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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습득의 새로운 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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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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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에 따른 의사소통적 바람에 부응하는 편안함에서,
만나고 부딪히면서 점차 확대해 나가는 학습적 방법이 필요하다


▲ 우리는 현 시점에서 영어권 원어민들의 모국어인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 아니면 세계화 시대 흐름에 맞춰 전 세계인과 교류하기 위한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 한번쯤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연예인들이 가끔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발음이 지나치게 한국적이라든가 문법과 어휘가 조금만 표준에서 어긋나기라도 하면 즉시 주변 사람들을 박장대소하게 하는 웃음거리가 되고 만다.

정작 그 외국인은 내용을 다 이해했는데도 말이다. 한국에서 한국식 영어인 콩글리쉬를 하면 영어에 대한 언어 지식이 매우 부족한 언어학습자로 낙인 찍혀 세계 시민이 되기에 부족한 조건을 갖춘 사람으로 여겨진다.

그럼, 우리의 영어 학습의 목적은 단지 영어 원어민과 의사소통하기 위한 것인가. 그래서 매우 표준화된 미국, 영국식 영어를 학습하고 사용해야만 하는가. 이 규범에서 벗어난 영어는 국제사회에서 자격이 없는 것인가. 누군가의 콩글리쉬를 들으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우리는 무엇 때문에 영어로 말할 때, 위축이 되는가. 

남편의 일 때문에 홍콩에 거주했을 때가 있었다. 난 내심 아이의 영어교육 문제 해결과 나의 영어 실력 향상에 유익을 얻게 될 거라는 기대에 부풀었었다. 영국 학교가 제법 많은 홍콩이라면, 영국 원어민이 직접 가르치는 우수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을 것이며, 아이와 나도 제대로 된 영국 영어를 배울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 시기가 됐을 때, 대부분의 영어 유치원 교사들이 아시아 출신인 것을 알고 적잖이 실망했었다. ‘유치원 학비가 얼마인데 어떻게 인도, 홍콩, 필리핀 교사한테 내 아이의 영어 교육을 맡겨.’ 난 솔직히 내 아이가 미국이나 영국 백인 원어민 교사가 아닌 아시아 교사한테서 영어로 교육을 받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제대로 된 외국어 학습이라면, 그 나라의 원어민에게서 배워야 가장 효과적이라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 반 동안 아시아 교사 밑에서 교육을 받은 아이의 영어실력은 예상보다 빠르게 향상되었고, 이 경험을 통해 나의 고정관념은 어느 정도 누그러질 수 있었다.  

내가 홍콩에서 살았던 곳은 전 세계 사람들이 다 모여 있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홍콩 사람들보다는 외국인들이 더 많이 거주했던 작은 ‘지구촌’이었다. 상권이 조성된 장소 주변의 큰 광장에는 주말이면 다양한 인종과 언어가 서로 만나 교류하는 장이 열리곤 했다. 여기에서도 세계 공용어인 영어는 세계인의 관계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감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 모인 대다수의 사람들은 우리 식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표준화된 영어를 사용했다고 말할 수 없다.

홍콩, 인도, 필리핀, 일본, 말레이시아, 브라질,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매우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 그들은 각기 그들의 방식으로 영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표준화된 영어 원어민의 발음, 문법, 수준 높은 어휘 사용은 기대하기조차 힘들었다. 그들은 모국어인지, 영어인지 모를 그들 방식의 영어를 사용하여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며 친목을 도모하였다.

그 동안 미국 영어에만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처음에는 이런 상황이 매우 낯설게 느껴졌었다. 그들의 영어를 이해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차차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필리핀 사람과는 그들 방식대로 장문보다는 단문을 주로 사용해 대화를 했다. 홍콩 로컬시장이나 식당에서는 완성된 문장보다는 주요 단어 중심으로 말해야 그들과 소통할 수 있음을 터득했다.

나는 홍콩에 거주하면서 기대했던 영국식 영어는 배워 오지 못했지만, 여러 각국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그들의 영어 스타일에 맞춰 말할 수 있는 전략을 자동적으로 익히게 되었다. 나의 이런 경험은 ‘표준화된 영어’와 ‘영어 원어민처럼 말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 주었다.

우리가 영어를 학습하는 목적이 단지 영어권 원어민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세계적 교류가 활발한 요즘, 우리는 비원어민 영어화자들과 사업을 진행하고, 사랑을 속삭이며 사교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도 영어를 사용해야 한다.

우리는 현 시점에서 영어권 원어민들의 모국어인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 아니면 세계화 시대 흐름에 맞춰 전 세계인과 교류하기 위한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 한번쯤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영어교사의 자질에 관계없이 백인 영어 원어민 교사가 선호되고, 콩글리쉬를 하면 가차 없이 표준화된 미국영어의 잣대로 우리의 영어 능력이 판단되는 지금의 풍토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제는 영어 지식을 학습해 좋은 시험 점수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영어를 공부하는 것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영어적 해득과 작문, 외교나 학술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그와 걸맞은 학습을 하고 필요한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실생활에서의 다양한 국적의 언어 화자와의 의사소통을 꿈꾸며 영어를 학습한다면, 기존의 경직된 학습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세상에 완벽한 구사능력이 선행되는 언어적 습득방식이 어디에 있겠는가. 필요에 따른 의사소통적 바람에 부응하는 편안함에서, 만나고 부딪히면서 점차 확대해 나가는 학습적 방법이 필요하다. 이렇게 된다면, 좀 더 덜 위축되고, 더 여유 있는 마음에서 언어를 습득해나가는 행복한 영어 학습자가 되지 않을까.


박성원 

박성원은 삼성인력개발원과 국, 내외 대학의 한국어 교육기관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해 왔다. 유럽인과 결혼해 다문화 가정에서 다문화, 다언어를 실제 공간에서 체험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다문화-다중언어를 위한 언어문화운동을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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