 즉 성과는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확산’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콜로키움에서 그 문제를 별도 의제로 다룬 것은 상당히 시의적절하다.
원광대학교 남궁문 교수는 “이번 오픈 콜로키움은 앵커체계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주체 간 협력 가능성을 확인하고, 실행 중심의 논의를 구체화한 자리였다”라며, “앞으로도 산학협력과 지역혁신을 연결하는 논의의 장을 지속하여 확대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핵심은 협력 가능성의 확인과 실행 중심 논의의 구체화다. 사실 산학협력과 지역혁신은 오래전부터 많은 회의와 포럼에서 언급됐다. 그러나 반복되는 담론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가 더디다면, 그 이유는 연결의 구조가 충분히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이번 콜로키움은 그런 점에서 ‘무엇이 필요하다’라는 선언을 넘어 ‘어떻게 연결하고 어떻게 평가하며 어떻게 확산할 것인가’라는 더 구체적인 질문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고 볼 수 있다.
주최·주관 기관들은 이번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앵커체계 활성화와 지·산·학협력 생태계 고도화를 위한 후속 협력과 정책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혁신 담론의 가장 큰 약점은 종종 행사가 끝나면 논의도 함께 멈춘다는 데 있다. 이번 콜로키움이 정말 의미를 지니려면, 여기서 오간 논의가 실제 사업 설계와 정책 조정, 대학 현장의 운영 방식으로 이어져야 한다. 산학협력도, 공유대학도, 초광역 성장 전략도 결국 문서 위의 개념에 머물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2026 앵커체계 활성화를 위한 오픈 콜로키움’은 하나의 학술행사이면서 동시에, 지역혁신이 어디에서 막히고 어디서 다시 풀려야 하는지를 점검하는 정책 실험의 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역소멸과 산업 전환, 인재 양성의 위기는 더 이상 한 축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대학은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앵커가 되어야 하고, 정책은 그 앵커가 흔들리지 않도록 연결과 축적의 체계를 세워야 한다. 이번 콜로키움은 그 출발점을 다시 확인한 자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