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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표현(表現)이 없는 존재는 존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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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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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배우는 사람, 춤을 배우는 사람, 기하학을 배우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인생을 사는 지혜를 배우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는 중요한 것을 너무나 소홀히 하고 있다.

학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인생학(人生學)이다. 배움 중에서 가장 중요한 배움은

인생을 바로 사는 지혜와 슬기를 배우는 것이다.”

안병욱, 『삶의 길목에서1』, 자유문학사, 1997, pp.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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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코리아] “인생은 학교로 비유된다. 산다는 것은 배우는 것이다. 생즉학(生即學)이다. 우리는 죽는 날까지 배워야 한다.”  


이당은 이 말을 통해 매우 자명한 이치를 밝혀주고 있습니다. 유달리 인간 사회에서만 학교라는 교육기관이 있는 것도 사람은 배워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학교가 아니라도 배울 수 있는 곳은 얼마든지 있다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 말도 틀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당이 말한 “인생은 학교다”라는 대명제에 보자면 ‘생의 평생 배움’, ‘생의 항상 배움’, ‘생의 겸손한 배움’은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의 자각’에서 생긴 배움에 대한 열망과 열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배움은 생을 근본적으로 체험하고 이해하고 표현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됩니다. 오늘날 배움의 기회와 도구는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배움이라는 것이 발전하기보다는 부작용에 시달리며 정체되어 있습니다. 획일화의 그늘에 가려서 수동적·피동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배움이 생의 목적 그 자체가 아니라, 도구나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배움은 생의 낯선 체험을 잘 이해하고, 그 이해를 통해 문화, 예술 등을 인간답게 표현할 수 있게 하는 토대가 되어줍니다. 결국 배움은 자기를 이해하고, 타자를 이해하며, 나아가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데 있습니다.  


이당은 이러한 관점에 힘을 싣습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볼 때 만물 중에서 가장 무력한 존재다. 살기 위해 문화를 배워야 한다.” 독일 철학자 칸트도 “인간은 교육을 필요로 하는 유일한 피조물”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배우는 사람이야말로 현명한 사람입니다. 배움은 사람을 겸손하게 합니다. 그래서 이당은 날마다 배우고 익히는‘일일학(日日學)’을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간다고 고백했습니다.  


배움은 수양의 과정으로서 사람과 사물, 그리고 자연 등 그 무엇을 통해서라도 인간이 인간다움을 이루기 위해 생 전체를 관통하며 성실히 실천해야 하는 작업입니다. 인생 여행이 자기완성의 여정이라고 할 때 인격은 배움을 통하여 진리를 터득하는 데서 성취될 수 있습니다. 이에 이당은 “존재는 표현이다. 산다는 것은 자기 표현이다”라고 규정합니다.  


생은 인간이 진실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여정입니다. 생은 표현입니다. 생은 내적으로 의미가 있고, 사상이 있고, 뜻이 있고, 철학이 있습니다. 그런데 생을 산다는 것은 저마다 제 소리를 하고, 제 노래를 부르고, 제 생각을 드러내고, 제 향기를 풍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생을 산다는 것은 주체가 자기의 고유 세계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생은 모방할 수가 없습니다. 스스로 펼쳐내는 창작입니다. 따라서 창조적 자기 표현, 그것이 자기 실현이자 자기완성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생은 엄숙하고 진지하다. 우리의 삶은 고귀하고 존엄(尊嚴)하다”라는 이당의 말에 더더욱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의 언명은 생을 대하는 자세를 엄중(嚴重)하게 하라는 죽비(竹篦)와도 같습니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이당의 생철학적 직관을 잘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나, 가장 순수한 나, 가장 선한 나를 표현해야 한다. 너 자신을 가장 아름답게 하여라.”

 

안병욱, 『삶의 길목에서1』, 자유문학사, 1997, pp.11~14, 35~38, 127~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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