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리터러시협회는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의 후원으로 서울도서관에서 진행한 세대 연결형 프로젝트 ‘AI와 함께하는 스토리텔링 클래스’를 마무리했다. 초등학교 5학년 이상 어린이·청소년 30명은 할머니·할아버지의 삶과 가족의 기억을 직접 인터뷰하고, 이를 생성형 AI를 활용해 한 권의 동화책으로 완성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AI는 이야기를 대신 만들어주는 주인공이 아니었다. 가족의 기억을 듣고, 의미를 찾고, 자신의 언어로 다시 구성하는 과정은 학생이 맡고 AI는 그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표현하는 보조 도구로 활용됐다.
교육은 8월 한 달 동안 서울도서관에서 총 4회에 걸쳐 진행됐다. 참여 학생들은 조부모의 어린 시절과 가족의 역사, 기억에 남는 사건 등을 직접 질문하고 들은 뒤 이를 동화의 인물과 사건, 장면으로 재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AI 활용법만 배우지는 않았다. AI 리터러시를 비롯해 개인정보 보호, 저작권과 출처, 창작 윤리, 인터뷰 방법, 책 기획, 스토리 구성, AI를 활용한 삽화 제작과 편집 디자인 등 디지털 시대의 창작자가 알아야 할 기본적인 소양을 함께 익혔다.
특히, 가족 이야기를 활용하는 만큼 개인정보와 초상, 기억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도 중요한 학습 요소가 됐다. AI를 잘 사용하는 능력뿐 아니라, ‘무엇을 입력해도 되는가’, ‘누구의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 하는가’를 판단하는 책임이 함께 요구되기 때문이다.
참여 학생 권민서 양은 “AI가 이야기를 대신 만들어 준 것이 아니라, 제가 들은 할머니·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더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 같다”라며, “가족 이야기가 실제 책이 돼 다른 사람에게 읽힌다는 점이 뿌듯했다”라고 말했다.
8월 30일 열린 북 콘서트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동화책을 전시하고 작품의 주제와 제작 과정을 소개했다. 황선미 작가와 고수산나 작가도 참여해 학생들의 작품을 살펴보고 가족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과 문학적 표현의 의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황선미 작가는 “좋은 이야기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 속에 이미 들어 있다”라고 말했다.
완성된 동화책은 실제 인쇄물로 제작돼 학생들에게 전달됐으며, 희망자의 작품은 서울도서관에 기증돼 시민 누구나 열람하고 대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한 가족의 사적인 기억이 개인의 추억에서만 머무는 것을 넘어선다. 한 세대가 살아온 경험을 다음 세대가 듣고 기록하고, 다시 시민이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남기면서 가족사는 작은 생활사의 기록으로 확장된다.
김묘은 디지털리터러시협회 대표는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AI를 단순히 사용하는 것을 넘어 책임 있게 활용하면서 창작 전 과정을 경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활동이 보여주는 핵심도 여기에 있다. AI 시대의 창작교육은 더 빨리 결과물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누구의 이야기를 담을 것인지, 무엇을 사실로 확인할 것인지, 개인정보와 저작권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지, 그리고 기술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를 함께 배워야 한다.
‘AI와 함께하는 스토리텔링 클래스’는 AI 리터러시와 가족 인터뷰, 독서문화, 실물 도서 제작, 전시와 북 콘서트를 하나로 연결했다. 기술교육을 넘어 세대 간 기억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문화교육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AI 창작교육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