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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자의 자세로 인생을 살아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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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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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지한 구도자(求道者)의 정신을 가지고 인생을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 인생은 무책임한 향락의 유흥장이 아니요,

심심풀이로 하는 도박의 장소가 아니요, 일확천금에 골몰하는 탐욕의 싸움터가 아니다.

인생은 성실하게 일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엄숙한 수련의 도장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되는 대로 인생을 살아서는 안 된다.

안병욱, 『때를 알아라』, 자유문학사, 1998,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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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즉동(生卽動). 산다는 것은 움직이는 것입니다. 생명이 움터오는 것입니다. 삶은 생명의 바탕에서 그렇게 움직이는 힘으로써 지속됩니다. 이렇듯 인간은 움직이는 존재, 활동하는 존재, 일하는 존재입니다.

 

인간을 동물이라고 칭하는 속뜻도 생(生)에 기반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독일 철학자 라이프니츠(Gottfried W. Leibniz)는 “존재한다는 것은 활동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생명의 고유성, 생명의 특성은 활동에 있습니다. 움직이고 사는 것, 사는 것이 움직이는 것입니다. 존재의 위대함은 움직임, 힘들여 움직임[重+力]에 있습니다. 이당은 “활동은 존재의 핵심 원리요, 생활의 등뼈”라고 갈파합니다.

 

존재, 곧 ‘있다’라는 것은 ‘움직임’이라고 역설한 이당의 철학은 누구보다도 삶에 대해 생생하게 잘 이해한 것에서부터 우러난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이당을 일컬어 “영혼의 향기를 리듬으로 여는 운명과 자유의 교향악 연주자”라고 했습니다.

 

생을 살아가는 인간은 남이 움직이라고 해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닙니다. 인간은 피동적이고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 존재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인간은 일에 치여 어쩔 수 없이 질질 끌려가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들은 많은 정보와 지식의 홍수 속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식과 정보의 범람 속에 지성을 제대로 키워낼 맑고 순수한 사상은 부족합니다. 이런 시대 속이지만 우리는 문제의식을 지니고 올바름을 지향하여 성찰적 실천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에 이당은 일의 노예가 아니라, 일의 주인이 되라고 말합니다. 빵과 수입에 매몰되지 않고 일 자체를 사랑하는 인간이 되라는 것입니다. 일하는 것에는 쉬는 것도 포함됩니다. 인간의 삶에는 잠자는 것도 포함되듯 쉼은 곧 일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성경에서도 엿새 동안 힘써 일하고 하루는 쉬라고 합니다. 학교에도 방학이 있습니다. 이것은 방학도 교육에 포함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간이 산다는 것은 마치 신들린 듯이 혹은 신이 나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이 역동이요, 열정입니다. 열정을 뜻하는 enthusiasm은 신이 내 안에, 내가 신 안에(entheos) 있는 물아일체, 혼연일체의 무아적(無我的) 경지를 가리킵니다. 일하든지, 공부하든지, 사랑하든지, 그 무엇을 하더라도 삶의 대부분을 열정적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ora et labora(기도와 노동)’를 균형 있게 하며 살려고 노력했던 수도원의 정신은 인간의 생이 어때야 하는지를 잘 짚어준 것입니다.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날은 어제나 내일이 아니라, 오늘입니다. 생은 오늘입니다. 오늘은 지나면 다시 오지 않으니 오늘이라는 시간에 기꺼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생을 사랑하고 또 사랑해야 합니다. 생에 대해 감사하고 또 감사해야 합니다.

 

오늘이 끝나면 죽음입니다. 오늘의 연속 후에 맞이하는 시간은 오늘이 다한 죽음이요, 오늘은 다시는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어디선가 솟아오기도 하지만 늘 사라져가기도 합니다.

 

인구에 회자되는 “오늘이 네 인생의 첫날이라고 생각하고 살아라. 오늘이 네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고 살아라”라는 교훈은 오랜 생의 체험이 반영된 지혜입니다. 오늘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허투루 살아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니체는 말합니다. “오늘은 누구를 기쁘게 해줄까를 생각하면서 하루를 시작하여라.” 이당의 깨우침 또한 가슴에 울림을 줍니다. “오늘을 천일(天日)이라 생각하라.” “오늘 만나는 사람을 천민(天民)이라 생각하라.” “오늘 하는 일이 천직(天職)이라 생각하라.” 오늘은 하늘이 내게 준 날입니다. 지금 만나는 사람은 하늘이 내게 보내 준 사람입니다. 이 시간에 내가 하는 일은 하늘이 내게 맡겨준 일입니다.

 

그러므로 오늘이라는 날이 귀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은 평범한 날이 아닙니다. 오늘은 늘 비범한 날입니다. 감사의 날, 은총의 날, 희열의 날, 행복의 날입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이 날을 열(熱)과 성(誠)을 다해 살아야 합니다. 자신의 생을 살아가되 올바르게 살아갈 뿐만 아니라[正道], 어질고, 사랑하며[仁] 살아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공자의 애제자 증자(曾子)는 “임중도원(任重道遠)”이라고 했습니다. 생의 책임은 무겁고 나의 갈 길은 먼 법입니다.

 

“오늘은 영원 속에서 오직 한 번밖에 오지 않는 소중한 날입니다. (...) 오늘을 사랑하고 오늘을 감사하고, 오늘에 충실하십시오. (더불어) 우리는 가야 할 옳은 길을 선택하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성실성의를 다하여 열심히 가야 합니다. 이것이 인생을 사는 대원칙입니다.”

 

안병욱, 『때를 알아라』, 자유문학사, 1998, p.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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