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방문을 기대하며 찾은 제천 10경 배론성지
막바지 여름휴가를 제천 10경과 함께 보내며 ‘배론성지’의 역사적 의미를 오늘에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오는 14일 프란치스코(Francesco) 교황의 한국 방문에서 16일 열릴 시복식(諡福式·순교자나 신앙에서 매우 특출한 덕행이 증명된 사람에게 주어지는 복자(福者) 선포식)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황은 16일 아침 서소문 순교성지를 방문하고 오전 10시부터 광화문 일대에서 순교자 123위에 대한 시복미사를 집전하게 된다.
이런 때 한번 찾아볼 만한 곳이 배론(舟論)마을(제천시 봉양면 구학리)이다. 이 마을은 주유산(舟遊山)을 뒤로 자리하고 있다. 배론마을에는 신유박해 때 이 마을로 피신한 황사영의 행적과 깊은 관계가 있다.
황사영은 다산 정약용의 조카사위였고 처가의 영향으로 천주교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황사영은 이 마을에서 토굴을 파고 살면서 여러 선교활동을 펼치다가 1801년 11월 5일 조정에 발각되어 순교하게 된다. 이후에도 이곳으로 피신하는 천주교 신자들이 모여들었고 1856년에는 배론신학교가 건립되기도 했다. 이들은 생계수단으로 옹기를 구웠는데 지금도 봉양읍과 주변 지역은 그때의 영향이 이어져 옹기로 유명하다.
충북 제천을 여행할 때 꼭 거쳐 가야 할 ‘제천10경(제1경 의림지, 제2경 박달재, 제3경 월악산, 제4경 청풍문화재단지, 제5경 금수산, 제6경 용하구국, 제7경 송계계곡, 제8경 옥순봉, 제9경 탁사정, 제10경 배론성지)’에 천주교 ‘배론성지’가 있다.
배론마을은 구학산(985m)과 백운산(1,087m)의 연봉이 둘러싼 계곡에 있는데, 그 형태가 마치 배 밑바닥처럼 생겼다는 의미에서 ‘배론(舟論)’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배론마을은 박해를 피해 신앙을 지키려고 숨어들어든 사람들의 교우촌이다. 2001년 3월 2일 충청북도기념물 제118호로 지정된 이곳에 오면 여러 천주교 유적과 함께 황사영토굴과 최양업 신부의 묘도 둘러볼 수 있다.
한국 최초의 천주교 신학교였던 배론신학교는 파리외방전교회에서 현지인 사제 양성을 위해 설립하였고, 김대건, 최양업, 최방제를 마카오로 유학 보내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이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때 막바지 여름휴가를 제천 10경과 함께 보내며 ‘배론성지’의 역사적 의미를 오늘에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정한윤 기자 hyj@timesof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