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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民心)이 천심(天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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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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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변화시키는 근본 원리와 원칙, 그리고 동기는 사랑에서 나온다.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라고 한다. 변화 가능성 전체, 혁명 가능성 전체는 민중이 가지고 있으며, 그 가능성의 실현은 하늘의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서 민중이라고 해서 맘대로 혁명을 하거나 세계 변화의 가능성을 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늘의 말, 초월자의 말을 잘 알아들어야 한다. 달리 표현하면 하늘의 뜻인 사랑을 품어야 한다. 세계를 변화시키는 근본 원리와 원칙, 그리고 동기는 사랑에서 나온다. 사랑만이 편협하게 내 편 네 편을 가르지 않고 전체를 아우를 수 있다. 사랑을 통해서만이, 사랑에 의해서만 모든 것이 전체 속에서 하나가 되고 통할 수 있다.(함석헌, 앞의 책, 56쪽)
 
시대의 변화를 끌어내는데 전체를 앞세우지 않고 사적 개인만을 생각할 경우에 너와 내가 전체 속에 흡수될 수가 없다. 전체가 혁명과 시대 변화의 명분이다. 한 개인의 아픔과 고통, 억압 때문에 혁명과 변화를 기획했다면 그것은 그 개인이 굴욕과 수모 때문에 일어나야 한다. 민중 전체를 제도로써 구속하겠다면 혁명을 해야 한다. 제도보다 우선하는 것이 민중이요, 그것도 민중의 삶과 생명이다.(함석헌, 위의 책, 57쪽)
 
사랑에-의해서만-모든-것이-.jpg▲ 사랑에 의해서만 모든 것이 전체 속에서 하나가 되고 통할 수 있다.
 
 
민중의 삶과 생명은 어떤 국가나 제도에도 양도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민중의 삶과 생명은 전체로 사는 삶이고 전체로서의 뜻이다. 따라서 함석헌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잘못의 근본 원인은 너, 나를 갈라 생각하는 데 있다. 나라는 ‘너’와 ‘나’를 분리하는 생각이 없고, ‘너’도 ‘나’라 하는 데 있다. 모든 것을 ‘나’라 하는 것이 나라요, ‘나’라고 하는 생각이다.” (함석헌, 위의 책, 60쪽)
 
‘나’라는 개인의 실존이 덩어리가 된 것이 ‘나라’가 되었다는 그의 논리에는 나와 너의 구분이 없이 너라고 하는 실존까지도 아우르면서(포섭) 전체가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는 연대성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타자인 ‘너’가 ‘나’와 완전히 같다는 전체주의나 동일주의와는 다르다. 전체를 생각하고 전체와의 상관성 속에서 존재하는 거대 실존(집단 실존)과 개인 실존의 실재적 필연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다.
 
집단으로서의 실존 역시 매 순간 직면한 상황들 속에서 결단하고 전체를 위해서 개별 실존을 어떻게 품을 것인가를 갈등, 고민, 긴장해야 한다. 집단 공동체의 생명이 거기에 있는바, 따라서 집단 실존의식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김대식 박사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 타임즈코리아 편집자문위원. 저서로는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 세계』,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과 종교문화』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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