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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둘러 있음의 세계(Um-welt)’와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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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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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존재 방식을 인정하고...자연 환경을 삶의 뿌리에서부터 의식

인간은 ‘둘러 있음의 세계’에 대한 의식의 개명(開明)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연의 존재 방식을 인정하고, 자연 환경으로 인해서 우리의 삶이 가능하다는 인식, 즉 삶의 개현 혹은 계시로서의 자연 환경을 삶의 뿌리에서부터 의식해야 한다.



“파괴하고 증오하고 분노할 시간은 이제 없다. 축제와 기쁨 그리고 희망으로
우리는 우리의 세계를 건설해야만 한다.” Ivan D. Illich

인간은 자신도 모르게 타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내가 입고 먹고 자고 배설하고, 말하고 걷고 하는 행위들은 반드시 나 혼자만의 힘과 능력,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다.

단지 노동 임금으로 거의 모든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도시인의 편리한 삶은 바로 타자를 인식하지 못하며 착각에 빠지도록 만든다. 심지어 우리가 생존하는 것조차 한 순간이라도 물, 흙, 바람, 불의 작용이 없다면 불가능한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자꾸 잊고 산다. 보다 근원적인 자신의 삶의 토대가 자연이라는 것을 망각한다. 아무리 형이상학적 사변을 늘어놓고 초월을 지향한다 하더라도 삶의 지반인 자연에서 출발하지 않은 사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우리가 지금 의식주의 문제에서 조금 벗어난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자연 덕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크게는 지구, 작게는 우리나라의 자연 환경의 현실을 보면 불안하고 안타깝기가 그지없다. 환경론자들이 누누이 강조하고 있듯이, 미래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는 자연을 잘 관리하고 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년마다 과거의 기상 기록들을 갈아치우는 현상들을 목도할 때, 지금 삶의 패턴들을 반성․성찰하고 자연과 벗하는 삶의 방향을 모색해야만 한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만든다. 예년에 비해 뜨거운 기온으로 인해 장마도 늦을 거라는 예보와 함께 전국의 저수지가 바닥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고구마, 마늘 등 농작물이 고사 직전이다. 그러다보니 감자, 양파, 대파, 무, 붉은 고추 등의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5월부터 6월 현재까지의 강수량은 과거에 비교해 볼 때, 105년 만에 가장 적은 비가 내린 것이라고 한다.

우리의 삶은 환경이 열어 밝혀 준다. 환경이 우리 삶을 현시(顯示)해 주지 않으면 잠시라도 살아갈 수 없다. 마치 종교인이 신의 계시에 의해서 자신의 삶을 지속하듯이, 인간은 환경, 즉 ‘둘러 있음의 세계(Um-welt)’에 의해서 살아간다. 모든 존재는 자신을 둘러 있는 존재들로 말미암아 유기적 관계 속에서 생을 이어간다.

‘둘렀다(Um)’는 것은 자신의 시각과 이익에 따라 주변의 유기적 존재를 수단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둘러 있음’은 자신의 생명을 위해 관계적 방식으로 자신의 고유의 자리에 있으면서 배려와 도움, 생존의 목적으로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둘러 있음의 세계’에 대한 의식의 개명(開明)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연의 존재 방식을 인정하고, 자연 환경으로 인해서 우리의 삶이 가능하다는 인식, 즉 삶의 개현 혹은 계시로서의 자연 환경을 삶의 뿌리에서부터 의식해야 한다.

인간의 환경에 대한 안일함, 무딤, 나태함, 무관심 등이 불러온 결과들은 자연을 그저 하나의 대상, 잠정적 존재로서 내가 존재하는 만큼, 내가 존재하는 한계 안에서만 존재하는 정도로 ‘둘러 있음의 세계’를 보고 있게 한다.

그러나 나를 향해, 서로를 위해 둘러 있던 생명 존재로서의 친구들인 자연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고통․착취당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은 나의 순간순간의 행위가 자연에 부담을 주고 해하고 있지는 않은가를 근본부터 의심해 보는 환경의식을 가져야 함과 습관적 환경주의자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래야만 ‘둘러 있음의 세계’를 해방시킬 수 있으며, 그 해방이 지배, 파괴, 변형되는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유엔지속가능개발회의 ‘리우 20’의 화두는 ‘비만’이 되었다. 20년 새 인류는 1인당 연간육류소비가 34kg에서 43kg으로 급증했고, 그로 인해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이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의 과다한 열량 소비는 식량 공급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수치와 통계의 변화가 알려주는 것이 때로는 인위적이고 작위적이더라도 생의 시간 속에서, 그것도 단시간 내에 기록 갱신을 하는 상황에서 자연 환경의 변화를 그냥 관망할 수만은 없다.

말가죽으로 시체를 싼다, 즉 군인은 전쟁터에서 죽을 각오로 임해야 한다는 ‘마혁과시’(馬革裹屍)라는 말처럼, 지금 환경을 살리고 지켜야 하는 마음 자세가 마치 전쟁을 당면한 것 같은 마음이라야 한다. 그러므로 ‘안불망위’(安不忘危), 편할 때에도 위태로움을 잊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환경 위기와 환경적 죽음, 그리고 그 어려움이 닥치기 전에 개인과 국가는 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김대식 박사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 타임즈코리아 편집자문위원. 저서로는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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