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30(토)

홉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12.07.26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인간은 그들 모두를 위압하는 공통의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전쟁상태에 들어간다

▲ 그의 대표적인 말,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등장하는 『리바이어던』은 사람들을 공포와 전쟁으로 몰아넣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했던 절대 권력이라는 괴물이었다.


홉스(Thomas Hobbes, 1588-1679)는 영국 시골 마을의 보잘 것 없는 집안에서 미숙아로 태어났다. 그는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하고 가정교사로 지냈으며, 이태리, 프랑스 등을 여행하다가 영국으로 돌아온 후 프랜시스 베이컨의 개인비서로 일했다. 그의 역작인 『리바이어던』(Leviathan)은 구약성서 「욥기」 40,24절에 나오는 강력한 힘을 가진 바다 괴물을 일컫는다. 

홉스는 『리바이어던』을 신화 속의 괴물에서 현실 세계의 절대 강자인 국가로 탈바꿈시켰다. 그가 책을 집필할 당시에 영국은 프랑스와의 백년 전쟁, 귀족들 사이의 내전, 청교도 혁명 등으로 인해서 매우 혼란한 시기였다. 그의 대표적인 말,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등장하는 『리바이어던』은 사람들을 공포와 전쟁으로 몰아넣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했던 절대 권력이라는 괴물이었다. 

『 리바이어던』에 나오는 말들을 가지고 그의 생각을 되새겨보자. 우선 사고와 감각의 관계부터 알아보자. 홉스에 의하면 “모든 사고의 근원은 우리가 감각(sense)이라고 부르는 것에 있다. 인간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모든 개념은 최초에는 전체적으로든 부분적으로든 감각기관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감각기관이 얻는 것을 근원적으로 하여 나머지 개념들이 생겨난다... 감각의 원은 바깥의 물체 혹은 대상이다. 이 대상이 각 감각의 고유 기관을 압박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감각에 의해서 대상이 경험되면 사고, 즉 개념이 생겨난다는 말이다. 나아가 사고하는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인데, 그는 언어가 음성적 체계와 낱말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언어의 일반적 효용은 마음속 담화를 입말로, 사고의 연속을 낱말의 연속으로 바꾸어 준다는 점이다.”

이렇게 사고와 감각, 그리고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이 필연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선한 본성이다. 그래서 홉스는 “타인에게 선을 베풀려는 욕망은 인자(benevolence), 선의(good will) 자선(charity)이라고 한다. 이것이 인간 일반에 대해 나타날 경우 선량한 성품(good nature)”이라고 말한다. 

타인에게 호의와 선한 의지 그리고 자비를 베푸는 것은 인간이 가져야 할 당연한 욕구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부에 대한 욕망은 탐욕(covetousness)”일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삶의 태도는 인간의 공동체 혹은 정치 공동체에서 필요로 하는 타인에 대한 명예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가급적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큰 선물을 주는 것도 그에게 명예(honour)를 부여하는 일이다. 어떤 이익이 있을 때, 타인에게 길을 양보하거나 장소를 양보하는 것은 명예를 부여하는 일이다. 남에게 말할 때 잘 생각해서 하고, 다른 사람 앞에서 품위를 지키며 겸손한 것은 상대에게 명예를 부여하는 것이다.” 

물론 인간이 절대적으로 명예만 추구할 수 있는 이성적 존재는 아니다. 홉스는 “만족된 생활을 획득하는 것, 그리고 만족된 생활을 확보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자발적 행위이며 자연적 성향이다... 자연은 인간이 육체적․정신적 능력의 측면에서 평등하도록 창조했다... 정신적 능력들의 경우에는 체력보다도 오히려 더 평등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능력의 평등에서 희망의 평등이 생긴다... 파괴와 정복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경쟁의 주된 목적은 자기 보존이다”라고 말함으로써 공동체 속에 있는 개별적 인간의 본능에 대해서 피력한다. 

만족된 생활과 자기 보존을 위해 노력하고 지향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러한 기본적 욕구를 통제할 수 없는 경우(그것이 권력이 될 수도 있지만)에는 결국 “만인에 대한 전쟁”도 불사하게 마련이다. 그것을 홉스가 잘 간파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인간의 경쟁 때문에 이익확보를 위한 약탈자가 되고, 불신 때문에 안전보장을 위한 침략자가 되고, 공명심 때문에 명예 수호를 위한 공격자가 되는 것이다. 첫째는 타인과 그들의 처자권속 및 가축들을 지배하기 위해 폭력을 동원하는 것이고, 둘째는 자기 방어를 위해 폭력을 동원하는 것이며, 셋째는 한마디 말, 혹은 단 한 번의 웃음, 혹은 의견의 차이 등, 자신의 신상이나 자신의 친척, 친구, 민족, 직업, 가문에 대해 얕잡아보는 사소한 표현들 때문에 폭력을 동원하는 것이다. 이로써 다음과 같은 사실이 분명해진다. 즉 인간은 그들 모두를 위압하는 공통의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전쟁상태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 전쟁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이성’이요, 그로인한 ‘평화적 규약’, ‘이성의 법칙으로서의 정의’, ‘이성의 명령으로서의 법’, ‘평화를 허용하는 용서’라고 역설한다. “인간을 평화로 향하게 하는 정념으로는, 죽음에 대한 공포, 생활의 편의를 돕는 각종 생활용품에 대한 욕망, 그러한 생활용품을 자신의 능력으로 획득할 수 있다는 희망 등이 있다. 그리고 이성은 인간들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적절한 평화의 규약(規約, article)을 시사한다... 정의는 신의 계약을 준수하는 것이며, 우리 자신의 생명에 파괴적인 어떤 일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이성의 법칙이며, 따라서 자연법이다.”

더불어서 인간과 인간, 공동체와 공동체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고 더 나은 사회 혹은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인격’, 즉 군중의 대표가 되는 인격이 중요하다. 군중은 인격이요, 그 인격의 단일체를 대표하는 자 역시 반드시 단일성으로서의 인격이 되어야 한다. 

“인격(person)이란 말이나 행위가 그 자신의 것으로 간주되는 사람, 혹은 그의 말이나 행위가 타인 혹은 다른 사물의 말과 행위를 대표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사람을 말한다... 군중은 한 사람 또는 하나의 인격에 의해서 대표될 때, 만약 그것이 그 군중 개개인 전부의 동의에 의해 그렇게 된 경우, 하나의 인격이 된다. 하나의 인격을 이루는 것은 대표자의 단일성(unity)이지, 대표되는 자의 단일성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격을, 그것도 유일한 인격을 지니는 것은 대표자이다. 그렇지 않으면 군중의 ‘단일성’은 이해될 수 없다.”

군중은 자유를 갈망한다. 아니 자유로운 존재가 되어야만 한다. 군중은 비지배적 자유를 추구하는 존재이다. 이에 홉스는 말한다. “자유(liberty, freedom)는 본래 저항의 부재를 의미한다. 여기서 저항이란 외부적 장애를 말한다.” 이처럼 어떠한 외부적인 지배나 감시, 폭력 등으로부터 절대로 자유로운 백성이 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철학하는 백성이다. 

함석헌의 말을 빌린다면 “생각하는 백성”이 되는 것이다. 홉스는 그것을 추론 능력, 추론적 지식이자 대상의 속성을 꿰뚫는 능력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상 철학이란 매순간 부딪치는 사건들에 대해 삶의 깊이를 헤아리는 사유 방식일 것이다. “나는 철학이 추론을 통해 얻은 지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즉 어떤 것의 생성방식으로부터 그것의 속성을 알아내는 것, 혹은 속성으로부터 그것이 생성될 수 있는 방식을 알아내는 것이 바로 철학이며, 이로써, 물질과 인간의 힘이 허용하는 한, 인간의 생활이 요구하는 효과를 생산할 능력을 갖게 된다.”

다만 그가 말하듯이 철학 곧 이성(ratio)의 한 능력인 계산하는 능력으로만 일관하지 않는다면 삶의 희망을 가져볼 수 있지 않을까. “획득할 수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욕구’는 희망이라고 한다. 획득할 수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욕구는 절망이라고 한다.” 

백성이든 지도자가 될 사람들이든 벌써부터 연말의 희망을 수치적으로, 계량적으로 ‘계산’하지 않기를 바란다. 자칫 스스로 혹은 백성으로 하여금 또 다른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깊이 사유하는 백성이라면 그 희망의 혜안이 열릴 것이라 믿는다.


김대식 박사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 타임즈코리아 편집자문위원. 저서로는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 세계』 등이 있다.





타임즈코리아 톡톡뉴스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홉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

Warning: Unknown: write failed: Disk quota exceeded (122) in Unknown on line 0

Warning: Unknown: Failed to write session data (files). Please verify that the current setting of session.save_path is correct (/home/danbi/public_html/data/session) in Unknown on line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