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5(월)

교황방문에 대한 여러 생각과 종교의 난감함과 한계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14.07.31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너그럽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다양성 속에 일치를 만드는 방문이 되었으면 합니다.
 
2014년 8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한다고 합니다. 교황의 방문이 수고스러운 행사로 그치지 않으려면, 포용과 관용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가톨릭은 갈라짐이라는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끌어안지도 못하고 형제라는 의미지향과 제도지향으로 나아가지도 못하는 교회사적 한계, 정치적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신적 의지·의미와 감각적인 요소들이 결합된 너그러운·여유로운 시선을 보여주기 위한 방문이 되었으면 합니다. ‘보이기’와 ‘보기’로 일관한다면 방문은 그저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함석헌은 초월자에 대한 상상력의 수행에서 신앙 감정의 사건이 발생된다고 믿습니다. 상상력은 개별자들에게 모두 주어져 있는 자율성이지 특정 계층에게만 허용된 것이 아닙니다. 그러한 자유로운 사건과 행위를 막아서도 안 됩니다. 그러나 그러한 상상력과 그에 대한 해석, 그리고 신앙 지침은 특권 계층에게 있는 것처럼 통제하고 선언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렇게 되면 개별자의 신앙 감정 혹은 신앙 체험이 특권 계층에 의해 해석되기 전까지는 잠재적·잠정적인 채로 머물러 있게 됩니다.
 
“이제 우리는 육신으로는 거리가 떨어졌고 성령으로 또 역사상으로 나타난 이들을 통하여 그들의 발자취를 마음에 모아 그들을 믿고 될수록 예수에게로 가까이 하여 실감이 나는 데까지 가야 합니다.”(함석헌, 위의 책, 380-381쪽)
 
될수록-예수에게로-가까이-하.jpg▲ 될수록 예수에게로 가까이 하여 실감이 나는 데까지 가야 합니다.
 
 
신앙의 가능성은, 신앙의 정신화는 그 자체가 과도하게 오염되어 있거나 개인화되어 타자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한 적법한·적절한 서사가 될 수 있습니다. 특권 계층의 정신화도 아닌 권위로 도배가 된 신앙의 양식만이 마치 신앙 사건이 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모든 종교인을 어린이 취급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역사적 선조들의 발자취는 독단의 아버지나 초자아적 아버지가 아니라 목가적·유목적 아버지입니다. 그러므로 아이는 학습되거나 검열되거나 거세당할까봐 두려워하는 존재가 결코 아닙니다. 특권 계층은 거짓말을 통해서라도 그들의 욕망을 억압하려고 하지만, 아이는 더 이상 자신의 결핍을 위험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모두에게는 신앙의 서술(서사) 양식인 경전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됩니다. 마음을 열기만 하면 그 참 진리를 알 수가 있습니다. 종교 서사의 범주와 내용은 침묵하지 않고 만인에게 열려있습니다. 더군다나 우리가 그 서사와 진리 서술을 삶과 현실로 번역하고 옮길 때, 즉 삶으로 살 때 그 자체가 드러난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성경을 깨달으려면 우리 마음이 열려야 합니다... 우리 마음이 열리지 않고는 성경의 참 가르침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철두철미하게 현실에 참여하여 그 속에서 하느님의 참 말씀을 드러내는 것”(함석헌, 위의 책, 381쪽) 또한 중요합니다. 종교의 서사 범주와 내용인 경전은 생활세계에서 침묵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삶과 세계를 복원합니다.  
 
김대식 박사
대구가톨릭대학교대학원 종교학과 강사,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 타임즈 코리아 편집자문위원. 저서로는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 세계』 등이 있다.  
타임즈코리아 톡톡뉴스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교황방문에 대한 여러 생각과 종교의 난감함과 한계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