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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하는 삶이어야 살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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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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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살아야 한다. 이것은 삶의 기본 명제다.

그러나 인간은 살아갈 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데 대해 사색을 하는 존재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삶에 관해 진지한 사색을 한다.”

안병욱, 『길 道』, 자유문학사, 2005,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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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은 지성인의 특권이다. 지성인이란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자요, 살아가면서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당의 말입니다. 인간은 자기 삶에 대해 진지하고 깊이 있게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산다는 것이 먼저가 아닙니다. 사색과 생각이 먼저입니다. 소크라테스가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당은 이 시대의 크나큰 병폐는 진지하게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 데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그가 생철학자로 언급했던 슈바이처(A. Schweitzer)은 현대인의 병리를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현대인은 무사상(無思想)이다. 현대인은 자기의 사상을 갖지 않는다. 그는 진리에 대한 감각도 잃어버렸고 진리를 희구하는 마음도 상실한 채, 그저 취생몽사(醉生夢死)하며 여러 가지 의견 사이를 이리저리 떠다니고 말았다. 사색을 포기하는 것은 정신적 파산 선고나 다름없다. 현대는 사색의 멸시와 사색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현대인은 매일 매일의 허다한 지식에 압도되어 정신적 자산을 상실하고, 새로운 지식을 자기의 것으로 소화하지 못한다.”

 

정신적 빈곤과 사유의 빈약함은 단시간 내에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 같은 것입니다. 정신적 황폐화의 깊은 늪에 빠져서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스스로 운명(moira)을 짊어질 힘도 없습니다. 운명은 말 그대로 각자가 마땅히 수용해야 할 자기의 몫이고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합니다.

 

자기 몫을 곰곰 생각하며 자신의 생에 대해 감사와 인내로 대하는 것 또한 생의 지혜입니다. 니체가 운명애(amor fati), 곧 운명을 사랑하라고 한 것은 자기 생의 몫을 회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맞서 극복하라는 것입니다. 자기의 생이 왜 이 지경인가. 이렇게 물어보았자 운명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변하지 않습니다. 운명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좌우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의 질곡과 난관을 넘고 그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성찰하는 것 또한 인간의 몫입니다.

 

맹자(孟子)는 이것을 변론합니다. “하늘이 앞으로 이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고 할 때 반드시 그이의 심지를 괴롭게 하고 뼈마디를 수고롭게 하며, 몸을 굶주리게 하고 신세를 가난하게 하며, 그가 무엇을 하면 하려는 바를 망쳐서 불안하게 한다. 이것은 그의 마음을 꿈틀거리게 하며 내성을 길러서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天將降大任於是人, 必先苦其心志, 勞其筋骨, 餓其體膚, 空乏其身, 行拂亂其所爲, 是故動心忍性, 增益其所不能).”(맹자, <고자> 하 15; 『孟子』, 박경환 옮김, 『맹자』, 홍익출판사, 2005, p.316. 참조)

 

생은 단 한 번밖에 없습니다. 그러기에 한없이 소중하고 엄숙합니다. 이 땅에 수많은 생의 모습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개중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생을 성찰과 인종(忍從)으로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늘 한탄하며 자신의 생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무도 자신의 생의 무게를 대신 짊어 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입니다. 내게 주어진 생은 나의 몫이요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그것이 생을 성찰하면서 살아가는 삶의 자세입니다.

 

나의 생은 내가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지상의 다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생의 몫을 신에게 지울 수도 없습니다. 나의 생은 오직 창조적으로 만들어 가야 할(poiesis) 나만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생에 대한 성찰과 사유는 필연적으로 수반되어야 할 천분(天分)이요, 생에 대한 예의입니다.

 

안병욱, 『길 道』, 자유문학사, 2005, pp.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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