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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리랑의 생명력을 발산하는 서양화 전시회
    최행숙 작가의 작품에서는 아리랑과 어우러진 강렬한 리듬감과 뜨거운 생명력이 살아난다.   서양화가 최행숙 작가의 아리랑을 주제로 한 ‘바이탈리티 온 아리랑(Vitality on arirang)’ 전시회가 김해 'the큰병원' 내에 있는 ‘숲 갤러리’에서 지난 6월 1일부터 시작해 6월 29일까지 열린다.   최 작가는 모노크롬(Monochrome·한 가지 색이나 같은 계열의 색조를 사용해 그린 그림) 분야에서 유명하다. 최 작가는 검은색만을 사용해 100호에서 400호까지 한 번의 붓질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한 번의 붓질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서양화가 최행숙은 ‘일필휘지’의 작가로도 불린다.   ▲ 서양화가 최행숙 작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그림 속에서 아리랑이 흘러나오고 농악대의 흥겨움이 살아난다. 최 작가의 작품을 보면 상모꾼의 공중회전, 꽹과리 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일필휘지의 작품을 해야 하기에 한 번에 쏟아부어야 하는 힘과 열정이 그만큼 엄청나다. 1년여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위기에 빠지기도 했던 최 작가는 새로운 기법과 예술 세계를 발견하며 다시 많은 주목과 사랑을 받고 있다.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아리랑 공연을 보던 중 농악대원이 눈에 들어왔는데, ‘상모’의 화려한 움직임에 반해 그 즉시 역동적인 찰나의 느낌을 화폭에 옮긴 것이 큰 변화의 계기가 되었고 이번 전시회로 이어지게 되었다.   최 작가의 작품에서는 아리랑과 어우러진 강렬한 리듬감과 뜨거운 생명력이 살아난다. 최 작가의 작품은 동서양의 조화를 실현하며 글로컬(glocal) 감성을 주도한다. 아리랑의 한국적 흥과 대중 친화적 어울림 정서가 오방색과 조화해 음악과 미술의 세계를 통섭해 낸다.         최 작가는 “정지된 미술 속에서 소리와 움직임의 오브제가 생동하는 역동성을 창출함으로써 새로운 통섭의 세계를 열고자 한다”며 “이 작품을 관람하는 분들이 더해져 그 작품과의 현재를 이룸으로써 또 하나의 세계가 창출된다”고 말했다.   전시장소: 김해 'the큰병원' 6층 ‘숲 갤러리’ 전시기간: 2016년 6월 1일(수) ~ 6월 29일(수) 관람시간: 평일 오전 10시~오후 7시,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현충일·일요일 휴관 전화번호: 055-340-0900   김해 정한윤 기자 hyj@timesof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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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6-03
  • 수묵담채를 닮은 작자가 말하는 인생
    지난달 19일 신종순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이 열리는 경기도평생교육학습관 갤러리 윤슬을 찾았다. 전시회장을 들어서자마자 고향에 온 것처럼 따뜻하고 평안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풍경이 가슴에 스며들어 새겨질 때는 그 사람의 사상과 경험이 어우러지면서 그만의 색감을 창출할 것이다. 신종순 작가의 작품에서는 어머니의 품에서 바라보는 고향 풍경과 색깔이 배어 나온다.   ▲ 가을 서정. 수묵담채   특히 화선지에서 묻어나는 수묵담채는 그 어떤 재질과 색감도 흉내 내기 어려운 고향의 맛이 풍긴다. 여기에 더하여 39년이나 학생을 가르쳐 온 그녀의 삶에는 대한민국의 고단하고 힘들었던 시절은 물론, 영광의 순간들도 스며들어 있기에 그녀의 작품에서는 정겨운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녀의 작품을 소장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은 겉으로만 보이는 그림이 아니라, 그림으로 드러나는 이야기를 통해 만나고 싶은 사람과 만나고,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보고 싶은 풍경을 보려는 것일 것이다.     전시회를 열게 된 배경은? 신종순: 제가 교직에서 퇴직한 뒤에 취미활동으로 무엇을 할까를 고민하다가 수묵화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도시에 살면서 어릴 적 철없이 뛰놀던 고향(충북 청원군 낭정면)을 그리워하며 늘 생각했는데, 그래서인지 소재를 농촌 풍경으로 그리게 되었습니다. 올해 70세가 되었는데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전시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 신종순 작가    고향의 정서를 화폭에 담으실 때 어떤 마음이 드시나요? 신종순: 옛날 고향의 모습들을 떠올리며 그리다 보니, 고향이 품에 와 있는 듯 편안한 마음에서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그림을 그리실 때 준비는 어떻게 하시나요? 신종순: 친구들과 같이 현장에 가서 주로 사진을 찍어서 그것을 보고 그리는데 사진 전문가가 아니라서 제가 찍은 사진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리려고 본 풍경과 마음속에 있는 고향의 모습을 교차시켜 봅니다. 이렇게 하여 구도를 잡으면 그림을 통해 보고 싶은 얼굴과 풍경, 듣고 싶은 이야기까지 끌어내는 것 같습니다.   ▲ 그 해 여름. 수묵담채   예전에는 수묵화에 색깔을 입히지 않았는데 요즘은 다양한 색감을 활용합니다. 여기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세요. 신종순: 예전에는 수묵화를 그렸는데 요즘은 한 단계 발전해서 수묵담채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 담백하게 그릴 때는 먹물을 이용해 수묵화를 그리지만, 표현을 다양하게 하고 싶을 때는 색채를 활용해서 수묵담채화를 그립니다.   작품 중에 ‘눈 오는 날의 고향’이 있던데 이 그림을 그릴 때 느낌은 어떠하셨나요? 신종순: 고향 마을에 눈이 소복하게 내린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림을 그려나가면 저도 모르게 눈 오는 고향 마을에 있는 것처럼 도취가 됩니다. 이렇게 그림을 그리다 보면 눈의 포근함과 따스함이 마음에 와 닿고, 그 느낌을 살리고자 많은 수정을 하면서 눈 내리는 풍경을 그리게 됩니다.   ▲ 눈 오는 날의 고향. 수묵담채   그림에 대한 작가님의 철학이 있다면? 신종순: 저는 그림을 보는 사람이 어머니의 마음같이 포근함과 농촌의 평화스러운 풍경을 마음에 담았으면 하는 생각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오시는 분들이 그림을 보고 정말 “고향 같다”는 말씀을 하실 때 그분들과 일체감을 느끼게 됩니다. 앞으로도 저는 ‘고향’을 주제로 그림을 그릴 것이고, 모든 사람이 그림을 볼 때 포근한 마음이 들도록 해드리고 싶습니다.   교직 생활을 오래 하시다가 은퇴하셨는데 은퇴 후의 삶과 그림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세요. 신종순: 39년 동안 교직에서 생활했습니다. 은퇴한 후에 지난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과연 만족스러운 교육을 했는가에 대해서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이제 성찰적 실천의 차원에서 은퇴 후에는 더욱더 만족스러운 삶을 찾으려고 그림을 선택했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평안하고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손이 움직일 수 있는 한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내가 평안해짐은 물론, 이것이 제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까지 평온이 전달되게 하고 싶습니다.   ▲ 고향2. 수묵담채   은퇴하는 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신종순: 나이가 들면 그냥 편안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은퇴란 “또 다른 것을 다시 시작하는 새로움이다”는 생각으로 하나를 선택해서 집중하며 즐기시면 그것이 여가든지, 어떤 경제활동이든지, 봉사활동이든지 자기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실 거로 생각합니다.
    • 한국문화
    • 미술
    2015-12-02
  • 가을 단풍과 어우러진 감동의 전시회
    ‘추억(기억 하나, 추억 둘)’이라는 주제에 대해 한 달 동안 공모   경기도(도지사 남경필)와 경기도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이흥로)은 경기도 내 장애인들의 문화예술분야 재능 발휘 및 사회참여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경기도 장애인 문예미술사진 공모전>을 열어왔으며 올해로 6년째를 맞았다.   20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시상식에서는 45명의 수상자(문예 15개, 미술 15개, 사진 15개)에게 상장과 부상이 전달되었고 가족들, 경기도복지재단 박춘배 대표이사, 경기도 이한경 보건국장, 경기도의회 강득구 의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여해 수상자들을 축하해주었다.   ▲ 경기도와 경기도장애인종합복지관은 경기도 내 장애인들의 문화예술분야 재능 발휘 및 사회참여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경기도 장애인 문예미술사진 공모전>을 열어왔으며 올해로 6년째를 맞았다.       ‘추억(기억 하나, 추억 둘)’이라는 주제에 대해 약 한 달 동안 공모한 결과 총 367개의 작품이 접수되었다. 정수남 심사위원장(고양작가회의 대표, 일산문화학교장)은 “이번에 응모한 작품들을 심사하면서 고난 가운데 피어난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과 그 향기에서 우리는 희망을 보았다”며 수상자들을 축하했다.   방귀희(한국장애인예술협회장), 이지엽(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박미화(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문인수(수원대학교 조형예술학부 교수), 양원모(경기도미술관 학예실장), 송창헌(안양카토릭사랑 사진가회장), 최병관(상명대학교 사진영상미디어학과 교수), 홍창일(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 심사위원이 각 부문에서 심사를 담당하여 15개씩 입상작을 선정했다.   ▲ 제6회 경기도 장애인 문예미술사진 공모전 전시회       ‘안개꽃 같은 나의 선생님’(장세원, 문예), ‘153 나비’(백순자, 미술), ‘평화로움’(이경순, 사진)이 부문별 대상을 받았다.   장세원 학생은 도농중학교에 재학 중이며 전동휠체어를 타고 생활한다. 초등학교 생활에서의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을 추억하여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한 작품으로 문예부문 대상을 받은 장세원 학생은 판사라는 꿈을 가지고 있다.   ▲ 백순자 작가 - 153 나비(미술부문 대상)       백순자 작가는 ‘희망을 나누는 가게’에서 근무하면서 어릴 적부터 키워왔던 화가의 꿈을 실현하고 있다. ‘153 나비’는 과거 어머니와 함께 산책하며 보았던 나무와 나비에서 베드로가 잡았던 153마리의 물고기가 연상되어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백순자 작가는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그물을 던져 153의 물고기를 건져 올린 베드로처럼 그동안 꿈꾸어온 일들을 건져 올리는 믿음으로 이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 이경순 작가 - 평화로움(사진부문 대상)       20대 초반 중도 장애인이 된 이경순 작가는 늘 일상 속에서의 평화를 추구하는 작품에 몰두한다. 그래서 이경순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면 봄눈 녹듯 평화에 젖어들게 된다.   경기도복지재단 박춘배 대표이사는 “예술을 통한 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에 더욱더 노력하겠다”고 했고, 경기도 장애인복지과 정태옥 과장은 “경기도의 장애인 복지정책이 예술·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더욱더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으며, 경기도의회 강득구 의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돕고 나누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구현하는 데 더욱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제6회 경기도 장애인 문예미술사진 공모전 수상자들       <경기도 장애인 문예미술사진 공모전 전시회>를 돌아보고 문밖으로 나오니 경기도의회 건물 주변의 산과 나무에서는 단풍이 고운 자태를 뽐내며 전시회를 축복하는 것 같았다.   최대식 기자 tok@timesof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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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10-22
  • 작가와의 소통과 공감이 어우러진 사진 전시회
    사진기를 통해 피사체와의 만남과 소통을 영원히 기억하려는 사진작가의 마음을 전시회 공간에서도 실현하는 멋진 전시회를 찾다.   백자 사진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구본창 교수(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부)가 인연이 있는 작가와 제자들과 함께 초대전('공명을 담다')을 열었다. 전시회에서는 구본창 교수의 특강도 있었다.   지난 23일 오후 4시 구본창 교수의 특강에는 50여 명이 모여 지역 사진작가들의 축제가 되었다. 구본창 교수의 인생 역정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은 한 편의 드라마이고 파노라마였다. 이번 특강을 통해 한층 더 구본창 교수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며 앞으로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   백자의 내면에 흐르는 감성을 느끼고자 백자를 가슴에 꼭 끌어안고 ‘네 영혼을 사진에 담고 싶다’고 속삭인 작가의 간절한 마음을 전해 들으며 사진에 대한 그의 열정을 가감 없이 전달받는 가운데 지금까지의 작품세계와 사진에 숨겨진 조형이론까지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난달 29일 오후 5시 ‘작가와의 만남’에서는 작가와 관람자들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작가들의 작업과정 견학과 함께 지역의 독립 큐레이터, 평론가, 작가들로부터 이번 전시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기획된 전시는 9월 3일까지이며 남은 전시 기간에는 ‘작가와의 만남’, ‘폴라로이드 무료촬영’ 이벤트도 진행하게 된다. 희망하는 관람자들은 오후 4시부터 1시간 동안 즉석 사진 무료 촬영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촬영된 사진은 갤러리 한쪽 벽면에 전시하기도 하는데 폴라로이드 작업으로 유명한 정성태 작가가 직접 촬영하며 즉석 사진 촬영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어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김대곤/ 삶의 무게 인간의 내면에 담긴 삶의 무게는 꿈과 비례한다. 꿈이 클수록 삶의 무게도 늘어난다. 주관적인 마음의 상태를 물질의 양으로 드러내는 과정을 담은 것으로 비물질적이고 측량 불가능한 일을 제시함으로써 함께 고민하고 채워가는 과정에서 각자 내면을 비추어 보며 타인에 대해 생각을 하라는 것으로 자신과의 대화이자 내적 치유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 김대곤/ 삶의 무게       ▶남현찬/ 동피랑 여름날 동피랑 벽화 마을에 땅거미가 내려앉을 무렵, 구름 사이로 뻗어 나온 한 줄기 빛은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 벽화 속 아이들을 불러 모은다. 골목은 다시 활기를 띠고, 그곳으로 가고 싶어 하는 강아지의 모습이 하나의 풍경으로 다가온다.     ▲ 남현찬/ 동피랑       ▶류태열/ 화엄사 지리산 자락에 천년의 세월을 지켜온 화엄사는 사방으로 산이 둘러싸인 양지바른 곳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 각항전과 대웅전은 한눈에 봐도 위엄이 있어 보인다. 새벽 3시면 목탁 소리의 공명이 보는 이의 마음에 울려 퍼진다. 이 청아한 울림이 성찰을 알리는 고운 빛이 되어 마음을 정화한다.   ▲ 류태열/ 화엄사       ▶이호섭/ 설경(雪景) 눈 내린 풍경은 아름답다. 2014년 2월 강릉시를 비롯한 영동 지방에 1m가 넘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 인간의 삶에 필요한 기능을 대부분 마비시켜 버렸다. 그곳에서 생존의 문제로 고민해야 했던 이들에게 남아 있는 기억 속의 풍경을 상상해 본다.   ▲ 이호섭/ 설경(雪景)       ▶정성태/ 데쟈뷰(deja vu) 길을 걷다가 뒤돌아선다.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인데 누굴까? 분명히 본 듯한데…. 요즈음 이런 일들이 잦다. 무언가 익숙한 공간, 언젠가 만났을 것만 같고 분명히 알 듯하기도 한데 도무지 확실한 기억을 떠올릴 수가 없다.   ▲ 정성태/ 데쟈뷰(deja vu)       대구 차재만 기자 cjm@timesof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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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9-02
  • 만추의 아름다움과 곱게 어우러진 오용길 작품전
      수묵으로 화성을 그리다 수묵화와 수채화의 융합이 빚어내는 컨실리언스(consilience·융복합)   2014년 만추의 아름다움이 곱게 물든 수원시미술전시관에서는 11월 11일부터 16일까지 “수묵으로 그린 화성”이라는 주제로 오용길 작품전이 열렸다. 오용길 작가가 수묵으로 그린 21점의 작품이 미술관속으로 화성의 사계절을 옮겨 놓은 듯했다.   ▲ 수원미술전시관(오용길 작품전)     오용길 작가의 특징은 전통의 기법과 멋을 법고창신(法古創新)하여 현대적 감각을 살린 수묵풍경을 그린다. 수묵풍경은 수묵화와 수채화의 융합이 빚어내는 컨실리언스(consilience·융복합)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통섭(統攝)적 발상이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의 아름다움을 현대적 감흥으로 더욱더 새롭고 풍성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내연이외연(內燃而外延)이라는 말처럼 그림은 오용길 작가의 내면을 닮았고, 그의 삶이고 인격의 표현이기도 하다.   미술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그의 깔끔한 성품과 학자적 인품이 예술적 아우라와 어우러지며 고운 빛을 발하는 단풍처럼 만추의 서정을 자극한다.   ▲ 오용길 작가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자연을 담아내시는데 수묵의 중후한 맛과 수채화 같은 맑은 신선미를 동반하는 화풍이 많은 감흥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런 작품을 하시는 배경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오용길: 저는 어렸을 때부터 동양화가 좋아서 열심히 공부하고 수련해서 그 결과로 이런 그림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자연에 대해서 감흥을 느꼈을 때, 그림의 소재가 되어 표현하신다고 하셨는데 어떤 감흥을 느꼈을 때 그림을 그리시나요?   오용길: 감흥은 다양해서 한 마디로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도 다릅니다.   ▲ 화성의 봄(방화수류정과 동북포루) 181 x 121cm 한지에 수묵담채 2014     작가님께서 느끼시는 화성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오용길: 화성은 자연의 조건과 인공적으로 만든 성곽이며 건물들이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그 아름다움은 하나의 예술적인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화성을 그리시면서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으신가요?   오용길: 저는 화성을 역사적, 인문학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하나의 시각적인 대상으로 봅니다. 성곽의 돌이라든지 그것들이 어우러지는 효과, 건축물, 주변의 나무나 식물 등 모든 것이 예술적으로 다가옵니다.   ▲ 화성의 여름(방화수류정과 동북포루) 181 x 121cm 화선지에 수묵담채 2014     화성의 사계를 그리신 배경은 무엇인가요?   오용길: 저는 화성의 아름다움을 담아낼 때 계절이 갖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해서 골고루 담아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화성은 자랑스러운 세계문화유산인데, 이것을 수묵화가의 눈으로 매력적인 부분을 골라서 표현했습니다.   작품 중에 ‘인왕산’이라는 작품이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비교되면서 호평을 받고 있는데 그 그림에 관해서 설명해 주세요.   오용길: 직장이 서울에 있고 사는 곳은 안양이라서 자주 인왕산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인왕산을 볼 때마다 화가로서 그 산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겸재의 인왕제색도를 보지 않더라도 꼭 한번 그리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습니다. 제가 그 그림을 그릴 당시는 그곳에 한국일보사가 있었습니다. 우연히 예식장에 갔다가 창 아래에서 보는 인왕산이 아주 아름다워서 사진을 찍고 취재를 통하여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린 인왕산은 위에서 바라보는 모습으로 2005년의 모습입니다. 수묵화의 매력을 통해서 대작으로 그렸고, 지금까지 기억될 만한 작품입니다.   ▲ 화성의 가을 181 x 121cm 한지에 수묵담채 2014     타임즈코리아 신문사는 예술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취재를 통하여 작품과 작가들을 발굴하여 역사에 남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격려의 한 말씀 해주세요.   오용길: 일단 예술은 생활이 궁핍할 때는 사람들에게 다가오기 힘듭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나라의 국운이 융성할 때 예술이 꽃을 피웠습니다. 조선 시대를 볼 때도 영·정조시대가 문예 부흥기였습니다. 예술은 그 시대를 잘 보여주는 형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대를 후대에 알려주는 역할이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경제적으로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예술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매스컴이 주도적으로 이런 일들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타임즈코리아 신문사에서 예술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명예교수로 계시는데 미술대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오용길: 지금 시대는 현대미술의 양상이 많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기본은 표현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미술이 아이디어에 치중하지만, 특히 미술의 경우에는 아이디어보다 표현력이 더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표현력을 충분히 갖추고 자신의 미술 세계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 화성의 겨울(성벽과 흰눈) 169 x 93cm 화선지에 수묵담채 2014     작품들을 보면 수묵과 채색이 잘 조화되어 있는데 이런 화법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세요.   오용길: 전통적인 수묵화는 이런 채색을 많이 쓰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다릅니다. 처음에는 저도 수묵 위주의 그림을 그렸는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채색을 쓰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많은 색채훈련을 했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수묵과 유채색이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것은 어렸을 때부터 표현능력을 잘 갖추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전시회를 여시게 된 소회에 대해 한 말씀 해주세요.   오용길: 화성의 아름다움을 한자리에서 펼쳐 보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번 전시회를 열었는데, 많은 분이 칭찬을 해주시고 찾아와주셔서 작가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화성을 예술적인 형식을 통해서 보여주는 이번 전시를 성공적으로 끝내게 되어서 기쁘고 앞으로 다른 작업을 할 때 많은 힘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최대식 기자 tok@timesof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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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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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과 나무의 만남에서 새로운 지각의 세계를 창출하는 작가
    철이라는 매체와 공간에서 풍기는 무기적 가치에 나무라는 생명적 가치를 접목함으로써 부분이 전체와 연결되는 유기적인 조화의 세계를 형상화하고 있다 ▲ 화예조형 추영희 작가 인간의 삶에서 예술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예술의 의미를 어떤 외부적 모양에서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 예술의 본질적 의미는 인간의 삶과 맺게 되는 어떤 관계에 관한 것이다. 때론 고단하고 삭막한 삶의 여정에 예술은 한 줄기 빛처럼 활력이 되어준다. 이것은 행복감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인간은 예술을 통해서 감정의 고양이나 즐거움 또는 환희와 같은 활력을 맛보는 가운데 위로를 받게 된다. 본성적으로 미를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이런 바탕에서 작가 개인의 삶이 추구하는 가치와 세계관이 작품으로 구현되는 것이다.  차가운 금속도 부식되면 흙의 성분이 된다. 이것을 토대에서 나무는 자란다. 이런 순환이 이루어지면서, 또 다른 순환과의 관계 속에서 선순환을 이루어진다. 이것이 자연을 통해 얻게 되는 아름다움이다. 이것은 쉼과 성장이라는 자연의 리듬에 대한 해석이기도 하다.추영희 작가의 이번 전시와 작품의 세계는 무기적 객체(object)들의 이미지에 나무의 생명력을 불어넣음으로써 새로운 생명적 조화를 창출하려는 콘셉트를 조형의 모티브로 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은 차갑고, 단절된 매체들의 절규적 몸부림의 연결과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생명력의 앙양이다. 이것은 분리되고 얼어붙은 인간군상을 향해 불어넣고자 하는 작가의 생명적 메시지에 대한 패러독스(paradox)이다. ▲ 추영희 작가의 작품 철이라는 매체와 공간에서 풍기는 무기적 가치에 나무라는 생명적 가치를 접목함으로써 부분이 전체와 연결되는 유기적인 조화의 세계를 형상화하고 있다. 이런 것이 입체 조형 예술에서 맛볼 수 있는 표현의 매력이 아닐까. 세상에 분리적 존재란 불가능하다. 세상이라는 전제가 이미 유기적 구성을 의미한다. 모든 것이 유일성을 지니고 있으되, 이것들을 의미 있는 관계로 연결하는 것이 생명력이다. 한 요소나 부분은 연결 구조를 가져야 또 다른 유기체를 구성할 수 있다. 이 연결부는 다름의 경계이기도 하지만, 하나가 되는 만남의 지점이기도 하다. 이런 여럿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상대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남겨둔 공간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전체는 부분의 총합보다 크다고 하는 것이다. 한 부분은 전체에 의해 자신의 진정한 의미를 유효화 할 수 있고, 전체 또한 부분들에 의해 존재의 생명력과 의미를 실현하게 되는 것이다. 추영희 작가는 무기적(inorganic) 요소와 유기적(organic) 요소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지각의 세계를 창출해나가고 있다.작품 전시회에 대한 전체적인 콘셉트에 대해 말씀 해주세요.전시회 공간은 숲을 연상하시면 됩니다. 숲에는 여러 가지 생물들이 죽고 다시 태어나는 순환과정을 겪습니다. 여기에서 나무를 주제로 작품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전시 공간 전체를 숲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철은 조각적인 기법을 사용하여 숲을 표현한 것입니다. 나무는 나이테를 보면 세월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세월의 흐름을 쇠의 부식에서 흘러나오는 쇳물을 통해서 표현한 것입니다. ▲ 추영희 작가의 작품 - 산 대표적인 작품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산이라는 작품입니다. 산을 여러 측면에서 표현한 것입니다. 제가 화예조형 작가이므로 간단한 식물을 예술작품에 같이 사용했고, 실리콘으로 바위를 묘사했습니다. 질감은 프라즈마 기법을 이용해 나타냈습니다. 유화에서는 그림을 스케치북에 그리지만, 저는 그림을 철에 표현 한 것입니다.전시회에 대한 소감을 말씀 해주세요.저는 첫 개인전을 식물소재를 활용해서 인사동에서 열었습니다. 지금은 안산에 와서 살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시민들이 이런 화예조형 작품들을 많이 접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개인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굉장히 고맙습니다. 이후에는 상록구청 홀에서 2주간 전시를 하고, 시청사 의회건물 1층에서 12월말까지 전시할 예정입니다. 또한 안산시 공원에 제 작품이 설치 될 예정이기도 합니다. 많은 성원과 관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 한국문화
    • 미술
    2012-11-29
  • 더욱더 아름답고 착한 나라 건설을 위해 예술을 강조하는 작가
    소통으로 공감과 공유를 실천한 선비정신이 바로 서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요즘 부각되는 말들 가운데 ‘배리어프리(Barrier-Free)’라는 것이 있다. 배리어(Barrier, 장애나 장벽)와 프리(Free, 자유롭게 해주다)라는 단어를 합성하여 장애나 장벽에서 자유롭게 한다는 개념의 용어이다. 지구촌에는 장애나 장벽에 부딪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들이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이 바로 배리어프리(Barrier-Free)라는 것이다.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한다. 사랑받는 것보다 더 기쁜 것은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 안에는 상대에 대한 배려, 공감, 나눔 등이 씨앗이 되어 싹이 트고 성장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세상은 그야말로 향기롭고 아름다운 것이다. 이런 세상은 말이나 구호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비록 작을지라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리어프리(Barrier-Free)에 대한 동참도 이런 착하고 아름다운 실천이다. 이런 맥락에서 아름답고 착한 나라를 만드는 데에는 많은 것들이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예술이 생명력을 발하는 환경이 되어야 이런 생태계가 더욱더 왕성하게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도구적 지식에만 열을 올리는 오늘날의 교육행태가 결국은 학교폭력이나, 노인 학대와 같은 인간성 상실의 모습을 드러내는데 일조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모든 것이 유연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에 있는 어린세대에게 예술교육을 통해 아름다운 감성을 길러주는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작가가 있다. 그는 예술교육을 바탕으로 하여 지성이 성장하게 해야,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는 넓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그는 서예교사 제도를 추진한 바도 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한다. ▲ 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 박종화 이사 박요섭 - 여러 예술분야 가운데, 서예를 하시게 된 이유가 있으시다면 어떤 것일까요?박종화 - 저는 과거에 국회에서 보좌관 생활을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국회에서 쓰이는 모든 원고를 수기로 써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서예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학창시절에도 붓을 잡기는 했었지만, 집중할 수 있는 계기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퇴직 후 붓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6~7년 전에 서예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당선 축하시를 짓는 것을 시작으로 작품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시인들 300명이 시를 써서 300부의 책을 만들어 청와대에 기증했는데, 그 책에 제 글도 들어 있습니다.박요섭 - 서예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이라면 어떤 것일까요?박종화 - 마음의 수양입니다. 붓을 잡으면 누구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잡념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글을 쓰는 데에 완전히 몰입해서, 차후 이 작품이 후세에 부끄럽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서예를 쓰는 마음에는 착한 마음만 모여 있습니다. 잘 쓰고 못쓰고의 문제를 넘어서, 착하고 아름다워야 하겠다는 온 마음의 열정이 붓끝을 통해 종이로 스며드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박요섭 - 작품을 하시면서 가장 중점을 두시는 것은 어떤 것인지요?박종화 - 제가 작품 활동을 하면서 제일 중점을 두는 것은 한 작품을 작성할 때, 이것을 보게 되는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제가 쓰고 있는 작품 분야 가운데, 불경의 ‘반야심경’이 있습니다. 이것을 한문초서로 써서 108명에게 무료로 나누어 준적이 있었습니다. 또한 전지에 대한민국지도형태로 반야심경 270자를 써서 관악산에 있는 조계종 산막사에 기증도 했습니다. 어떤 종교적 차원을 떠나서 나눔과 공유에 대한 제 나름의 바람과 실천이라고나 할까요.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의 회원작가들 뿐만 아니라, 서예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후세들에게 서예를 잘 가리켜서 나눔과 공유의 정신을 실천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런 것들을 통해 폭력이 없고, 아름답고 착한 나라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런 것들을 가르쳐주어야 할 공동의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수많은 작가들이 이런 바람을 가졌으면 합니다. ▲ 박종화 작가의 작품 - 반야심경 박요섭 -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으신 메시지는 어떤 것인가요?박종화 - 이 지구상에서 남북이 갈라지고, 동서가 갈라졌던 나라가 4개국이 있었습니다. 독일, 베트남, 예멘, 대한민국입니다. 독일, 베트남, 예멘은 모두 통일이 되었지만, 아직 대한민국은 여전히 남북으로 갈리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독일의 통일 모델을 닮아서, 평화 통일을 해야 합니다. 저는 이런 평화통일에 대한 염원의 내용을 작품에 담고 있습니다.박요섭 - 작가로서의 세계관이라면 어떤 것일까요?박종화 - 모든 작가들이 가식을 버렸으면 합니다. 진실을 쓰고 그리자는 것입니다. 아무리 사회가 썩고 타락해도 작가와 성직자들은 그렇게 되지 말아야 합니다. 작품에 그런 진실성이 사라지면 작품이라 부르기 어려울 것입니다. 서있기는 하지만 죽은 나무와도 같다는 말입니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났지만, 작가의 세계에도 사회처럼 병폐가 있는 모습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야 있을 수 있겠지만, 자성했으면 좋겠습니다. 심사할 때 공정성을 잃어버리면, 그 작품은 가치가 없습니다. 작가들은 바른 양심으로 아름다운 작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박요섭 – 작가님이 하시는 작품만의 특징이라면 무엇이신지요?박종화 - 저는 발표한 것이 몇 작품밖에는 없지만,  오랜 된 경서인 반야심경을 통해서 이 나라의 통일, 후세가 착한 심성을 가질 수 있도록 전파하고 싶습니다. 한 자 한 자를 쓸 때마다 이런 제 심정을 담아 놓은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 아니겠는가 생각합니다.박요섭 - 인생철학과 작품이 닮아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박종화 - 작품과 연관해서 제 인생철학은 제 손자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후손들이 좀 더 아름답고 정직하고 슬기롭게 커 가기를 원합니다. 제 작품을 통해 후손들이 저의 바람을 알기 원합니다. 제 손자가 네 명인데, 제 인생철학을 가훈으로 써 주었습니다. 제 손자와 같이 모든 어린이들이 착하고 아름답게 자라길 바랍니다. ▲ 박종화 작가의 작품 박요섭 - 작가들의 보다 적극적인 활동과 예술의 저변 확대에 대해서 한 말씀해주세요?박종화 - 우리나라 정년제도가 57세라고 합니다. 정치권에서 정년을 늘인다고 하는데, 우리 수명이 늘어난 것은 확실합니다. 고령화시대에서 고령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정년을 3~5년 늘릴 필요도 있지만, 그런 것을 떠나서 좋은 취미를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년 후 건강을 유지하려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취미나 여가선용을 하는데 붓글씨가 참 좋다고 봅니다. 남녀 모두가 누구나 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각 동에 있는 주민자치센터에서도 평생교육 프로그램들을 많이 합니다. 이런 곳들을 통해서도 붓글씨를 쓰는 운동이 확대되었으면 좋겠습니다.또한 국회에서 서예교사에 대한 것을 법으로 정해서, 학교에 서예 선생님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일자리 창출과 함께, 이 사회가 보다 맑고 깨끗해지는 일에도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리라고 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에도 서예가 한 몫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서예를 통해 바른 마음, 바른 성품을 훈련하고 실천하게 한다면 더 좋은 국가건설에 이바지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지도층들이 앞장서서 좋은 서예 작품을 많이 만들었으면 합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서 나라사랑과 평화의 정신을 후손에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안중근 의사나 김구 선생님 등의 작품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박요섭 - 인간성회복과 예술교육, 특히 서예와 관련하여 한 말씀 해주세요?박종화 - 지금 학교 폭력이 너무나 극심합니다. 과거 어려웠던 시절에는 아무 없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처럼 심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것과도 연관해서 서예 선생님이 배출되어서 인성교육을 담당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참을성을 길러내고, 인내를 배우게 할 수 있는 것이 서예입니다.박요섭 - 인터넷 공간에서의 전시 공간인, ‘타임즈 코리아의 버추얼 갤러리’와 재능기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박종화 - ‘타임즈코리아’에서 하는 인터뷰들은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에 크게 기여하는 것입니다. 국가를 위해서, 또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예술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것은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크게 발전해서 나라발전에도 초석이 되기를 바랍니다. ▲ 타임즈코리아에 작품을 기증하는 박종화 작가 박요섭 -서예와 선비정신에 대한 온고지신에 대해서 한 말씀해주세요.박종화 - 저는 제 마음속에 자리 잡은 그대로 정확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어떤 경우라도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국민의 봉사자입니다. 이것이 정착되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합니다. 공직에 있는 사람들이 헌법에 부합되도록 행동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국민이 주인이라는 것을 항시 기억해야합니다. 서예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면, 그런 분들도 붓을 잡고 서예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역사를 보면 반듯한 선비들은 공직에 나가 국민들과 늘 소통하는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 선비정신이 바로 서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 드린 바와 같이 글을 쓰면 좋은 문장을 되새기고, 마음을 바로 잡게 된다는 것입니다.  박요섭 - 한글과 한문 가운데 주로 쓰시는 분야와 서체는 어떤 것인지요?박종화 - 저는 병행해서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속에는 한글을 더 중시하고 있습니다. 어느 공모전에 가보니, 한글과 한문 작품을 같이 공모해서 심사하는데 한문을 위주로 대상, 금상을 주고 한글은 뒤쳐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글이 똑같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한글을 쓰는 민족인데, 이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문보다는 한글을 우선시 합니다.박요섭 - 독자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박종화 - 서예가 되었든 그림이 되었든 문화 활동을 함에 있어서의 귀결은 사회가 맑고 깨끗하여지고, 나라가 발전하는데 공헌되어야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작품을 감상하시면서, 더 좋은 마음으로 모두가 웃으며 서로 돕고 아끼며 존중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한국문화
    • 미술
    2012-11-19
  • 한국의 스트라디바리우스, 임창호 수공예 악기 장인
    50여 년을 한결같이 악기제작에 열정을 쏟아온 임창호 장인이야말로한국의 스트라디바리우스라 불러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 임창호 수공예 악기 장인 ‘강릉’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동해바다, 경포대, 오죽헌, 이율곡, 신사임당, 허난설헌, 허균, 초당순두부’ 등등의 이름들과 이미지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전혀 연고도 없던 커피가 강릉의 이미지에 추가되고 있다. 이런 느낌과 설렘을 가지고 강릉을 여행하려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 오죽헌 바로 옆에 위치한 ‘강릉예술창작인촌’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하늘을 비낀 노을은 얼룩진 마음, 빛바랜 꿈을 감추고 찾아든 나그네를 포근히 감싸며 퇴색했던 색깔을 마음이 곱게 되찾아준다.어디에선가 애잔한 듯 부드럽고 따뜻하게 이어지는 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임창호 수공예 악기 장인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있는 곳이다. 그는 다섯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했다고 한다. 그 인연이 이어져 1962년 서라벌예술대학교 공예과를 졸업하고 바이올린과 첼로를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 임창호 장인의 작품 - 바이올린 그는 강원도 통천이 고향이었지만, 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강릉으로 왔고 지금까지 살고 있다. 음악을 사랑했지만 연주자의 길이 아닌 악기제작의 길을 걸어왔다. 어쩌면 보다 본질적인 음악 사랑의 방법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이런 그의 열정이 현악기 500년 역사에 있어 최초로 바이올린과 첼로에 대나무 참숯을 섞은 옻칠을 하여 더 좋은 소리를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세계적인 걸작을 만들어냈고, 이것으로 특허도 받았다. 그의 전시장을 가득 메운 소품용 바이올린들이 빛을 받아 반짝이는 나뭇잎들처럼 손을 흔든다. 대나무 숯가루를 섞은 옻칠로 가공하여 만들어낸 바이올린들이 사관생도들처럼 꽉 찬 자부심으로 즐비하게 서서 방문객들을 맞는다. 한쪽에서는 이들의 지휘자처럼 우뚝 서서 중후한 분위기를 발하는 체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람의 목소리를 가장 닮아 있다는 것이 첼로이다. 화려하거나 현란하지는 않지만 그윽한 매력을 발하는 소리가 첼로의 매력이다. 또 이 악기는 연주자가 온 몸으로 껴안고 연주하는 악기다. 그래서 더욱 하나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첼로이다. 그래서 누구라도 공통적으로 좋아하게 되는 것이 첼로가 내는 소리이다. 여기에다 임창호 장인이 더한 매력은 연주자의 손을 잡고 청중의 벗이 되게 한다.  ▲ 임창호 장인의 작품 - 첼로 옻칠을 한 악기는 그 소리가 청아하고 생생하다. 실제로 악기제작용 나무판에다가 그가 개발한 옻칠을 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비교하여 보면, 옻칠을 하지 않은 것은 아예 소리가 나지를 않는다. 대나무 숯가루를 섞어 만든 옻칠이 된 악기는 소리도 탁월하지만, 습기에도 굉장히 강하다. 심지어 물속에 담갔다가 꺼내도 멀쩡하다. 2002년 태풍 ‘루사’가 강릉지역을 휩쓸고 간 탓에 그의 공장 안에 있던 바이올린도 30일간이나 침수 피해를 당하였지만, 뒤틀림이나 갈라짐도 없었고 소리에도 아무 이상이 없었던 것이다.바이올린의 세계적인 명기라면 17~18세기에 활동했던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제작자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를 떠올린다. 그의 바이올린은 신비로운 소리로 모든 연주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50여 년을 한결같이 악기제작에 열정을 쏟아온 임창호 장인이야말로 한국의 스트라디바리우스라 불러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그를 만나고 나오는 길에 바람에 스치는 낙엽의 소리를 들으니, 불현듯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가슴을 휘감아 내리는 감동이 그리워진다. 수공예 악기 장인 임창호강릉시 죽헌동 149번지강릉예술창작인촌 Gangneung Artist Villagehttp://cafe.naver.com/original2010
    • 한국문화
    • 미술
    2012-11-19
  • 빔(空)으로 다시 채우는 역설의 가치혁신이 아름다운 작가
    옛것을 오늘에 더 빛나게,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숨결이 하모니가 되어 흐른다   ▲ 현대도예 윤종구 작가 ‘강릉예술창작인촌’은 오케스트라의 구성처럼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모여서 예술인촌을 이루고 있다. 그곳에 가면 뛰어난 하모니로 빼어난 솜씨를 아름답게 승화하는 현대도예 윤종구 작가를 만날 수 있다. 윤종구라는 이름만 들으면 남성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반대로 여성작가이다. 윤종구 작가를 통해서 도자기도 반전을 이룬다. ▲ 윤종구 작가의 작품들 그녀의 작품에 담으면 한 끼 식사도 예술이 된다. 도자기가 액자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조각보처럼 변신하기도 한다. 그녀의 작품에 다는 꽃을 꼽고, 반찬을 담고, 차를 우려낼 수 있다. 심지어 콩나물을 키우는 시루가 되어 나타나기도 한다.현대도예 윤종구 작가는 생활도자기의 연출가다. 그녀의 손길을 거치면 생활이 예술이 된다. 그녀는 삶과 예술을 구분 짓지 않는다. 인류의 삶 자체가 예술임을 자연스럽게 노래하는 작가가 그녀의 이미지이고 특징이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줄곧 도자기를 전공했지만 도자기를 향한 그녀의 마음은 동해 바다의 수평선처럼 끝이 없다. ▲ 윤종구 작가의 작품들 그녀의 연구실겸 작업실에 즐비한 작품들은 그녀를 대변하여 재잘거린다. 어느 것 하나 어색해보이지 않고, 작품의 권위주의를 발산하려고 몸부림치지도 않는다. 삶의 소박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들이다. 위대한 작품은 진실한 것이고, 삶의 본질을 담아내는 울림을 가지고 있지 않겠는가. 이것을 우리는 아름답다고 한다. ▲ 윤종구 작가의 작품들 - 악세서리 한껏 멋을 부리지는 않았지만 품위가 있고, 정결하고 깊은 내면을 살짝 드러내는 미소로 엿보이며 말을 걸 틈새를 주는 여인 같은 작품들이 그녀가 만들어내는 특징이다. 그래서 그녀는 빔(空)을 철학으로 모두의 마음을 채우려한다. 꽉 찬 것은 기우러지게 마련이지만 비워진 것은 기다림의 미학이고, 수용하고 감싸주는 드넓은 대지의 마음이다. ▲ 윤종구 작가의 작품 - 도자 벽장식 이것을 교감하며 빔의 마음(空感)을 공감(共感)으로 소통하게 하는 것이 그녀의 작품이 주는 메시지이고, 그녀가 담아 둔 세계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흙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자연이다. 흙을 기반으로 사람도 살아가고, 식물들도 자란다. 그 흙에다 예술적 생명력을 불어 넣어, 삶을 나누는 장으로 초대하는 윤종구 작가를 만난 여운이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을 마음껏 달려가게 한다.   현대도예 윤종구 작가강릉시 죽헌동 149번지강릉예술창작인촌 Gangneung Artist Village윤종구 도예공방 빔http://cafe.daum.net/jgu56  
    • 한국문화
    • 미술
    2012-11-12
  • 2,300여 작품 전시 진풍경, 깊어가는 가을 온통 물들이다
    ‘2012 향토문화미술대전’ 입선 2,300여 작품 전시회, 관람객들의 탄성 자아내다 ▲ 2012 향토문화미술대전 전시회를 시작하는 테이프 절단식 사단법인 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와 사단법인 한국향토문화진흥회가 주최한 ‘2012 향토문화미술대전’의 서예(한글, 한문), 한국화, 문인화, 사군자, 현대서예, 민화, 전각, 서각, 공예, 도예, 서양화 부문에 총 3,236점이 출품되었다. 이 가운데 입선작 2,300여 점이 안산시 안산문화예술의전당(안산시 단원구 화랑로 312) 1관, 3관, 4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에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11월 6일부터 13일까지는 임원 및 초대작가들의 작품전시이고, 입선작들은 10일부터 13일까지 4일 동안 같은 공간에서 전시된다. ▲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 전시된 작품들 윤부남 이사장은 공간이 좁아서 안타깝지 않느냐는 질문에 공간의 문제보다는 더 많은 작품들이 소개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2013 국제기로미술대전’에서는 5,000점 이상도 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전시회에는 사라져가는 전통과 향토미술에 대한 발굴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윤부남 이사장은 이런 성과를 그 어떤 것 이상의 소중한 가치로 여긴다. 그의 마음이 보다 더 많은 작가들을 찾아내고 육성하여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데 소중한 견인차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 2012 향토문화미술대전에서 종합대상을 수상한 정영훈 작가와 죽장도 작품(왼쪽부터 조규영 고문, 정영훈 작가, 윤부남 이사장) 전시장 입구를 들어서면, 종합대상 작품인 정영훈 작가의 ‘죽장도’가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정영훈 작가는 특허출원까지 마무리하고,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한다는 말로 종합대상에 대한 의미를 되새겼다. 많은 관람객들의 축하 속에, 더 좋아서 온통 웃음이 그칠 줄 모르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정영훈 작가의 동생, 정성훈 작가다. ▲ 2012 향토문화미술대전에서 대한민국예술문화대상을 수상한 유마리아 작가와 작품 바로 옆에는 박용고 작가의 평판 도자기 작품이 역사의 향기를 머금고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미소로 반긴다. 나란히 줄지어선 작품들이 서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하여 손짓하고 있어 관람객의 마음까지 들뜬다. 주자(朱子)의 권학문(勸學文)을 쓴 유마리아 작가의 작품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少年易老學難成 (소년이노학난성)一寸光陰不可輕 (일촌광음불가경)未覺池塘 春草夢 (미각지당춘초몽)階前梧葉 已秋聲 (계전오엽이추성)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한 순간이라도 가벼이 해서는 아니 된다.연못가의 봄풀은 아직 꿈을 깨지도 못했는데, 뜰 앞의 오동나무는 벌써 가을의 소리를 내는구나.이 가을에 인생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시문을 바라보며, 특히 청소년 관람객들이 유념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 몇 발자국을 옮기니, 약속이나 한 듯 오노혁 작가가 쓴, 주자(朱子)의 권학문(勸學文) 앞부분이 나타났다. ▲ 2012 향토문화미술대전에서 태조대왕상을 수상한 오노혁 작가와 작품 勿謂今日不學而有來日(물위금일불학이유래일)勿謂今年不學而有來年(물위금년불학이유래년)日月逝而歲不我延(일월서이세불아연)  鳴呼老而是誰之愆(오호노이시수지건) 오늘 배워야할 것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올해 배워야할 것을 내년으로 미루지 말라. 해와 달은 가고 세월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으니, 오호라. 늙어서 후회한들 이 누구의 허물라 할 것인가.공예, 서예, 한국화 등이 어우러진 다양한 작품들의 숲을 지나노라니, 통일부장관상을 수상하는 홍재곤 작가의 통일 염원시가 분단의 아픔을 위로하며 마음가득 소망을 담아준다. 전시장 가운데쯤에서는 김진영 작가를 만났다. 훤칠한 키의 김진영 작가의 모습과 작품은 마치 형제처럼 닮아 있었다. ▲ 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 윤부남 이사장의 작품 한 바퀴를 돌아 입구 쪽에 다다르니, 여덟 폭 소나무 병풍이 고요한 아침의 나라, 이 민족 선비의 정신을 품고 관람객들에게 푸른 기상을 불어넣고 있다.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누군가 마음으로 쏟아내는 리듬에, 주변에 모인 관람객들이 한 마음으로 빨려들고 있었다. 윤부남 작가의 작품이다. 그의 소나무 작품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봄에는 약동하는 생명력으로, 여름에는 짙푸른 왕성함으로, 가을에는 비취색 하늘을 닮은 청아함으로, 겨울에는 굴하지 않는 선비의 기상으로, 마치 대화하듯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 2012 향토문화미술대전에서 문종대왕상을 수상한 이미자 작가와 작품 1관을 지나 3관을 향하는 복도와 계단까지 꽃이 핀 듯,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1관 입구에는 이미자 작가의 작품 속에서 살며시 고개를 든 연꽃이 수줍은 여인처럼 3관으로 가는 관람객들을 안내하고 있다. 3관, 4관에도 벽면에는 작품들이 2단으로 줄지어 서서, 자신들을 봐달라고 각각의 작품세계를 말해주고 있다. 3관 중간 상단에는 등나무를 소재로 한 김동영 작가의 작품이 보라색 꽃을 피우고, 하나 됨의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 2012 향토문화미술대전에서 시의회 의장상을 수상한 김동영 작가와 작품 조용하던 검은 들판을 봄의 새싹과 꽃들이 앞 다투어 채워나가는 것처럼, 누군가의 마음속에 잠재되었던 작품들이 전시장으로 일제히 달려 나온 것 같다. 두 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겨우 전시장을 돌아 나올 수 있었다. 13일 전시회가 끝나고 난 다음, 17일 오후 1시에서 4시까지 기독교백주년기념관(서울 종로5가) 대강당에서 시상식이 열린다. 이로써 2012년 ‘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가 땀 흘려 일한 풍성한 결실들의 추수가 마무리되고, 여유로운 겨울을 지내며 새봄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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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1-09
  • 누구보다도 과학기술과 예술의 만남에 민감한 작가
    ‘대형 도자기판’의 개발, ‘청자기와’의 재현으로 도자기 천년의 빛을 발한다뉴미디어 예술가로 불리는 제프리 쇼(Jeffrey Shaw)는 ‘읽을 수 있는 도시’라는 상호 대화적 합성이미지 설치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런 작품들이 가능하려면 과학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인문학과 예술이 서로 통하고 서로의 자양분이 되어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과학과도 자연스럽게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고가 아니더라도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유기적일 수밖에 없다. 스티븐 잡스(Steve Jobs)는 생전에 입버릇처럼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교차점에 서있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의 이런 상상력은 기술을 통한 대중문화의 변화를 촉진시켰다. “예술과 과학은 얼핏 반대개념처럼 보이기도 하나, 실제로 이들은 불가분의 관계이다.”프랑스의 비평가요, 시인이었던 폴 발레리(Valery, Paul)의 말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예술은 과학과도 통한다는 것이다. 예술이라는 이름 안에는 문화와 철학이 과학기술과도 원활하고도 박진감 넘치게 교감하고 호흡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개념에 누구보다도 민감한 작가가 있다. 이런 감각과 노력이 천년의 전통을 가진 청자기와를 재현하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대형 청자도판 위에 한 폭의 그림을 구워내는 기술도 개발해내게 했다. 그야말로 과학의 기저위에 예술적 상상력을 구현해낸 것이다. 이와 같이 인간의 끝없는 예술적 영감의 확산은 좀 더 편리하고 아름다운 삶이 가능하게 한다. 이런 생각으로 가득하다보니, 그를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에 쌀쌀해진 날씨를 핑계 삼아 발걸음을 재촉했다. ▲ 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 박용고 부회장 박요섭 - 어떤 계기로 도예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셨나요?박용고 - 36년 전에 ‘한림서당’이라는 곳에서 강의를 하면서 ‘국제협회’에서 초대회장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중동에서 석유파동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환경의 변화가 저를 도공의 길로 들어서게 하였습니다. 보통 도공들을 보면 대대로 계승해서 내려오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저희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보니 도자기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만큼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천년의 전통인 청자기와를 재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기쁨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도자기라고 할 수 있는 청자를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마음이 저를 여기에까지 오게 한 것 같습니다.박요섭 - 보통의 경우 도자기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이 청자와 백자인데요, 이것들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박용고 - 청자와 백자가 다르다는 것은 제작과정에서 백자 흙과 청자 흙이 따로 있습니다. 유약도 백색을 내는 유약과 비취색을 내는 유약으로 서로 다릅니다. 무엇보다도  본질적인 차이는 토질입니다. 감상이라는 면에서는 사람의 느낌과 정서에 따라서 그 취향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기본적으로는 비취색을 좋아하면 청자를 좋아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가을 하늘 색을 닮아 있다고나 할까요? 반면에 백자는 흰 눈이 세상을 덮은 것처럼 순수한 느낌이 들게 하여 정화의 경험도 가능하게 합니다. 우리의 의복과 고요함의 정서와도 어울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요섭 - 어떤 이유에서 우리민족이 청자와 백자를 만들었을까요?박용고 - 제가 보기에는 백자의 바탕위에 인류가 오랜 세월을 내려오면서 좀 더 아름다운 도자기, 더 아름다운 색깔을 추구하다가 보니, 그 문화에 맞는 연구와 발전을 거듭하면서 청자에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봅니다. 그것이 점점 더 발전되면서 그때그때마다  극치를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 박용고 작가의 작품 - 청자 일월오봉도 박요섭 - 우리가 보통 ‘이천’하면 백자, ‘강진’하면 청자라고 알고 있는데요, 지역적 특색과도 연관이 있는지요.박용고 - 강진이라는 곳은 중국과 문물교역을 했던 곳으로 강진군 사당면에 청자도요지가 발견되었습니다. 이것을 볼 때  강진은 오래전부터 청자를 생산하는 곳이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별히 지역적 특색을 말하자면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약과 흙이 다른데, 그 지역에 맞는 도자기를 만드는 것이 가장 편리하고 이상적이었겠지요. 이런 이유로 강진은 청자, 여주나 이천은 백자로 발전한 것 같습니다.박요섭 - 우리가 소중히 여겨야 할 도자기의 가치라면 어떤 것인지 말씀해주세요?박용고 - 아무리 현대문명이 편리하고 안락하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정신적인 만족까지 채우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예술의 세계가 생활로 들어온 것입니다. 사실, 예술을 특별히 구분한다는 것도 어색하고 황당한 것입니다. 전통 도자기 작품을 보면 보이지 않는 예술혼이 들어있습니다. 이것은 도공의 땀과 눈물, 그리고 그의 열정이 속속들이 스며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서 찰흙으로 물건하나를 만들어도 대충한 것과 정성을 다한 것에는 척 보기에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의 도자기는 분업화가 되어 있습니다. 흙을 만드는 사람, 조각하는 사람, 불 피우는 사람 등 모든 것이 분업화 되어 있습니다. 옛날의 도공들은 한 사람이 이 모든 것을 다 했습니다. 산에 가서 흙을 직접 파 와서 정제하고 만들고 굽고, 조각해서 작품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거기에는 도공의 열과 성이 다 담겨져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방법들은 편리성은 좋지만 작품성으로 볼 때, 작가적 정신의 응축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부족하다고 해야겠지요.박요섭 - ‘인간문화재협회’의 수석부회장을 지내셨는데요, ‘인간문화재협회’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박용고 - ‘인간문화재협회’는 각 분야별로 전통적 문화유산을 전승받아 그것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하여 관련분야의 사람들을 발굴하고 엄격하게 심사하여 ‘인간문화재’로 지정되도록 지원하는 단체입니다. 저는 아직 ‘인간문화재’ 호칭을 받지 못했습니다. 올해 12월에 ‘청자기와’를 통해 심사청구를 하려고 합니다. ▲ 박용고 작가의 작품 박요섭 - ‘국제협회’ 초대회장도 지내셨는데요, 어떤 단체인가요?박용고 - ‘국제협회’는 ‘한국일본협회’, ‘한국미국협회’ 등이 있는데요. 보통 장관급 이상을 지내신 분들이 협회장으로 있는 단체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공직에 있은 적은 없었지만, 한국이 중동으로 진출을 할 당시, 이란의 팔레비 왕과의 교류가 있었기 때문에 ‘한국이란협회’를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고 수락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우리나라가 중동으로 진출하는 데에 있어, 인력문제, 기술협력문제 등을 지원했습니다.박요섭 - 작가님의 작품에서 표현하시고자 하는 특징은 어떤 것인가요?박용고 - 도자기 작품을 보면 대부분 생활자기인 화병, 주병, 물병으로 이어지는데요, 저는 기물적으로 하지 않고 청자기와를 개발하면서부터 평면도자기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것을 실현해 내려면 도자기판을 만들어서 가마에 넣어 1,350도 이상의 고열에 12시간동안을 구워내야 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도판이 수축과 팽창을 하면서 휘어지기도 하고 갈라지거나 터져서 실패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그동안 평면도자기가 나오지 못한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대는 과학기술의 장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평면도판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재작년에 완성했습니다. 내년 3월에는 전시회를 하려고 합니다. 종이 없는 전시, 즉 도판위에 그림을 그리고 각을 하고, 글씨를 써서 만드는 작품을 전시하고 싶습니다. 도판위에 작품을 해놓으면 누가 일부러 깨지 않는 이상 영원히 갈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 추진하는 일이 있습니다. 큰 빌딩의 로비에 모자이크나 타일로 만든 작품이 아닌, 대형 청자도판위에 그림을 넣어 한 화폭으로 나오게 하는 일입니다. 이것은 건축에서 인테리어의 혁신뿐만이 아니라, 미술작품의 혁신으로도 보아야 할 것입니다. ▲ 2012 향토문화미술대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전시회장에서 박요섭 - ‘고려청자개발원’의 대표를 맡고 계신데요, 사업 분야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박용고 - 지금까지 개발해 놓은 것은 대형 도자기판과 천년 만에 재현된 청자기와입니다. 도자기로 만드는 모든 것이 저희 사업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지금 동국대학교와 ‘금강경 청자전탑’을 만들려고 협의 중입니다. 금강경 전체의 글씨를 새긴 청자 전돌로 탑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미 특허도 냈습니다. 또 하나는 지금 청와대 지붕에 올려 있는 기와가 청자기와가 아닌 푸른 기와인데 청와대 지붕에 청자기와를 올리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박요섭 - 소중하게 여기는 작품은 어떤 것이 있나요?박용고 - 제가 처음 만든 작품이 청자벼루인데요, 그것이 애착이 갑니다. 그것을 계기로 청자기와도 만들고 평면도자기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이라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것입니다. 그것은 방향을 제시한 것이고, 이미 절반을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봅니다. 박요섭 - 인터넷 공간에서의 전시 공간인, ‘타임즈 코리아의 버추얼 갤러리’와 재능기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박용고 -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작가들에게 작품을 발표하고 알리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은 피워낸 곳을 보여줄 수 있는 나뭇가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 가지의 꽃이 벌이나 나비들의 도움으로 꽃가루가 수정되면 열매를 맺게 됩니다. 이와 같이 ‘타임즈 코리아의 버추얼 갤러리’가 작가들의 결실을 위한 나뭇가지요, 벌과 나비가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되어 너무나 좋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의 예술 작품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 임원들과 함께(왼쪽부터 박요섭 타임즈코리아 대표, 윤부남 이사장, 박용고 부회장, 이영수 운영위원장, 홍재곤 상임부이사장, 장판길 상임감사, 장재명 부이사장) 박요섭 - 기로협회에 대한 비전과 소망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박용고 - 우리나라에 많은 예술 단체가 있습니다. 경제적 문제도 풀어가기 어려운데, 예술의 문제를 이끌어간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겁니다. 윤이사장님의 리더십과 지도력에 놀랐고, 재능을 가진 많은 작가 분들이 있다는 것에 또 놀랐습니다. 제가 여기에 들어 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남은 인생동안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협회라고 생각됩니다.박요섭 - 작가나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지요? 박용고 - 보통 예술은 배고픈 직업이라고 말들을 합니다. 그러나 배고프다고만 생각하지 마시고 영광된 직업이라는 자부심 가운데 정진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작가들과 교감하고 공유하는 마음이라고 봅니다. 어떤 일보다도 많은 사람의 마음과 삶을 기쁘고 풍요하게 하는 것이 작가들이라고 봅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각자의 삶의 영역에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며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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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1-09
  • 그리운 시절의 추억이 현실이 되게 하는 작가
    그녀의 작품들을 마주대하면, 그대로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 강릉예술창작인촌 산이 겹친 내 고향은 천리이련마는  자나 깨나 꿈속에도 돌아가고 싶어 한송정 가에는 외롭게 달이 뜨고  경포대 앞에는 한줄기 바람이 불며 갈매기는 모래톱에 흩어졌다 모이고  고깃배들은 바다위로 오고 가리니 언제나 강릉 길을 다시 밟아가서 색동옷 입고 앉아 바느질을 할까 신사임당이 멀리 한양으로 시집가서,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지은 ‘思親(사친, 어머님 그리워)’이라는 시이다. 시문(詩文)과 그림에도 뛰어났던 사임당을 생각하노라니, 어느덧 오죽헌에 다다랐다. 주변은 온통 노란 은행잎으로 마음까지 가을을 물들이고 있었다. ‘강릉예술창작인촌’은 오죽헌과 넓지 않은 도로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아 있는 곳이다. ‘강릉예술창작인촌’으로 들어서는 골목길에는 불쑥 들어가 보고 싶은 정감어린 집들이 착한 미소로 반긴다. ▲ 문경희 작가 이곳에 가면 지금도 색동옷 입고 앉아 바느질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해내는 작가가 있다. 닥종이로 이런 모습을 살려내는 문경희 작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비단은 오백년을 가고 종이는 천년을 간다고 한다. 종이를 만드는 원료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닥나무의 껍질이다. 이것으로 만든 닥종이는 종이 중에 가장 좋은 종이라고 할 수 있다. 닥종이가 주는 질감은 부드럽고 포근하면서도 자연스런 느낌을 준다. 이런 특성이 우리민족의 정서와도 닮아 있어, 만들어진 작품을 보노라면 어느새 동화되어 그때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해진다. ▲ 작업 중인 문경희 작가 작품 - 마을 잔치 문경희 작가는 이 닥종이를 재료로 우리의 전통 모습들을 재현해낸다. 그녀의 손길을 거치면, 그리운 시절의 추억이 현실이 된다. 이것이 문경희 작가의 매력이다. 문경희 작가의 작품들을 마주대하면 그대로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그녀가 담아 놓은 이야기가 스며있기 때문이다. 작품을 하면서 그녀가 던지는 메시지는 작품 속으로 녹아들어다가 그 이야기를 들을 귀가 있는 사람, 함께 울고 웃을 줄 아는 사람에게만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를 시작한다. 작가로서 그녀의 철학은 정(情) 그리고 본질적 순수의 회복이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을 보면서,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작품을 통해 정화(淨化, catharsis)되며 치유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 문경희 작가 작품 이런 관람객을 만날 때 문경희 작가는 작가로서의 보람에 감격하며 자신 또한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된다고 한다. 문경희 작가의 작품을 만나면 정서의 반응이 파도처럼 일고, 파도 뒤에 오는 잔잔한 그 편안함과 회복을 통해 이성의 강화를 경험하게 되리라고 본다. 그 이유는 문경희 작가의 작품을 통해 본능적 욕구의 상상적 대리 만족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것이 바로 작가들마다의 특성이요, 아우라(aura)다. 더나가 이것은 그 작가만이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charisma)인 것이다. 작품과 관찰자는 이런 은밀하고도 깊은 밀도의 교감 가운데 현재적 일회성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공감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 문경희 작가 작품 - 나무해오라 했더니 ‘오줌 싸게, 흥부네 박 타는 날, 우린 하나, 군밤, 나 어릴 적엔, 기다림, 꼭꼭 숨어라, 울 엄마’ 이런 문경희 작가의 작품들의 이름을 보면 그 내용을 어렵지 않게 그려볼 수 있다.문경희 작가는 ‘문경희 닥종이인형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을 찾으면 그녀의 가르침을 받을 수도 있다. 아니면‘ 강릉원주대학교 평생교육원’이나 ‘강릉여성문화센터’에서도 그녀에게 배울 수 있다. ‘강릉예술창작인촌’을 나서니, 단풍이 스치며 떨어지고 은행나무가지는 수많은 노란 손수건을 들고서 가을을 향해 손을 흔들며 합창을 한다. 골목길을 걸어 나오며 코끝을 스쳐 가슴 속에 자리하는 ‘솔향 쌀빵’ 냄새를 맡으니, 저녁연기 피어오르던 고향집과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에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 이야기 들어라.” 소월의 시 ‘부모’의 한 구절이다. 문경희 작가의 작품은 이런 그리움을 찾아주고 있다는 생각이 휙, 스치고 지나간다.닥종이 작가 문경희강릉시 죽헌동 149번지강릉예술창작인촌 Gangneung Artist Village문경희 닥종이인형연구소 http://blog.naver.com/khm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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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1-05
  • 올곧음의 외침을 소리 없이 담아내는 작가
    붓끝에서부터 면면히 전해오는 절개와 의리의 정신이 지면에 살아 움직이게 하는 작가를 만나다 의리(義理)란 인간이라면 누구나 행해야 할 마땅한 도리를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의리를 아름답게 기리고 활성화하는데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의리는 삶에서 마땅히 행해야 할 것이며, 올바른 것이고, 삶에서의 구체적인 방향이고 바람직한 모습이다.   공자(孔子)는 “子曰志士仁人 無求生以害仁 有殺身以成仁(뜻있는 선비와 어진 사람은 자기가 살고자 어진 덕을 해치는 일이 없고, 목숨을 버려서라도 인을 이룬다)”이라는 말을 하였다.의리는 도덕을 근간으로 한 윤리적 정당성에 대한 실천적 표방이라 할 수도 있다. 이는 깊고 넓은 시야를 가지고, 불의에 대한 비판과 저항을 통해 정도(正道)로 나가는 수단이기도 하다. 이런 선비정신으로 의리를 저버리지 않은 표상들이 있으니 우리는 그들을 사육신(死六臣)과 생육신(生六臣)이라고 부른다. 조선 제7대 왕인 세조가 조카 단종에게서 왕위를 빼앗자, 목숨을 바쳐 절개를 지킨 신하들이 사육신(死六臣)이고, 이에 항거하여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여 의리를 지킨 신하들이 생육신(生六臣)이다. 그 생육신(生六臣) 조려(趙旅)의 자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작가가 있다. 선비는 학문적 소양과 품위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선비라면 끊임없이 인격을 수련하며 신독(愼獨)의 정신으로 대의를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아끼지 않는 의연함과 용기, 바름의 타협 없는 실천의 대명사라 할 것이다. 붓끝에서부터 면면히 전해오는 그 절개와 의리의 정신이 지면에 살아 움직이게 하는 작가를 만난다는 기쁨이 왠지 마음을 가득 채워준다. ▲ 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 조용군 부회장 박요섭 - 작품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내용이나 사상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세요.조용군 - 작품을 쓸 때마다 생각나는 분이 있습니다. 중학교 때 한학을 가르쳐주신 선생님이 계신데, 그 분 말씀이 “글을 쓸 때 개칠을 하지 마라. 한 번 쓸 때 올바로 써야지 고치면 서예의 생명은 죽은 것이다”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그래서 글을 배울 때는 올바로 쓰라는 그 분의 말씀이 항상 머리에 남아있습니다. 서예는 정신을 바로 해야지 올바로 쓸 수 있습니다. 그것이 서예의 생명이라는 말이 가슴에 늘 새겨져 있습니다.사상적인 배경을 말씀드리자면 이것을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데요. 제 선조님 중에 조려(趙旅)라는 조선시대 ‘생육신’이 계십니다. 그래서 그 선조님의 정신을 생각하며 성균관에도 입학해서 공부를 했습니다. 저도 그 분처럼 올바름과 국가사랑 그리고 민족정신이 제 작품에도 묻어나기를 바라면 작품을 하곤 합니다.박요섭 - 우리나라 지도 모양에 애국가를 쓰게 되신 동기는 어떤 것이신지요?조용군 - 애국가 지도(독도는 우리 땅)을 쓰게 된 이유는 유림에서 한자로 애국가 지도를 작게 쓴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을 보고 이것을 작게 쓸 것이 아니라 크게 써서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보게 하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한자로 애국가 지도(독도는 우리 땅)을 썼는데, 사람들이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고 해서 한글로 다시 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약 2,000여장 정도 썼습니다. 부족하지만 국민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계속 쓸 계획입니다. ▲ 조용군 작가 작품 - 애국가 지도(독도는 우리 땅) 박요섭 - 한자와 한글작품을 병행하시는데, 그 차이점을 말씀해 주세요.조용군 - 한글은 초등학교 때부터 연습을 많이 해서 잘 썼습니다. 한글을 연필로 쓰는 것 보다 붓으로 쓰는 것이 더 좋아 보여 붓으로도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한문을 배우다보니  한글을 무시하는 것 같아, 한때는 한글로만 서예를 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는 한문으로도 작품을 쓰기 시작 했습니다. 한글은 한글대로 한문은 한문대로 묘미가 있습니다. 지금은 병행해서 쓰고 있습니다.박요섭 - 작품 활동을 하시는데 있어, 어떤 분들과 교제와 교류를 하시는지요?조용군 - 지금은 제가 부산에 거주하면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 번은 지역 공모전에 출품한 적이 있는데 거기에 회장을 맡으신 분께서 연락을 주셔서 그 분과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사서 및 서예가를 수료하여 동문들과도 교류합니다. 저는 서초구 현 방배동에 있는 가람서실 신동엽 선생님의 제자이기도 합니다. 많은 선후배들과도 교류하며 운암 조용민, 우산 송하경, 시중 변영문 선생님, 송헌 서상호 선생님과 교류하며 서예교육협의회 초대작가로서 많은 동문들과도 교류하고 있습니다.박요섭 -작품을 하실 때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작품을 하시는지 말씀 해 주세요.조용군 - 작품을 선택할 때, 그 작품 내용이 내 마음과 맞는지를 먼저 선정한 후 글을 씁니다. 그래야 글과 제가 상통이 되어서 글도 잘 써 집니다. 사람의 매사가 다, 하는 일과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되어야 즐겁고 그 결과도 흡족하게 나오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이 곧 나의 마음이라고 생각하면서 대화하듯이 몰입해들어 갑니다. 그러다가 보면 한 편의 이야기가 글씨 가운데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 조용군 작가의 작품 - 歸雁(귀안) 박요섭 - 가장 아끼시는 작품, 기억에 남는 작품을 소개 해 주세요.조용군 - ‘생육신’이신 조려(趙旅) 선조께서 단종을 생각하시면서 쓰신 두보(杜甫)의 歸雁(귀안)이라는 시를 많이 씁니다.歸雁(귀안) - 돌아가는 기러기春來萬里客(춘래만리객) 봄에 온 만 리 밖 타향의 나그네는  亂定幾年歸(난정기년귀) 난리가 그쳐 어느 해에나 고향에 돌아갈는지 斷腸江城雁(단장강성안) 강가 성위를 나는 기러기가 애간장을 끊나니  高高正北飛(고고정북비) 높이 바른 방향으로 북쪽으로 날아가네.전란으로 인해 고향의 돌아가지 못하는 두보(杜甫)의 안타까운 심정이 잘 나타난 시인데요. 저희 조려(趙旅) 선조께서는 단종을 생각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 시를 많이 쓰셨던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런 정신을 간직하며 살려고 이 시를 가장 많이 쓰게 됩니다. 박요섭 - 작가의 마음가짐, 품행이나 실력 등 작가라면 갖추어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전반에 관해 말씀 해 주세요.조용군 - 작가라면 글을 한 점 쓰는데 있어 자신의 마음과 정신을 그 속에 넣어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 출품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10여장 써서 공모전에 내고 입선을 하기도 하는데요, 참 안타깝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것은 선비정신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작가로서 내게 주어진 이익보다는 진실을 우선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진실이 결려된 것은 당분간 겉으로는 그럴 듯해 보일 수는 있겠으나 사상누각(砂上樓閣)이기 때문에 곧 무너지고 맙니다. 괜한 염려가 아니라 곧 무너져 버릴 일이니,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 서예 작품집을 설명하고 있는 조용군 작가 박요섭 - 작가님만의 작품의 특징이 있다면 말씀 해 주세요.조용군 - 저는 글을 쓸 때마다 자신의 글씨체를 만들어 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글씨를 그대로 체본(體本)해서 쓰는 것은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나름대로 글씨체를 만들어 그 가운데 정신을 넣어야 합니다. 그야말로 법고창신(法古創新, 옛 모범에서 원리와 기본을 배우되 거기에 더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한다)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50~100장씩 글을 쓰면서, 온 마음으로 자신의 정신이 들어가게 해야 비로소 자신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박요섭 - 작품 기증을 많이 하고 계신데요, 그 동기와 이유는 무엇인가요?조용군 - 제가 40년간 글을 썼는데요. 그 글을 소장해야한다는 것보다 저희 협회에서 협력하는 곳에 드리는 것은 협회와 저를 알리는 의미도 있습니다. 저는 글을 쓰되 탐욕을 가지고 쓰는 것 보다, 그 글을 쓰는 순간 저의 모든 정신을 담아서 써 보낸다고 생각합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에서도 모든 연주자들이 온 마음으로 연주에 임하지만 그 순간 곳 그 소리는 떠나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 글이 협회의 활동에 도움이 된다면 저 또한 영광입니다. 이외에도 필요한 곳에 제 작품이 걸릴 수 있다면, 작가로서의 가장 큰 기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꺼이 증정하게 됩니다. ▲ 타임즈코리아아 작품을 기증하는 조용군 작가 박요섭 - 작품을 기증하는 소회는 어떠신지 말씀 해 주세요.조용군 - 남을 위해서 배려하고 희생하는 정신이 있어야 참된 사람이라고 제 아내가 늘  말합니다. 처음엔 저도 작품을 돈을 받고 팔았는데, 어느 날 제게 육체적인 질병이 찾아왔습니다. 그때 제가 연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연약한 사람이 글을 쓸 수 있을 만큼의 건강을 회복한 것만도 감사한데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그래서 베풀고 도와주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제 소신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부족하지만 작품들을 기증하는 마음입니다. 작품은 저를 대신하는 저의 또 다른 이미지가 되어 걸린 그곳에서 늘 저를 대변한다고 생각합니다.박요섭 - 향후 작품 활동에 대한 바람이 있으시다면 말씀 해 주세요. 조용군 - 저는 앞으로도 작품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계속적으로 활동할 계획입니다. 가족들이 건강을 염려하고 있지만 작품 활동을 할 때 기쁨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건강에도 더 유익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할 수 있는 만큼 기쁨과 감사 가운데, 즐거운 몰입을 계속할 것입니다. 노래하는 가수들은 노래로, 운동선수들은 그 운동에서 최선을 다하며 만족과 행복을 얻게 됩니다. 저는 작가로서 작품에 정진하면서 그와 같은 아름다움을 창출하고 싶습니다. ▲ 서예 작품을 쓰고 있는 조용군 작가 박요섭 - 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에 대해서 한 말씀 해 주세요.조용군 - 작년에 중국에 있다 들어오니, 윤이사장님에게 편지가 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전화를 해서 윤이사장님을 찾아뵙고 함께 협회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윤이사장님의 빛나는 리더십과 임원들이 물심양면으로 아끼지 않고 힘을 모아 나가기 때문에 저희 협회가 앞으로 큰 발전을 이루리라고 생각됩니다.박요섭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조용군 - 앞으로도 항상 밑에서 배우는 사람의 자세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부족한 것이 많고 약한 사람입니다. 많이 채워주시고 협회를 위해 많은 조언도 부탁드립니다. 섬김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은 늘 그 이상의 공급을 보장 받게 되는 삶이 펼쳐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이 사회가 날마다 점점 더 서로 더불어 나눔을 실천하고 기쁨을 공유하며 발전해나가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 한국문화
    • 미술
    2012-11-01
  •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어머니의 사랑처럼 감싸주는 작가
    그의 작품을 만나면 언제라도 따뜻하게 맞아주는 고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가을은 풍요와 더불어 낙엽이 주는 낭만 뒤에 숨어 있는 쓸쓸함과도 대면하게 되는 계절이다. 만산홍엽으로 아우성치는 듯 이어지는 산등성이를 넘으면 그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거기에는 우리가 그리는 고향 마을이 있지 않을까?이 도시의 화려한 불빛아래에서의 쓸쓸함을 그곳 고향집 아궁이에서 빨갛게 타오르는 불꽃으로 위로받고 싶다. 왜일까? 그 빨간 불꽃은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가슴에서 불붙은 사랑의 열기를 뿜어내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 고향을 가고 싶다. 이런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일상에 매여서 쉬 떠나지 못해도 그 막연한 그리움을 부여잡고 있기에 그래도 오늘을 살아갈 힘이 솟아나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고향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레는 것이다. 어머니의 숨결과 어릴 적 같이 놀던 친구들의 싱그러운 웃음소리가 언제나 반기는 그곳을 향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늘 가고 싶은 이곳을 이어주는 작가가 있다. 그를 만나면 고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의 가슴 속 사연들이 손을 타고 종이에 옮겨지면 우리들의 그리움을 빨아들이는 고향이 되어 나타난다. 그가 사는 곳은 경상남도 울산이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의 정감 속에 이끌리어 그의 작품세계로 들어가 보자.   ▲ 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 임병영 이사 박요섭 – 한국화를 하시는 작가로서 미국 전시회를 다녀오신 소감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임병영 – 봄에는 제1회 해외 교류전으로 중국을 다녀왔습니다. 이번에는 제2회 해외 교류전으로 미국을 다녀왔습니다. 고국의 향수에 목말라 하는 외국 동포 분들에게 저희들이 가져간 작품을 전시했는데 참으로 좋아하셨습니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저희의 방문과 작품기증이 그들에게는 고향의 향기였고 친정 부모님 같은 위로였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작품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예술품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고향 속으로 달려가는 모습이었다고나 할까요. 저희의 방문이 참으로 뜻 깊은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요섭 - 서양화와 비교하여 한국화를 하시는 것에 대한 특별한 묘미가 있으시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말씀해주세요.임병영 - 서양화나 수채화 등은 여러 가지 색을 많이 사용해서 작품을 합니다. 그러나 동양화는 먹을 위주로 해서 작품을 하기 때문에 묵향을 가까이 할 수 있어 좋습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먹을 갈 때 퍼지는 묵향은 사람의 마음을 평안하게 하고 그 향은 감미롭습니다. 그리고 화선지에 퍼져나가며 자리를 잡는 먹의 느낌은 한국화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라고 봅니다. 깊은 차 맛의 울림과 여운이 있다고나 할까요. 화려하고 강렬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베어 나오는 메시지는 언제 보아도 정겹고 푸근합니다. 그래서 저는 서양화보다 한국화에 더 매력을 느낍니다. 박요섭 - 한국화 작가로서 작품 활동을 하시면서 갖게 되는 행복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임병영 - 제가 한국화를 하게 된 동기에 대해 말씀드리면 행복과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80년대 교사생활을 할 때, 교장선생님이 저에게 사군자를 맡아서 지도해달라고 업무지시를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사군자를 전혀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제가 학생들을 지도를 하기 위해서 학원에 가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동양화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날그날 제가 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다음날 아이들에게 가르치다 보니, 어느새 저의 수준과 학생들의 수준이 같이 가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꼈습니다.이후 서양화에도 관심이 있어서 공부를 했고, 정년퇴임 후에는 사군자의 틀을 벗어나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 한국화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국화 작품을 하면서 제일 보람을 느끼는 행복은 붓을 잡았을 때에는 아무 잡념이 없어 정신을 집중할 수 있어 아주 좋다는 것입니다. 작품에서는 담백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길 수 있어서 좋습니다. 때로는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하나가 되는 감흥에 젖게 하기도 하는 것이 한국화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또한, 나이 들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도 참 행복합니다. ▲ 임병영 작가 작품 - 삼청산 박요섭 - 여러 분야 중에서 한국화를 하시는 이유는 어떤 것이신지요?임병영 - 서양화도 조금 배웠지만 퇴임하면서 어느 것을 더 깊이 공부할 것인가를 고민 하다가 한국화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제 생각에 서양화는 커피의 맛이라면, 동양화는 구수한 숭늉의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더 잘 공감하며 담아낼 수 있는 것은 그래도 한국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표현기법이나 재료, 작품 속에서 드러내는 메시지 등이 다 서양화보다는 한국화가 더 친숙할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커피의 낭만도 좋습니다만 오랫동안 구수함을 느낄 수 있는 숭늉 같은 한국화가 더 좋을 것 같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박요섭 - 한국화를 하시는 것에 대해 가족들이나 동료 등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가요?임병영 - 퇴임한 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 이것이 저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동료들의 반응은 제가 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부러워하고, 특히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해서 많이 부러워합니다. 저로서는 가끔 전시회를 하게 되면 동료들이 와서 저의 작품에 대해 격려해 주는 것이 보람 있습니다.박요섭 - 작품 활동을 통해 추구하시는 목적이 있으시다면 무엇인지 한 말씀 해주세요.임병영 - 특별한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작품 활동을 하면서 그린 작품들을 시간이 지난 뒤 전시회를 하거나 특별한 공간에 상시 전시하는 갤러리를 갖고 싶습니다. 또한, 제가 그린 작품들을 모아서 도록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도 싶습니다. 작가들이 가지게 되는 보편적인 바람일 수도 있겠지요. 핵심은 나누고 공유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것으로 말로 다 할 수 없는 교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이것은 시간적 제약을 넘어 지속적으로 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박요섭 - 작품을 통해 나타내고자 하시는 메시지 또는 세계관은 어떤 것인가요?임병영 - 제 작품에는 주로 풍경화가 많이 있습니다. 저는 붓을 잡을 때, 항상 생각하는 것이 오늘날 오염된 사회로부터 탈피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립니다. 제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잠시나마 혼탁한 사회에서 마음에 정화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위로와 회복을 제공해줍니다. 그것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작품을 통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각박한 세상 속에 전달해주고 싶어 합니다. 그것으로 우리들의 삶이 좀 더 여유로워 질 수 있다면, 그 만큼이 자연을 닮아 더 좋아진 것이 아닐까요.박요섭 - 교장선생님으로 퇴임을 하셨는데 미술교육과 인성이라는 차원에서 한 말씀 해주세요.임병영 - 예술은 인성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림을 통해서도 사람의 마음을 치유 할 수 있는 좋은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에게 그림을 그리게 해서 그 사람의 내면과 소통하며 치유할 수도 있습니다. 일상에 상처 난 마음들이 아름다운 그림을 통해 회복되는 경우는 굉장히 많습니다. 미술은 우리의 생활 속 어디에서나 흔히 접할 수 있습니다. 미술은 인간의 모든 생활분야에 자리 잡고 있어, 누구나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가 되는 프로슈머(prosumer)라고 생각되어집니다. 어떤 교과지도를 넘어서 생활에서 유용하고 아름다우며 착한 일상을 창출하게 하는 미술을 가르쳐야 한다고 봅니다. ▲ 임병영 작가 작품 - 고향 가는 길 박요섭 - 소중하게 여기시는 작품을 소개해 주세요.임병영 - 하나는 ‘삼청산’이라는 작품입니다. 지난 3월에 1차 해외교류전으로 중국에 갔을 때 ‘삼청산’을 관광하게 되었습니다. 산의 모양이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져 있고, 산허리에 둘러있는 구름과 주변 경관이 우리나라의 산들과 다른 절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보는 순간 그리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스케치를 하고 돌아와서 작품을 완성했습니다.또 하나는 ‘고향 가는 길’이라는 작품입니다. 제 고향은 경남 하동의 청학동마을 들어가기 전에 있는 ‘횡천’이라는 마을입니다. 어느 날 고향으로 향하는 길을 걷다가 눈밭을 보게 되었는데, 참으로 아름다워서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눈 쌓인 제 고향 길의 모습이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우리 모두의 마음에 있는 고향의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박요섭 - 작가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 말씀 해주세요.임병영 - 저는 한국화를 그리다 보니, 작품 속에 시골의 정서가 많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여행을 자주하는데, 안타까운 것은 예전에 시골에 가면 볼 수 있었던 것들이 요즘에는 많이 사라져 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럴 때 작가로서 드는 마음은 사라져가는 문화를 화폭에라도 담아 두고 싶다는 것입니다.후손들에게 작품으로나마 이런 것들을 전해주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박요섭 - 작품을 하시는 방법적인 특성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인가요?임병영 - 작가에 따라서 다른데요, 예를 들어 산수풍경을 그릴 때 앞쪽은 먹으로 그림을 그리되 멀리 안개처리 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또는 안개 뒤에 있는 먼 산들은 아교를 이용해서 표현합니다. 아교를 사용하면 색깔이 뭉치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르게 펼쳐집니다. 그래서 저는 산수화에서 아교를 주로 사용합니다. ▲ 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 작가들과 함께(왼쪽부터 임병영 작가, 황우섭 작가, 김봉준 작가) 박요섭 -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회는 어떤 것인가요?임병영 - 처음 작품을 하고 나서 한 첫 전시회가 기억에 남습니다. 작가로서 첫 작품이기 때문에 남들이 내 작품을 본다는 것에 대한 남다른 기쁨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첫 사랑에 대한 기억을 하면서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어떤 기교나 방법보다도 때 묻지 않은 순수함 때문일 것입니다. 저도 처음 전시회를 했던 기억이 그래서 가장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박요섭 - 타이즈코리아에서 인터넷공간에 'VIRTUAL GALLERY'를 만들고 있는데 이것에 대해 한 말씀 해주세요.임병영 - 타임즈코리아가 하는 이 일이 정말로 필요한 일인데, 지금까지 왜 이런 관심이 없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것을 보면서 절실성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앞으로 활용도가 무궁무진 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구촌 누구에게나 열려있기 때문에 예술의 세계에 다가서는 기회도 그만큼 폭넓게 제공되는 이 일을 극찬하고 싶습니다.박요섭 - 예술의 저변확대를 위해서 좋은 생각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해주세요.임병영 - 제가 현직에 있었다면, 학교에서 방과 후에 아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필요한 자료 등을 제공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지인들에게 여가선용으로 좋은 활동이니, 함께 하자고 권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타임즈코리아가 하고 있는 이러한 일들은 예술의 저변확대를 위해 아주 우수한 일이라고 생각되어집니다. 왜냐하면 그림에 관심 없는 사람도 타임즈코리아에 들어와 그림을 보고 나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동기 부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박요섭 - 작품을 통해서 소통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소통되어질 때 작가로서의 느낌은 어떤 것인가요?임병영 - 우리가 흔히 친구들 사이에서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말할 때가 있습니다. 자신의 작품을 타인이 보고 느낌을 말할 때, 작가와 똑같을 수는 없지만 거의 가깝게 접근이 된다면 작가로서는 작품을 제대로 읽어준다는 희열감을 얻게 됩니다. 이것이 작가가 갖게 되는 최상의 보람이고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타임즈코리아에 작품을 기증하는 임병영 작가 박요섭 - 작품 활동에 대한 향후의 바람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해주세요.임병영 - 제가 은퇴한 후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때, 아내가 많은 힘이 돼주었습니다. 저에게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용기도 주고, 여러모로 언제나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던 것입니다. 앞으로 남은 세월동안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해서 팔순 되었을 때, 개인전이나 개인도록을 만들어 작품 내용을 아내에게 선물로 주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박요섭 - 협회에 대해서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해주세요.임병영 - 작품을 출품하면서 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몇 번 작품을 출품하면서 이사장님과 임원들이 참으로 많은 수고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이사장님의 리더십과 임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박요섭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임병영 - 제가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은 예술가의 한 사람으로서 작품의 세계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독자들과 이런 계기로 만나게 된 것을 감사하고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독자 여러분들이 이곳에서 다양한 작품들과 만나시면서 기쁨과 여유가 넘치는 삶이되시기를 바랍니다. 이런 만남들이 하나하나 쌓여서 이웃과 사회를 포근하게 감쌀 수 있는 아름다움과 여유가 넘치시기를 소망합니다. ▲ 임원들과 함께(왼쪽부터 장재명 부이사장, 윤부남 이사장, 황운섭 이사, 홍재곤 상임부이사장, 임병영 이사, 김봉준 부회장, 장판길 상임감사, 박요섭 타임즈코리아 대표)
    • 한국문화
    • 미술
    2012-10-25
  • 붓이 스치는 소리와 먹의 스밈이 노래가 되게 하는 작가를 만나다
    따뜻한 음성과 정감 속에 휘어지고 젖혀지면서 스며드는 먹의 선율이그 자체로 아름다운 한 곡의 노래가 되게 하는 작가 붉게 타오르는 단풍이 봄의 꽃보다 여유롭게 아름다움을 더하는 가을이다. 가을이 봄의 설렘보다 더 넉넉한 기쁨을 선물하는 것은 꽃 피는 봄과 여름의 작열하던 태양을 머금고 말없이 그 너그러움 속에 다가와 있기 때문이리라. 그토록 황량하던 겨울 들판도 이토록 넉넉하게 변하는 것은 아낌없이 내어주는 대지의 드넓은 가슴을 남김없이 전달하는 열매의 풍요한 섬김 때문이리라. 이런 넉넉함을 한 아름 가슴에 안고 나그네의 외로움을 살며시 감싸는 그분을 만나고 싶다. 누구나 마음속에는 이런 그리움이 자리하고 있어, 때론 황량한 도시 한 구석이 더욱 쓸쓸하다. 그런데 어디에선가 따뜻한 음성과 정감 속에 휘어지고 젖혀지면서 스며드는 먹의 선율이 그 자체로 아름다운 한 곡의 노래가 되어 들려온다. 오늘 그 주인공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그래서 더욱 설레고 경쾌한 이유다. 벌써 다정한 미소가 손으로 묻어나는 황운섭 작가를 만났다. ▲ 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 황운섭 이사 박요섭 - 서예를 하시면서 가장 좋은 점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인지요?황운섭 – 작품에 몰입하다가 보면 거기에 정신이 집중됩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잡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맙니다. 또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을 표현하는데 굉장히 유익합니다. 그러니 나이가 들어서 하는 여가 중에 서예가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글씨를 잘 못썼는데 65세 정년퇴직을 해서 배우게 되었습니다. 서예를 하다 보니 사군자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한문뿐만 아니라 한글서예도 배우고 있습니다. 작품을 하다 보니 내가 부족한 것을 더 많이 느끼게 되고 더 많이 배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마음이 나이와는 상관없이 저를 젊음으로 이끌어가는 것 같습니다. 박요섭 - 언제 어떤 계기를 통해서 서예를 시작하시게 되셨나요?황운섭 - 특별한 계기보다 공직에 있을 때는 시간이 없어서 여가생활이 쉽지 않았습니다.  97년 퇴직 한 후에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했습니다. 여러 가지를 모색해보았는데 그중에서 서예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서예를 해 보니 할수록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렵다는 것은 못하겠다거나 힘들다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고 싶고 배울 것도 점점 더 많아진다는 것이겠지요. 박요섭 - 서예를 하시는 것에 대한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의 반응이나 주변의 견해는 어떤가요?황운섭 - 같이 교직에 있다 퇴직하신 분들을 보면 노인정을 많이 찾습니다. 그분들이 제가 제일 좋은 길을 선택했다고들 이야기 합니다. 저도 추천작가가 되기까지 7년 걸렸습니다. 그 후 초대작가, 원로작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지금도 과연 제가 작가로서 자격이 있나 때로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욱 정진하게 되니 몸도 마음도 더 젊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활동이 주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씨나 문장을 보고 나쁜 감정을 갖지는 않을 테니 말입니다. ▲ 황운섭 작가 작품 박요섭 - 서예를 하시면서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으실 텐데요,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황운섭 - 시간 보내기가 참 좋습니다. 서실에 나가 동료들과 서로 토론하고 자료를 찾아보고 서로 이야기 하는 것들이 참 좋습니다. 소위말해서 콜로키움(colloquium)이 되는 셈이지요. 학회나 세미나와 같이 전문성 있는 연구 모임에서도 콜로키움이 되겠지만 이 말이 원래 ‘함께 모여서 대화하다’라는 뜻이니, 말하자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집에 와서도 잡념이 생길 때 붓을 잡으면 잡념이 없어집니다. 지금 제 나이가 80세인데 밖에 나가도 친구들과 별로 할 것이 없습니다. 집에서 조용히 붓을 잡고 있으면 건강에도 좋고 모든 것이 편안해집니다. 함께 서예 하시는 분들과는 토론의 주제가 있고, 또 혼자서는 작품에 집중하게 되니, 서예가 벗 중에 벗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박요섭 - 서예를 통해 추구하시는 목적이 있으시다면 무엇이시지요?황운섭 - 좀 더 좋은 생각으로 쓰고 싶은 생각입니다. 그래서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있고 토론도 많이 합니다. 한 자 한 자 종이에 자리 잡는 글씨들이 포도송이의 알알이 맺힌 열매들처럼 보는 이들에게 아름다운 멋과 맛을 내고 싶습니다.  박요섭 - 작품의 주제나 내용은 어떤 것들인가요?황운섭 - 교직에 있었기 때문에 도덕이나 교육에 관한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 내용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옛 성현들의 교훈적인 내용들을 주로 쓰게 되됩니다. 이런 내용들이 보는 이들의 가슴에 새겨지면, 언젠가는 그의 삶에 그 내용들이 살아 움직이게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 증거가 성현들의 가르침을 오늘 날 우리도 따르고 있지 않습니까.박요섭 - 현재 고교생들에게 서예에 대해 입문을 권면 하신다면 어떤 말씀을 하시고 싶으신지요?황운섭 - 서예는 모든 내용이 좋은 말이고 교훈적이어서 교육에 참 좋습니다. 서예작품에 나쁜 말을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좋은 내용을 쓰려면 그런 자료를 찾게 되고 그 과정에서 그 의미를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작품으로 만들려면 수십 번 아니, 수백 번도 써야합니다. 그러니 그것을 완전히 외우게도 됩니다. 이런 과정이 수양적 측면에서는 굉장히 좋은 교육방법이고 정서적으로도 매우 좋습니다. ▲ 황운섭 작가 작품 박요섭 - 소중하게 여기시는 작품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황운섭 - 채근담(菜根譚)전집 제126장에 나오는 말입니다. 覺人之詐不形於言(각인지사불형어언)다른 사람이 나를 속였다고 깨달아도 말을 하지 마라.受人之侮不動於色(수인지모불동어색) 남이 나에게 수모를 주더라도 얼굴색을 붉히지 마라또 다른 하나는 초대 대통령이셨던 이승만 대통령의 시입니다.群山不語前朝事(군산불어전조사)많은 산들은 전 왕조의 일에 말이 없는데流水猶傳古國聲(류수유전고국성) 흐르는 물은 오히려 옛 나라의 소리를 전한다.박요섭 - 작가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황운섭 - 작가는 옛날과 비교하면 선비에 가까운 사람입니다. 작가라는 호칭이 붙여지면 자질이나 소질이 거기에 걸맞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행은 물론 모든 것이 작가로서 불리기에 합당한 품성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 쓴다고 다 작가가 아니라, 작가에 부합하는 품행이 작가를 말해준다고 봅니다. 작가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삶이 올 곧아야 하고, 그 위에 기능적으로도 탁월함을 발휘하기 위해 힘써 노력해야 합니다. 작가도 공인이기 때문에 그만큼의 영향력이 있을 테니, 그에 따른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요섭 - 작품에서 주로 쓰시는 서체는 무엇인가요?황운섭 - 여러 사람들의 서체를 배우기 위해 다양한 것을 씁니다. 추사체를 비롯해서 해서, 전서 등 오체를 다 씁니다. 특별하게 좋아하는 서체는 없고 다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여러 악기의 특성을 알아야 하고 직접 연주도 할 수 있으면 그 만큼 좋은 화음을 연출할 수 있겠지요. 여러 서체를 배우는 것도 융합을 넘어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발효화 되어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통섭(統攝)에 이르기 위한 제 나름의 방법이요, 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타임즈코리아에 작품을 기증하는 황운섭 작가 박요섭 - 작품을 하시는 방법적인 특성 및 작가님만의 노하우라면 어떤 것이 있나요?황운섭 - 글씨를 써 보다보면 노하우(know-how)가 생기게 됩니다. 옛날 선인들이 쓰신 서체를 그대로 베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여러 글씨를 연습을 하다보면 자신만의 글씨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것이 옛것의 바탕 위에서 그것을 변화시켜 오늘에 더 적합한 새로운 것을 창조(創造)한다는 뜻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말로하면 말씀드린 바와 같이 통섭(統攝, Consilience)이라는 것입니다.박요섭 - 예술의 역사적 맥락의 콘텐츠화와 저변확대를 위한 타임즈코리아의 이와 같은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황운섭 - 지금 서예가 별로 쓰이는 곳이 없으니, 생활환경이나 교육환경에서 서예가 설 자리가 없습니다. 생활 경쟁이 너무나 심하다보니 교육현실에서도 서예는 배제가 되었습니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문화원이나 복지관에서 서예교실이 활성화 되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보다 적극적인 실천이 있어야 하겠지요. 하지만 누가 이런 일에 나선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습니다. 저희가 아무리 작품을 하더라도 알아주고 보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겠습니까. 이런 때에 타임즈코리아에서 이렇게 작가들을 위해서 인터뷰도 해 주시고 기사도 써주시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이런 자료들을 많은 분들이 공유할 수 있다면 타산지석(他山之石)을 삼아 시행착오도 줄이고, 본받을 점은 배워서 더 많은 발전을 가져오게 하리라고 봅니다. 이야말로 예술의 저변확대에 기여하는 큰 도움이라고 생각하며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박요섭- 타임즈코리아에서는 인터넷 공간에 ‘VIRTUAL GALLERY’를 만들고 있는데요,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황운섭 - 예술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작품 활동을 할 뿐이지만 예술의 저변확대를 위해 다양한 일을 하는 타임즈 코리아에 감사드립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작가들의 작품과 인터뷰 내용을 볼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다면 작가들로서는 너무나 기쁜 일이지요. 누가 이것을 마다하겠습니까? 이런 일들이 더욱 활성화 되도록 저희 작가들도 할 수 있는 것들은 성원해야겠다는 생각이듭니다.  ▲ 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 임원진들과 함께(왼쪽부터 장재명 부이사장, 윤부남 이사장, 황운섭 이사, 홍재곤 상임부이사장, , 임병영 이사, 김봉준 부회장, 장판길 상임감사, 박요섭 타임즈코리아 대표) 박요섭 - 향후 작품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황운섭 - 옛 성현들의 좋은 글들을 많은 작품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옛 성현들의 작품이 이렇게 남아서 지금도 우리가 그것을 보고 배우며 감동하지 않습니까. 이런 맥락에서 즐거움 가운데 소망을 담아 후대에도 살아 움직일 글자를 한 자 한 자 써나가고 싶습니다. 박요섭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해 주세요.황운섭 - 저는 65세에 붓글씨를 처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예술은 어떤 틀에만 갇힌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학업이나 취업에는 어느 정도 때가 있습니다만 예술은 그보다는 훨씬 유연하고 자유롭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은 늦었다고 하지만 저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술은 나이와 관계없이 열정과 성의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늦었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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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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