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30(토)

‘맘’ 자락 어딘가에 영혼이 멈춰서면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14.11.12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마음은 하늘의 숨을 머금은 듯 그 청아함과 숭고함을 간직하고 있다.
 
마음은 자연을 닮은 순수 형상일까? 함석헌의 시어가 가리키는 마음은 자연 본성이다. 반복적인 운율을 따라 자연의 시어들을 구사하는 작가의 무의식은 강박적으로 자연을 지향한다. 마지막 연의 “차라리”라는 어투가 갖는 함의는 본성을 아예 탄생의 본래적 순수성으로 가져간다. 그런데 왜 그는 ‘마음’을 ‘맘’이라 했을까? 그것은 단순 축약어가 아닌 말의 아낌이고, 마음을 다 드러내지 않으려는 작가의 감성적 과잉의 절제나 다름이 없다. 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 자연을 닮은 순수함이 달아나기라도 할 듯이 꼭꼭 감추어둔 ‘맘’은 살포시 그 언저리만 내보인다.
 
자연이-마음의-외면이라면,-.jpg▲ 자연이 마음의 외면이라면, 마음은 자연을 닮은 순수한 내면이다.
 
 
<맘>
 
맘은 꽃
골짜기 피는 난
썩어진 흙을 먹고 자라
맑은 향을 토해
 
맘은 시내
흐느적이는 바람에 부서지는 냇물
환란이 흔들면 흔들수록
웃음으로 노래해
 
맘은 구름
푸른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
한 때 한 곳 못 쉬건만
늘 평온한 자유를 얻어
 
맘은 봉
구름으로 눈물 닦는 빼어난 바위
늘 이기건만 늘 부족한 듯
언제나 애타는 얼굴을 해
 
맘은 호수
고요한 산 속에 잠자는 가슴
새벽 안개 보드라운 속에
헤아릴 수 없는 환상을 건너
 
맘은 별
은하 건너 반짝이는 빛
한없이 먼 얼굴을 하면서
또 한없이 은근한 속삭임을 주어
 
맘은 바람
오고감 볼 수 없는 하늘 숨
닿는 대로 만물을 붙잡아
억만 가락 청의 소리를 내
 
맘은 씨알
꽃이 떨어져 여무는 씨의 여무진 알
모든 자람의 끝이면서
또 온갖 병상의 어머니
 
맘은 차라리 처녀
수줍으면서 당돌하면서
죽도록 지키면서 아낌없이 바치자면서
누구를 기다려 행복 속에 눈물을 지어
 
마음은 가만히 있어도 묻어나는 향기와 같아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방으로 퍼지며, 또한 소리처럼 온갖 울림으로 타인에게 말을 건넨다. 마음은 한곳에 머물지 않고 자유로운 얼굴이 되기를 원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은 고요한 침묵으로 일관하기도 하지만, 한 줄기 빛으로 자신의 자리를 드러내준다.
 
마음은 하늘의 숨을 머금은 듯 그 청아함과 숭고함을 간직하고 있다. 그렇게 될 때 마음은 하나의 잉태 가능성을 내포한 씨-알이 되어 모든 것들을 살려내는 힘이 될 것이다. 그것은 “차라리” 희생을 간직한 내적 깊이요, 타자에게 마음의 행복을 주려는 자기 수줍음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마음은 환상이라기보다 “차라리” 진실이자 사실이고 싶은 게다. 그래야 마음은 숨은 듯 숨지 않은 듯 자기의 본래성을 외면하지 않고 솔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들여다보지 않고도 어딘가에 마음이 있을 것이라고 갖게 되는 신념은 신앙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순수에 대한 열정은 거기에서 비롯된다. 인간의 마음은 적어도 오염되거나 탁해져서는 안 된다는 종교적 인간학이 작가의 시선과 더불어 보편적인 인간의 마음을 이상화한다.
 
마음의 자리는 어디에도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언제든 드러나니 자연과 닮아 있다. 자연이 마음의 외면이라면, 마음은 자연을 닮은 순수한 내면이다. 마음을 형상화하는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성경은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의 이미지를 닮은 사람이 가진 마음은 상징과 은유를 통해서라야 읽을 수도 있고 향기를 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함석헌이 그린 마음 시어가 오늘 우리 가슴에도 ‘꽃, 시내, 구름, 봉, 호수, 별, 바람, 씨앗’으로 그려져 맑은 향을 묻어내고, 웃음으로 노래하며, 한없이 은근한 속삭임을 주기도 하는 어머니가 되어주었으면…….  
타임즈코리아 톡톡뉴스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맘’ 자락 어딘가에 영혼이 멈춰서면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

Warning: Unknown: write failed: Disk quota exceeded (122) in Unknown on line 0

Warning: Unknown: Failed to write session data (files). Please verify that the current setting of session.save_path is correct (/home/danbi/public_html/data/session) in Unknown on line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