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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오컴, 보편은 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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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2.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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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논쟁 '실재론'과 '유명론'의 대립

▲ 보편논쟁(Universalienstreit)은 ‘실재론’(realism, ante res)과 ‘유명론’(post res)이 맞서면서 전개되었다. ‘실재론’(realism, ante res)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존재보다도 그것들을 총괄하는 보편적 개념에 더 많은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다. 반대로 ‘유명론’(post res)은 오직 개별자만이 현실적이며 보편자란 단지 우리의 관념 속에서나 존재할 수 있는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보편은 여러 주어의 술어가 될 수 있는 기호이다.”(아리스토텔레스)

 윌리엄 오컴(William of Ockham, 1280/1290?-1349/1350?)은 영국에 있는 서리(surrey)군에 속한 조그마한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는 유명한 중세 스콜라 철학자 둔스 스코투스(Duns Scotus)의 문하생으로서, 플라톤의 실재론과 대결하였고 영국 경험론을 발생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른바 ‘오컴의 면도날’로 알려져 있는 ‘유명론’(唯名論, nominalism)은 중세 초기의 보편 논쟁에서 발단하였다.

보편논쟁(Universalienstreit)은 ‘실재론’(realism, ante res)과  ‘유명론’(post res)이 맞서면서 전개되었다. ‘실재론’(realism, ante res)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존재보다도 그것들을 총괄하는 보편적 개념에 더 많은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다. 반대로 ‘유명론’(post res)은 오직 개별자만이 현실적이며 보편자란 단지 우리의 관념 속에서나 존재할 수 있는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편이 실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실재론자, 보편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말만이 보편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유명론자라고 한다.

유명론에 의하면, 실재하는 것은 개인뿐이고 사람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입에서 나온 소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vocalis, et non realis). 보편은 말(vox prolata)에 있다([Universale] universaliter est tantum in anima vel est universale per institutionem, quomode vox prolata... est universalis). 보편은 정신 밖의 개체적인 사물 안에서는 아무런 실재적인 존재를 갖지 않는다(Nullum Universace est extra animam existens realiter in substantiis individuis nec est de substantia vel esse earum). 어쩌면 보편은 정신 안에 존재할는지 모른다(illud, quod primo et immediate denominatur universale, est tantum ens in anima).

“‘소크라테스가 인간이다’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개인 안에 따로 ‘인간이다’라는 유(類)의 실재를 구별하여 유가 실재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하나의 존재이고, 플라톤도 하나의 존재라는 개체에서 멈추어야 하며, 둘 다 ‘사람이다’라고 하는 ‘사람’은 모든 소크라테스와 모든 플라톤 각 개인을 명백하게 가리킬 뿐이요, 유사성은 어쩌면 정신 안에서나 또는 말 안에서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유명론의 입장은 신에 대한 이해까지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신은 결코 양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부분들로 결합되어 있지 않다. 왜냐하면 신은 물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컴은 형상과 질료의 결합, 곧 신의 보편적 형상 질료의 결합설을 일축하였다.

나아가 오컴은 “본질이 신이고 실존이 곧 신이다. 존재가 신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신은 여러 가지로 말해지나 종국에는 참으로 단순하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계승하여 보편이 한 실재나 사물이 아닌 것처럼, 신의 속성이 개념이나 명사(名辭)일 때에는 결코 신의 본질이 아니라고 하였다. 그것들은 신을 대신하여 지시하지도 않고, 보편이 실재의 기호에 불과한 것과 마찬가지로 기호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보편과 개체에 대한 논쟁은 서양철학사에서 줄곧 철학자들의 첨예한 관심사가 되어 왔다. 보편을 강조하면 개체가 일반화되면서 그 특수성이 무너지고 전체주의로 흐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에 의해서 자행된 인종청소의 대학살이 되었던 것임을 기억할 때, 인간이나 사물에 대한 일반화는 사뭇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다만 개체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함과 동시에 각 개인의 사유와 행위를 훼손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건전한 공동체를 위한 의사소통과 합의를 이루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은 현대 사회의 또 다른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개체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공동체성이 와해되고, 공동체성을 우선하다 보면 전체주의적 폭력성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컴의 면도날 논쟁은 작게 보면 신의 본질이 통일되어 있다는 논리, 즉 신은 개체나 속성의 부분들이 결합되어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가 있다.

그러나 크게 보면 개체들을 일반화하여 단 하나의 무엇으로 단정․규정짓는 것을 경계하고 있음을 간파하게 된다. 인간과 사물에 심지어 신에게 이름을 붙이거나 호명한다고 해서 그것의 본질 전체를 다 드러냈다고 말하는 것은 왠지 사위스럽고 생급스럽지 않은가.


김대식 박사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 타임즈코리아 편집자문위원. 저서로는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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