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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내적 힘은 ‘덕(德)’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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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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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삼수도장(三修道場)이다. 평생 배우고 공부하는 수학(修學)의 도장이요, 부지런히 일하고 창조하는 수업(修業)의 도장이요, 덕(德)을 쌓고 자아(自我)를 완성하는 수덕(修德)의 도장이다.”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안병욱, 자유문학사, 2001, 머리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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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 인문학박물관 방명록

 

이당의 철학 가운데 유독 많이 등장하는 개념 중의 하나는 ‘덕(德)’입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삶은 덕스러움입니다. 이당은 “도는 길이요, 덕은 힘이다. 도는 인간이 지켜야 할 객관적 규범이요, 덕은 그 규범을 실현할 수 있는 주체적 능력이다. 도덕은 도와 덕이 합한 것이다. 도와 덕은 동양 사상의 중심 원리요, 핵심 개념이다”(p.197)라고 정의합니다. 이는 라틴어 vis(virtus)에서 연원하는 virtue를 해석한 말입니다. 덕(德)은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규범인 도(道)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인간의 이성적인 힘, 자아의 힘입니다.

 

그런데 이 힘 혹은 능력의 자생력은 갈고닦음, 곧 수(修)에 있습니다. 좀 더 구체화하면 수양입니다. 이당은 이와 같은 수양의 덕목들을 크게 세 가지로 봅니다. 수학(修學), 수업(修業), 수덕(修德)입니다. 이 세 가지 수양의 덕목들은 모두 수덕으로 수렴됩니다. 배움과 직업(일)은 덕스러운 인간이 되는 과정으로써 수행이자 덕행입니다. 배움도 일도 모두 덕을 행하기 위해서 인간이 해야 하는 필수사항입니다.

 

이당은 이러한 덕목을 수행하는 인생을 도장(道場)으로 비유합니다. 인생은 덕(德)을 완성하기 위한 수양과 훈련장이요, 정신단련장입니다. 불교에서는 이를 ‘도량’이라고 하는데 산스크리트어 보디만달라(Bodhimandala)를 음차한 것입니다. 보리(菩提)는 산스크리스트어 Bodhi를 음사(音寫)한 말입니다. 때로 지(知), 도(道), 각(覺)으로 번역합니다. 보리는 부처가 6년의 고행(苦行) 끝에 깨달은 진리요, 미혹이 없는 정각(正覺)의 세계요, 모든 번뇌에서 벗어난 깊은 지혜의 경지를 말합니다. 만다라는 진리를 터득하고 도(道)를 깨닫는 장소, 불상(佛像)을 비치하는 단(壇)의 의미로 쓰입니다. 이와 비슷한 뜻을 갖는 영어는 gymnasium이라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청년들은 gymnasium에서 심신을 단련했습니다. 독일에서는 중·고등학교 과정을 김나지움이라고 하는 것도 여기서 기원했을 것입니다.

 

이당은 산다는 것은 갈고닦는 것(生卽修)이라고 보았습니다. 생명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것처럼 갓난아이부터 죽음을 앞둔 노년에 이르기까지 산다는 것은 갈고닦음의 연속입니다. 학문을 갈고닦고, 직장과 일에서 자기의 생업을 위해서 실력과 재능을 갈고닦되, 그것은 덕을 행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음과 몸, 그리고 학문을 연마할 때는 스승과 제자 사이에 상경하애(上敬下愛)가 있어야 하고, 수평적으로는 신의를 다지며 아름다운 학풍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일과 직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살기 위해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백번 단련하고 천 번을 갈고 닦는 백련천마(百鍊千磨)의 성실함으로, 어려움도 견디며 부지런히 노력하는 각고면려(刻苦勉勵)의 자세로 살아야 합니다. 인생이란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인격을 갈고닦는 데 게으르지 않아야 하는 지속적인 덕행의 수양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당은 『대학』, 『논어』, 『시경』에 나오는 절차탁마(切磋琢磨)라는 말로써 이를 정리했습니다. 절차탁마란 돌과 옥, 소의 뿔과 짐승의 뼈(石, 玉, 角, 骨)를 쓸 만한 물건으로 만들기 위하여 갈고 닦고 다듬는 지난한 과정을 일컫습니다. 절(切)은 칼로 자르는 것이요, 차(磋)는 돌 가는 것이요, 탁(琢)은 옥을 쪼고 다듬는 것이요, 마(磨)는 가는 것입니다.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절차탁마의 자세와 그 실천이 필요하고, 일을 하기 위해서도 온갖 노력과 진지함을 다하여 수양에 수양을 더하여 온전한 덕을 고양하는 삶의 자세를 지켜나가야 하니 얼마나 독실해야 하겠습니까?

 

동양 고전 『예기(禮記)』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玉不琢不成器 人不學不知道” <學記>. “구슬은 갈고 닦지 않으면 훌륭한 그릇이 될 수 없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진리를 알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 세상의 사물도, 사람도 갈고닦지 않으면 제대로 빛이 날 수 없습니다. 사람이 인생에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정신과 인격을 잘 갈고닦아야 합니다. 이당은 힘줘 말합니다. “인간은 발광체다. 몸에서 빛을 발하는 존재다.”

 

사람은 저마다 빛나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눈, 얼굴, 마음, 삶, 행동, 인격 모든 면에서 빛나야 합니다. 그래야 내면적 힘인 덕을 시종일관 몸에서 떠나지 않도록 갈고닦아서 수덕의 완성체를 일궈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안병욱, 자유문학사, 2001, pp.7~18,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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