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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당 안병욱의 언어철학: 이름에 걸맞은 인생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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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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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과 알맹이가 둘 다 완전한 것, 이름도 좋지만

그 속에 담긴 알맹이와 실력이 충분할 때 한문에서는 명실겸전(名實兼全)이라고 한다.”

안병욱, “현대인의 생활지표”, 김양호 편, 『언어교양대학』, 언어문화사, 1974,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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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 인문학박물관 안병욱 교수 서재
 


세상에 이름을 갖지 않은 존재가 없을 것입니다.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이름이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내가 있다’, ‘사물이 있다’, ‘동물이 있다’, ‘식물이 있다’ 등등 ‘있다’라고 할 때는 그 대상을 지칭하는 이름이 있어야 그 ‘있음’을 알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안병욱은 그 이름을 ‘명(名)’이라고, 알맹이와 자격을 ‘실(實)’이라고 합니다. “그 이름은 있지만,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자격과 실력과 알맹이가 없으면 유명무실(有名無實)이라고 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말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 세계나 사람 중에는 이름은 있지만 이름값을 못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텅 빈[虛] 상태나 거짓된[僞] 존재도 많이 있습니다. 이당은 알참, 실질, 실력을 갖춘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물론 이처럼 삼박자를 갖춘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실하다’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이는 다부지고 튼튼하며 알찬 모습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런 말을 듣기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름을 갖지 못한 존재, 그리고 이름이 있더라도 이름값을 못 하는 존재도 많습니다. 이름에 걸맞은 실력으로 영근 알맹이를 가득 채우려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런데도 삶의 지향을 거기에다 두어야 합니다.

 

이름값을 한다, 이름에 걸맞은 존재가 된다는 것은 달리 자신의 ‘자리’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한다는 말과도 통합니다. 교수, 성직자, 국회의원, 대통령, 교사, 사장, 회장, 학생 등 각기 그 이름으로 불리는 것에 걸맞은 언행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옳은 일입니다. 이른바 유용(有用)한 사람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당이 지적하고 있듯이 무용지물(無用之物)의 사람, 해를 끼치는 자가 됩니다.

 

나아가 자신의 자리를 잘 파악하고 인식하면서 이름에 걸맞은 언행을 하려는 사람은 질서와 아름다움을 생각하여 처신합니다. 자리의 아름다움이란 있어야 할 곳, 즉 제 자리에 존재하는 상태입니다. 달리 ‘앎답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앎은 인식이며 양심입니다. 내가 있어야 할 곳, 사물이 있어야 할 곳을 제대로 알고 양심에 따르는 것이 아름다움입니다. 이러한 자리는 궁극적으로 행복의 자리, 행복한 삶과도 연결이 됩니다. 이것이 순리에 따르는 것입니다.

 

이당은 여기에서 사회적 자리에서 요구되는 원칙들을 말합니다. 책임과 신용(신의)입니다. 당연한 것 같지만 몸으로 잘 실행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책임(responsibility)은 대인관계에서 타인에 대한 욕구나 어려움에 적절하게 반응하고 응답한다(respond)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신용을 잃지 않고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사회적 관계에서 무시해서는 안 되는 도덕적 행위들입니다. 이 두 가지를 지키지 못하면 사회적 자리가 무너져 내리게 됩니다. 마치 산사태가 벌어지는 것처럼 엄청난 피해와 혼란을 초래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당은 자리에 대한 건강함을 유지하고 이름에 걸맞은 사람살이를 하려면 제 ‘구실’(口實)을 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구실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 구실의 다섯 가지 원리를 거론하면, 사람 구실, 가족원 구실, 직장인 구실, 민주 시민 구실, 백성 구실입니다. 구실을 순우리말로 하면 ‘노릇’이요, 라틴어로 하면 오피시움(officium)이나 페르소나(persona)가 될 것입니다. 사람들이 각자 직책이나 자리에 잘 어울리는 역할과 기능을 하면 그만큼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중에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람 노릇입니다. 먼저 자기 자신의 자리가 사람의 자리라는 것을 명확하게 안다면 나머지 사람살이의 구실은 저절로 잘 될 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 근본적인 구실이 안 되면 나머지도 안 됩니다. 사람 구실을 제대로, 올바로 해야 보람 있는 삶이 영위되는 것 아닐까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 이당은 그것을 명실상부(名實相符)라고 합니다. 이름과 사물이 일치되는 세계가 되어야 하고, 이름과 인품이 잘 맞아떨어지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만큼 이름을 갖는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입니다. 이당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렇게 당부합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가 다 자기 이름이 있다. 우리는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알맹이와 실력을 갖추자.”

 

늘 마음에 두고 반성하고 연구하며 노력해야 할 말입니다. 삶에서 정성과 성실함을 기울이라는 그의 평소 전언을 생각해보면, 유독 이름과 자리, 그리고 구실이라는 말이 오래도록 마음의 울림으로 남습니다. (안병욱, “현대인의 생활지표”, 김양호 편, 『언어교양대학』, 언어문화사, 1974, pp.7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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