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30(토)

한국의 미(美)를 그윽하게 담아내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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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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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의 현대화를 통한 전통의 시대 가치적 구현과 다가오는 미래를 위한 발전과 도약을 힘차게 이끄는 세밀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한다. 
 
한국의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보는 외국인들은 감탄을 금치 못한다. 어디 가을뿐이겠는가! 사시사철이 모두 다양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봄이면, 김소월의 시 ‘진달래 꽃’이 말하는 분위기와 같은 정서는 물론, 온갖 아름다운 민족적 정서가 온 산 가운데 분홍, 노랑, 초록 등등 자연이 만들어내는 색체들로 물든다. 여름이면 산이며, 계곡의 푸름과 비단결 같이 맑은 물,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다가 우리 민족의 섬세함과 저력을 대변해준다.
 
불긋불긋 단풍이 물드는 가을이면, 지붕위에는 빨간 고추가 널려지고, 들판에는 황금물결이 일렁인다. 순백의 세상을 만드는 겨울은 한국화의 깊은 맛과 멋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듯하다.
 
한국의 미(美)는 자연만이 아니다. 핵심은 그 가운데 살아가는 순박한 사람들이 정(情)과 어울림으로 빚어내는 ‘흥’이다. 서구의 미학적 세계관으로는 해석하기 어려운 ‘흥’의 문화가 지금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를 열광시키고 있다.
 
양금옥(화접도).jpg▲ 양금옥 작가의 작품 - 화접도
 
이런 힘은 경천애인(敬天愛人)과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정신에서 출발하는 우리민족의 마음 저변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렁찬 기상, 섬세한 세련미가 뿜어져 나오며 조선, 건축, 자동차 등은 물론, IT를 비롯한 첨단기술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게 하는 것이다.
 
모든 것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 한국의 눈부신 발전에도 이런 힘을 모아주며 다듬어서 아름답고 기운차게 발산하게 하는 한국 여인들의 조용한 저력이 숨어 있다.
 
신사임당, 허난설헌, 한석봉의 어머니를 비롯하여 평범한 가정의 아낙들에 이르기까지 한국 여성과 어머니가 지닌 파토스(pathos)와 에토스(ethos)의 힘이 우리의 빛나는 문화를 키워온 중요한 요소이다. 이런 파토스(pathos)와 에토스(ethos)가 공급하는 영양으로 인해 남편과 자녀들은 올곧은 삶과 창의적인 역량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민화야말로 이런 정서와 힘의 상징이며, 유유하게 흐르는 물줄기이다. 이런 힘을 끊임없이 온고지신(溫故而知新)하게 하는 매체가 바로 민화가 아니겠는가? 민화는 이렇게 또 다가오는 하루하루를 이어가며 더욱더 새로운 희망을 전파하는 것이다.
 
모든 것에는 구심점이 있어야 하고 발전을 위한 토대도 필요하다. 민화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다. 따라서 민화의 이론적 토대와 연구 환경도 매우 중요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의 선도적인 열정을 가진 미술인이 바로 양금옥 작가이다.
 
민화의 현대화를 통한 전통의 시대 가치적 구현과 다가오는 미래를 위한 발전과 도약을 힘차게 이끌며 열망 가운데 달려가는 양금옥 작가를 만나본다.
 
IMG_9939.jpg▲ 한국현대미술협회 양금옥 작가
박요섭-작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인가요?
 
양금옥-꽃꽂이를 30년 정도 했습니다. 유화와 수채화도 해보았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민화와 만났습니다. 민화는 민초들의 그림이었기에 솔직하고, 강렬하지만 매우 소박합니다. 저는 이렇게 사람 사는 세상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담긴 민화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전시회나 매스컴의 보도를 통해서 민화의 오방색(빨강, 파랑, 노랑, 하양, 검정)이 가진 아름다움에 점점 더 매료되었습니다. 직접 그려보니 더욱더 깊게 빠져들게 만들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박요섭-작품 활동의 보람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양금옥-작품 활동을 하다가 보니, 민화의 깊이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 나름대로 연구에 몰두한 작품에 대해 많은 칭찬도 받았고, 때론 혹평도 있었습니다. 모두가 제게는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사람에게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그 안에는 개인마다 근원적으로 부여된 미적 감각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본능적인 감각을 민화가 잘 대변하고 있다고 봅니다. 민화에 대한 애호만으로는 저변확대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도 벌써 6년이나 되었습니다. 여러 제자들이 민화를 통하여 우리 것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 같아 아주 흐뭇합니다. 젊은 작가들이 민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더욱더 널리, 저변확대에 힘써주었으면 합니다.
 
스캔.금강전도bmp.jpg▲ 양금옥 작가의 작품 - 금강산도
 
박요섭-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초충도
플로리스트(Florist)를 30년 정도 한 탓이랄까요. 민화에 입문하여 첫 번째 접한 초충도에 매료되었습니다. 꽃과 벌, 나비, 각종 곤충들이 스스로 피고 지는 야생화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그림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자극을 받게 되었습니다. 신사임당의 표현기법에서는 익살스러움과 섬세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냥 스쳐 지나버릴 풀벌레와 보잘 것 없이 보이는 잡초도 화폭에 담겨지면 훌륭한 작품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깨달음을 갖게 하는 작품입니다.
 
금강산도
금강산도는 상상이 아닌 진짜 풍경을 그린 진경산수화입니다. 금강산의 다양한 지형과 풍경을 그린 산수화입니다. 현실세계와 차원을 달리하는 이상향 또는, 신선이 사는 곳으로 인식되어온 빼어난 경관을 담채기법으로 그렸습니다. 이것은 양반들은 물론 서민들도 좋아하는 그림입니다.
 
깊이 있는 표현력을 요하는 작품세계로 인해 많은 시련도 있었지만, 그만큼 큰 희열을 느꼈습니다. 산을 직접 느껴 보려고 강원도 계곡은 물론, 우리나라의 많은 산들과 심지어 중국의 산들도 가 보았습니다. 금강산도의 맥을 잇겠다는 포부로 많은 연습을 합니다. 겸재 정선의 기법을 닮아보려고 많은 연습을 하다가 병이 나기도 했습니다. 금강산은 민족과 역사가 우리에게 물려준 위대한 신맥((神脈)과 예맥(藝脈)이 합류하는 지점이라고 봅니다. 다시 말하자면 인류 본연의 자세를 알려주는 거울이고, 신이 베푼 사랑의 대화이며 속삭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요섭-작품에 대한 본인만의 스타일이라면 어떤 것인가요?
 
양금옥-여러 분야로 나눠진 민화에서 금강산은 그려갈수록 깊이가 있고, 쉽게 내 것이 될 수 없기에 더욱더 매진하게 됩니다. 시간과 노력이 합해져야만 작품에서 작가의 향기와 기운이 나오게 된다고 봅니다. 먹의 묘한 표현력과 금강산은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봉채라는 물감 역시 먹이 그려내는 선을 죽이지 않고 색감을 잘 나타내게 함으로써 금강산의 깊은 매력을 표현하는데 매우 좋은 것 같습니다. 이런 것에 집중하는 것이 제가 가진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책가도.jpg▲ 양금옥 작가의 작품 - 책가도
 
박요섭-작가 생활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어떤 것인지요?
 
양금옥-서민회화인 민화는 누구나 가진 인간 본연의 열망과 희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함께 호흡하는 것입니다. 많은 작가들과 교류하며 작품 활동을 하다가 보니, 소통에 문제가 없는 원만한 대인관계가 가장 소중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박요섭-소속단체들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미담(美談)회
한국의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미감이 담겨져 있는 민화를 가장 대중적이고 한국적으로 표현해 보고 자 하는 사람들의 단체입니다. 회원들이 분기별로 만나면서 제자들을 지도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민화의 전통 문화적 자리매김과 발전을 연구하고 발표하는 단체입니다.
 
2년에 한 번씩 전시회도 합니다. 입회 자격요건은 지도교수님에게 3년 이상 가르침을 받고 회원 과반수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품입니다.
 
야촌 윤인수 선생님이 지도교수입니다. 제가 5대 회장을 하면서 사명감을 가지고 젊은 회원들 영입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이것은 역동적으로 움직임으로써 세대 차이를 좁히고, 젊은이들에게 우리 것을 보다 더 많이 알리고 자 하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예원예술대학원 민화전문가과정
야촌 윤인수 선생님의 지도로 민화에서는 그려볼 수 없는 문인화와 산수화의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과정입니다. 저도 우리나라의 산수를 표현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제가 즐겨 그리는 금강산을 정확하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데에도, 이 과정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여기에서는 제가 3기 회장직을 맡았습니다. 지금도 박물관이나 민화를 접할 수 있는 여행을 추진하며, 후배들과 호흡하는 가운데 민화의 이해와 저변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각 기별로 모임도 있고 1년에 한번 씩 총동문 전시회도 합니다. 6회 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산수화의 난이도 때문에 재수까지 하면서 열심히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가회민화아카데미
윤열수 관장님과 송규태 원로 민화작가님을 고문으로 모시고 운영하는 모임입니다. 특히 윤 관장님이 열정적으로 추진하고 계십니다. 민화의 깊이를 더해 갈 수 있도록 각 분야 교수님들이 이론적인 강의도 해주시고, 작품도 많이 관람할 수 있도록 지방의 박물관이나 서울 근교의 갤러리도 답사하는 모임입니다. 현재 제가 10기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호족도.jpg▲ 양금옥 작가의 작품 - 호족도
 
 
박요섭-추천하고 싶은 작가들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윤인수
30년이 넘도록 오직 민화만을 고집하고 계시는 분이십니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신 작가로 후학양성에도 물심양면으로 최선을 다하시는 제 은사님이십니다.
 
정성옥
20여 년 동안 책가도만을 고집하고 계시는 분이십니다. 책가도의 일인자라고 하여도 손색이 없는 작가입니다. 후학양성에 도움을 주고자 책도 집필하고 계십니다. 공부하실 때 민화에 대한 정확한 지침서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계기로 책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합니다.
 
김해란
처음 민화를 접할 때, 가르침을 주신 제 은사님이십니다. 철저하게, 엄격하게, 꼼꼼히 지도해 주셔서 지금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기초를 튼튼하게 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봉사정신 또한 투철하셔서 사회곳곳에 훌륭한 씨앗을 뿌리고 계십니다. 민화의 저변확대를 위해서도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전시를 하시며 우리 것을 홍보하고 계십니다.
 
박요섭-삶의 철학이나 좌우명이라면 어떤 것인가요?
 
양금옥-은근과 끈기로 맡은바 책임에 있어서는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삽니다. ‘slowly but steadily(느리지만 꾸준하게)’를 중요시 여깁니다. 조급함은 실수를 불러오게 마련입니다. 모든 일에서 먼저 거시적인 안목으로 바라본 다음, 세밀한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화병모란도.jpg▲ 양금옥 작가의 작품 - 화병모란도
 
박요섭-타임즈 코리아 버추얼갤러리 관람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양금옥-무엇이든지 하고자 한다면, 언젠가는 그것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는 나쁜 것 보다, 좋은 것이 더 많습니다. 언제나 소망 가운데 열정이 넘치는 마음으로 사시기 바랍니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야”라는 광고가 있지 않습니까? 가장 서민적인 것이 가장 한국적인 것이고, 세계적인 공감대를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타임즈 코리아에서 이렇게 좋은 공간을 마련해주시고, 1만 작가 전시운동까지 추진해 나가시는 것도 매우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그림인 민화를 많이 사랑해주시고 버추얼 갤러리를 통해서 감상하시는 가운데, 생활에서의 스트레스도 날리고 영감도 얻음으로써 모두가 함께 발전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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