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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생이 안온(安穩)한 죽음을 약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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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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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죽음의 연습’이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우리는 죽는 연습을 하면서 인생을 살아야 한다.

태연자약(泰然自若)하게 죽을 수 있는 마음 자리를 준비하면서 네 인생을 살아라.

그것이 현인(賢人)의 길이다.”

안병욱, 『삶의 길목에서1』, 자유문학사, 1997,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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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죽음의 연습이다.” 이 말은 이당 선생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아들(안동규 교수, 현재 한림대학교 부총장)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이 말을 처음으로 한 사람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입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한 발짝을 내디딘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래서 마르틴 하이데거는 인간을 “죽음을 향한 존재”(Sein zum Tode)라는 말로 규정하였습니다. 누구나 인간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단 한 번 죽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우주 만물의 이치입니다.

 

그것을 알고 있다면 굳이 죽음에 대해서 두려워하거나 현재의 삶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많은 재물을 소유하려고 남에게 상처를 줄 까닭도 없습니다. 자식을 위해서 유산을 남긴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유산 때문에 자식들 사이에 분란이 발생하고 사람답지 못한 상황까지 벌어지는 것을 목격하기도 합니다. 죽음의 끝에 유산을 남기느니, 자식들에게 평생 남을 만한 좋은 생의 철학을 물려주는 것이 낫습니다.

 

죽음은 그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갈 뿐입니다. 자신이 왔던 곳으로 가는 것이니, 서러워할 것도 욕심을 낼 것도 없습니다. 초연하게 죽음을 사유하고 맞이해야 합니다. 도산 안창호도 “나에게는 죽음의 공포가 없다. 낙심하지 마시오”라고 유언했습니다.

 

성실과 사랑, 단순함과 소박함의 삶을 살았던 사람에게 죽음은 두려움이 아니라, 삶의 완성입니다. 칼 야스퍼스(K. Jaspers)는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죽음을 한계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당은 죽음이란 3가지 부정을 의미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첫째는 존재의 부정(否定)입니다. 내가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건입니다. 둘째는 경험의 부정입니다. 죽어 본 일이 없이 불현듯 죽음을 경험하니, 그 경험의 질과 양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인식의 부정입니다. 죽음을 묻는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대답할 수 없습니다. 그저 정의만 내릴 뿐입니다.

 

만일 죽음의 대강이 이렇다면 삶에 대해서 사유하는 만큼 죽음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소크라테스나 이당이 말한 것처럼 죽음을 연습한다는 것은 삶과 죽음을 하나로 보고 죽음 앞에서 멈칫거리지 않도록 생에 대해 성실하고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죽은 후에 인간은 무(無)로 돌아갑니다. 영원히 유(有)일 것 같은 생이지만, 언젠가 무가 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때그때 우리는 죽음을 앞둔 삶을 살듯이 일분일초라도 허투루 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철학은 죽음의 연습이다”라는 말은 사유의 처음과 끝에 걸려 있는 죽음을 매 순간 떠올리며 삶에 대한 깨달음을 소홀히 하지 말라는 엄중한 지침처럼 들립니다. 인간은 자신의 처음과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무(無)와 만나야 할 존재이기에, 이미 돌아갈 죽음의 흐름 터에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말을 새겨들어야 합니다. 생을 가치 있게 산 사람만이 행복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생을 가치 있게 산다는 것은 죽는 연습을 잘 하며 사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타자의 죽음을 통해서 나의 죽음이 실제임을 깨닫는 지혜를 배워야 할 것입니다.

 

안병욱, 『삶의 길목에서1』, 자유문학사, 1997, pp.139~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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