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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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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2.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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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 인간의 사유에 획기적 변화 가져와

▲ ‘생각하는 나’는 외부의 대상과 지각이 변하더라도 절대로 변할 수 없는 진리의 초석이다. 모든 사유와 판단, 그리고 철학은 바로 ‘생각하는 나’, ‘내가 있다’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근대철학의 창시자, 인간 이성의 확실성과 주체성을 확립한 철학자라고 볼 수 있는 데카르트(R. Descartes, 1596-1650)는 수학과 과학에도 능통했던 철학자였다. 스웨덴으로 건너가 크리스티나에게 철학을 가르치는 스승이 되었던 그는, 매일 새벽 5시에 그녀를 알현하는  것이 화근이 되었을까 어느 겨울 폐렴을 앓다가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가 평생의 철학을 통해서 우리에게 알려주려고 한 근본적인 깨달음은 cogito, ergo sum, 즉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유명한 명제에 담겨 있다.

인간의 사유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데카르트. “정신에 나타나는 모든 것에 견고하고 참된 판단을 내리도록 정신을 지도하는 것이 연구의 목표이다.”(Studiourum finis esse debet ingenii ad solida et vera, de iis omnibus quae occurrunt, proferenda judicia)  “모든 것에 견고하고 참된 판단”이라는 함축된 말에 당시 그의 생각을 나타내준다.

인간의 이성이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고 참된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데카르트는 그것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사유하였다. 그것은 명석하고 명증적이어야만(clare et evidenter) 했다. 대상에 관해서 설령 검증하지 않더라도 직관적으로 정신에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이어야 하며 명백한 것이어야 했다.

이에 데카르트는 “우리가 다루려는 대상에 관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이나 우리 자신이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명석하고 명증적으로 직관되는 것이거나 아니면 확실하게 연역되는 것만을 고찰해야 한다. 오직 이런 방식으로만 지식은 획득될 수 있기 때문이다”(Circa objecta proposita non quid alii senserint, vel quid ipsi suspicemur, sed quid clare et evidenter possimus intueri vel certo deducere quaerendum est; non aliter enim scientia acquiritur)라고 말한다.

결국 데카르트가 끝까지 밀고 나가고자 했던 그 사유의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나’라는 문제다. 그것도 ‘생각하는 나’, 이것만이 확실한 철학의 원리였다. 그가 발견했던 위대한 철학적 토대, 그 내용은 이렇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이 진리는 아주 확고하고 확실한 것이고, 회의론자들이 제기하는 가당치 않은 억측으로도 흔들리지 않는 것임을 주목하고서, 이것을 내가 찾고 있던 철학의 제일원리로 거리낌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유(cogitatio)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만이 나와 분리(divelli)될 수 없다. 나는 있다, 나는 현존한다, 이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얼마동안? 내가 사유하는 동안이다. 왜냐하면 내가 사유하기를 멈추자마자 존재하는 것도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데카르트는 이 철학의 원리를 단번에 깨닫고 세운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의심하고 회의하면서도 그래도 변하지 않는 그 궁극의 진리 탐구는 일생의 과제였을 것이다. “학문에 있어 확고하고 불변하는 것을 세우려 한다면 일생에 한 번은 이 모든 것을 철저하게 전복시켜 최초의 토대로부터 다시 새로 시작해야 한다.” 그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사실이나 진리라고 믿고 있는 것에 대해 근본부터 의심해보는 것은 철학의 시작이다.

철학은 그래서 매번 앞선 선배 철학자의 논리를 뒤집을 때 발전해왔던 것이다. 그럼에도 데카르트가 회의와 의심의 철학을 통해 이룬 결과는 ‘나’라는 존재, ‘생각하는 나’라는 존재는 절대로 의심할 수 없는 확고부동한 인식이다. “우리는 신도 하늘도 어떤 물체(corpora)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쉽게 가정할 수가(supponimus, supponere) 있다. 그리고 우리가 손도 다리도 그리고 결국 어떤 육체(corpus)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가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 우리가 무(無)라고 간주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생각하는 어떤 것이 생각하고 있을 때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인식,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ego cogito, ergo sum)>는 누구든 순서에 따라 철학하는 자가 만나는 최초의 인식이고 모든 것 중에서 가장 확실한 인식이다.”

데카르트의 말을 더 들어보자. “나는 사유라는 말로써 우리가 의식하는 한에 있어서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illa omnia, quae nobis consciis in nobis fiunt, quatenus eorum in nobis conscientia est). 이해(intelligere)나 의지(velle)나 상상(imaginari)뿐만 아니라 감각(sentire) 또한 사유(cogitare)와 동일한 것이다.”

그렇다. 내가 사유할 때, 내가 의식할 때 모든 것은 존재한다. 모든 것이 외부의 감각적 경험을 통해 명증적 진리를 터득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의 존재론적 확신을 통해서 확실한 인식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것은 신마저도 우리를 속일 수 없다. 신은 참되고 빛의 근원인데, 생각하는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거짓으로 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신의 속성은 그가 최고로 참되며 모든 빛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가 우리를 속인다거나 우리가 저지른 오류들의 적극적인 그리고 고유한 원인이라는 것은 모순이다... 속이고자 하는 의지는 결코 신에 속할 수 없다.”

이제 불변하는 자기 존재의 사유를 통해서 진리를 판별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첫째는 선입견의 제거, 두 번째는 개념의 진위 여부를 명석판명(明晳判明, clare et distincte)하게 따지는 것이다.

“진지하게 생각하기 위해서 그리고 인식할 수 있는 모든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서 따라야 할 것은... 첫째로, 모든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혹은 이미 획득한 믿음들 가운데 우리가 새로운 검증을 통해 참인 것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그 어떤 것도 신뢰하지 않도록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두 번째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개념들(notiones)에 차근차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게 해서 명석판명하게 인식된 개념들만을 참인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

인간의 지각은 어떤가. 역시 의심할 수 없는 나 자신의 정신, 이성에 포착될 때에만 명석판명한 지각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데카르트는 매우 중요한 말을 한다. “바라보는 눈에 현존하여 눈을 충분히 강하고 분명하게 자극하는 것들을 우리가 명석하게 본다고 말하듯이, 나는 집중하고 있는 정신에 현존하며 드러난 지각을 명석한 지각이라 부른다. 그리고 나는 명석하기 때문에 모든 다른 것과 구별되어 단지 명석한 것만 담고 있는 지각을 판명한 지각이라 부른다.”

 ‘생각하는 나’는 외부의 대상과 지각이 변하더라도 절대로 변할 수 없는 진리의 초석이다. 모든 사유와 판단, 그리고 철학은 바로 ‘생각하는 나’, ‘내가 있다’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거기에서 타자에 대한 인식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정치나 경제 현상을, 이성의 능력을 가지고 명석하고 판명하게 사유하고 판단하는 시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고한 도서들
R. Descartes, 이현복 옮김, 방법서설․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 문예출판사, 1997.
R. Descartes, 이현복 옮김, 성찰, 자연의 빛에 의한 진리탐구, 프로그램에 대한 주석, 문예출판사, 1997.
R. Descartes, 원석영 옮김, 철학의 원리, 아카넷, 2002.


김대식 박사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 타임즈코리아 편집자문위원. 저서로는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 세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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