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0-07-13(월)

묵향 가득한 치유와 보람의 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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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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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시남부노인복지관 서예실은 시니어들의 품격과 넘치는 의욕으로 찾는 이들의 마음마저 평온하게 만든다.
 
노인복지관에서 가장 많은 교육 프로그램은 단연 서예이다. 서예는 붓으로 글씨를 쓰는 것이다. 이것을 두고 중국에서는 서법(書法), 일본에서는 서도(書道)라고 한다. 각각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예(藝)’에 중심을 두고 있다. 《주례(周禮)》에서는 ‘예(禮·예의범절), 악(樂·음악), 사(射·활쏘기), 어(御·말타기), 서(書·글씨 쓰기), 수(數·수학)’라는 여섯 가지 기예를 강조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예(藝)’는 인재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서예를 한다는 것은 이처럼 좋은 의미를 담고 있다.
 
화성시남부노인복지관-황준호.jpg▲ 화성시남부노인복지관 황준호 관장(왼쪽), 이형상 사회교육팀장(오른쪽)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이 모두 ‘예(藝)’와 연결된다. 화성시남부노인복지관(관장 황준호)에서 서예반을 지도하고 있는 조성우 강사는 늘 환한 미소로 즐거움 가운데 서예반 수강생들을 아름답게 이끌고 있다. 연구직 공무원으로 은퇴한 조성우 강사는 학문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감성과 지성이 균형을 이룬 덕망의 리더십과 교육철학을 겸비한 매력 있는 강사로 정평이 나 있다.
 
추사 김정희는 “문자향 서권기(文字香 書卷氣·책을 많이 읽고 끊임없이 인격적인 수양을 쌓은 사람에게서는 문자의 향기가 나고 책의 기운이 풍긴다)”라고 했다. 화성시남부노인복지관 서예실에서 조성우 강사를 만나면서 그의 말과 인품에서도 이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화성시남부노인복지관에서 사회교육을 담당하는 이형상 팀장은 “좋은 프로그램의 기획은 담당하는 강사를 통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며 “최고의 강사들을 발굴하고 초빙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한다”고 말한다. 이 말을 통해 사회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이형상 팀장의 열정과 노력은 물론 세심함을 엿볼 수 있다. 황준호 관장은 특유의 섬세함과 섬김의 마음으로 어르신들의 삶을 친절하게 살피면서도 넓은 안목의 리더십을 발휘한다. 이런 노력이 대한민국의 노인복지와 국가적 품격의 토대가 아니겠는가. 
 
조성우-화성시남부노인복지관.jpg▲ 조성우 화성시남부노인복지관 서예지도 강사
 
 
어떤 계기로 서예를 하시게 되었나요?
조성우 : 저는 농업 관련 연구기관에서 근무했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서예를 배우고 싶은 생각이 있었습니다. 용기를 내어서 시작했는데, 점점 더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예 다른 취미를 내려놓고 글씨에만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은퇴 후에는 이 좋은 서예를 나만 한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확산에 이바지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르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서예학원을 하고 시작하여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어떤 협회나 단체에 소속해서 활동하고 계시나요?
조성우 : 전혀 없습니다. 나름대로 그런 것도 좋겠습니다만, 저는 아직도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글씨도 쓰고, 관련 문헌들도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통해 저 자신을 연마하고 여기에서 얻어진 것들을 나누고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글씨를 쓰고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하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재미있고 보람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모든 자신이 정하는 우선순위에 따라 행동하지 않을까요. 저에게는 글씨를 쓰고 가르치는 일이 제일 좋으므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작품 활동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나 작품은 어떤 것인가요?
조성우 : 자식도 첫 자식이 귀하듯이 저에게도 첫 작품이 귀합니다. 물론 후에 나은 것이 여러 면에서 더 나을 수는 있겠으나 처음 작품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작품 중에도 “처음처럼”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인생에서 늘 처음의 그 마음으로 산다면 굉장히 의욕적이고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이런 마음에서 처음 작품이 애틋해서 집에 걸어놓고 있습니다.
 
주로 쓰시는 서체나 추구하는 방향은 어떤 것인지요?
조성우 : 저는 한문서예를 주로 합니다. 학원에서는 한글도 가르치기도 합니다만, 한글은 제 전공 분야가 아닙니다. 그래서 주로 한문서예를 가르칩니다. 서예는 모든 사람에게 다 좋지만, 특히 노년층에게 더욱더 좋습니다.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우울증이나 손 떨림, 치매 방지 등에도 아주 좋습니다.
 
화성시남부노인복지관-서예실.jpg▲ 화성시남부노인복지관 서예실에서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수강생들(왼쪽 윤순희, 오른쪽 황경숙)
 
 
어떤 계기로 화성시남부노인복지관에서 강의하시게 되었나요?
조성우 : 화성시남부노인복지관이 개원할 때 저희 선생님의 추천으로 강의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서예를 일주일에 한 번 와서 어떻게 강의를 해야 하나 막연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예라는 것이 무슨 이론을 설파하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그래서 궁리 끝에 채본을 미리 써와서 나누어주고 숙제를 내주는 방식을 활용했습니다. 그랬더니 개인적으로 돌봐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런 효율적인 지도 방식으로 이끌어 가다가 보니 수강하시는 분들의 실력도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스승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조성우 : 제 원래 선생님은 돌아가셨고, 지금은 그분의 제자였던 분의 가르침을 받고 있습니다. 요즘도 한 달에 한 번 강원도에 가서 배우고 있습니다. 제 선생님의 글은 힘이 넘치십니다. 모양을 내기보다는 획에 중심을 두고 가르치시는 분이십니다. 그런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에 제 작품에서도 그런 영향이 묻어납니다. “더 배울 것이 없는 사람은 더 가르칠 것도 없다”는 말이 있듯이 저도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계속하여 정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수강하고 계시는 분은 몇 분인가요?
조성우 : 한 반에 16명씩 총 32명이 배우고 있습니다. 서예반이 인원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수강신청을 못 하신 분들은 대기자로 기다리셔야 합니다. 한 명이 빠지면 그 자리에 들어올 수 있다 보니 수강 신청하는 날에는 많이 혼잡스럽다고 합니다. 반의 구분은 초급반, 중급반으로 나누어집니다. 그러나 수업방식은 그룹수업이 아니라 개인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러므로 실제 반의 구분은 어떤 수준보다는 개인적인 시간이나 사정에 따라 정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화성시남부노인복지관서예실.jpg▲ 화성시남부노인복지관 서예실에서의 조성우 강사와 수강생들의 이모저모
 
 
작품의 전시나 공모전 출품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조성우 : 가을이면 복지관에서 일 년에 한 번씩 전시회를 합니다. 1년 이상 되신 분들이 작품을 출품하여 전시합니다. 그 외에 다른 기관이나 공모전에는 그다지 많은 관심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공모전에 자꾸 출품하다가 보면 기량보다는 테크닉에 신경 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모전도 때로는 필요합니다. 기량이 어느 정도 되시는 분들에게는 공모전에 나가시도록 협조해 드리고 있습니다.
 
수강하시는 분들의 특징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조성우 : 도농복합지역이기 때문에 다양한 분들이 계십니다. 제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한다면, “어르신들이 품위 있게 늙으셨다”고 생각됩니다. 수업시간은 딱딱하지 않고 자유스럽게 진행합니다. 서로 돕고 격려하며 서예와 함께 인생의 희로애락을 나누며 즐겁게 서예에 심취하여 보람 있는 삶을 사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비전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조성우 : 저도 은퇴 이후의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지금처럼 가르치면서 건강하게 사는 것이 바램입니다. 제가 여기 와서 가르치는 일을 하고는 있지만,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저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늙어가야 하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수강하시는 분들의 인격이나 삶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좌우명이나 삶에 대한 철학이라면 어떤 것일까요.
조성우 :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행복한 삶의 기본은 부부가 사이좋게 사는 것입니다. 그다음은 자녀와의 올바른 관계입니다. 가족관계가 행복할 때, 외적으로도 아름답고 내적으로도 만족하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 하루 이틀 사이에 만들어진 말이 아니지 않겠습니까. 이런 말이 지속하여 전해오는 것은 수많은 사람의 삶을 통해서 증명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웃과 사회 그리고 국가적인 안녕과 번영도 가족의 행복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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