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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스호프호를 통해 바라보는 진리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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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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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다니는 UN, 로고스호프호
세계 60여 개국에서 온 400여 명의 자원봉사자 승무원
소외되거나 어려운 이웃들에게 다양한 구제와 봉사활동 전개 
 
세월호의 2배 정도 규모인 로고스호프호의 뱃머리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위로의 마음을 담은 노란 리본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1만2천t급 로고스호프(Logos Hope)호는 독일 모스박에 본부를 둔 국제비영리단체 GBA(Good Books to All) 소속이다. GBA는 전 세계 소외계층에 지식, 구제, 희망을 나누기 위해 1970년 설립됐었으며 그동안 로고스, 둘로스, 로고스 2, 로고스호프호를 통해 164개국 1천 400여 항구를 찾아가 4천 300여만 명의 방문객을 맞이했다.
 
떠다니는 UN이라는 별명을 가진 로고스호프호는 세계 60여 개국에서 온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400여 명의 승무원이 소외되거나 어려운 이웃들에게 다양한 구제 사역과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2.jpg▲ 부산 다대포항에 정박 중인 로고스호프호
 
 
세계최대의 선상서점으로 알려진 로고스호프호는 현재 부산 다대포항에서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사고수습이 아직도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이라서 무거운 마음이지만, 로고스호프호의 안전관리와 구조에 대해서도 매우 궁금했다. 또한, 세계 여러 나라를 찾아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한국에 필요한 메시지도 빨리 듣고 싶은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배에 들어서자 로이드 니콜라스 단장께서 환한 미소로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Q. 단장님께서 보시기에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요?
 
A. 1978년 한국에 처음으로 방문했습니다. 이후 몇 번 다시 방문하였는데 올 때마다 한국인들의 근면한 모습과 더욱더 많은 발전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바다나 산이나 강 그리고 논밭 등 모든 것이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특히 한국 사람들은 손님을 대접하는 데에 매우 친절합니다.
 
시티투어-206.jpg▲ 로이드 니콜라스 로고스호프호 단장
 
 
Q. 단장님의 가족은 어떻게 되는가요?
 
A. 아내와 함께 배에서 살고 있습니다. 자녀는 세 명인데, 모두 배에서 떠나 살고 있습니다.
자녀들이 어릴 때에는 이 배에서 같이 지냈습니다. 중학교 과정까지 이 배 안에 있는 학교에 다녔습니다. 이 배는 하나의 마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마을에 필요한 것들이 거의 다 있습니다.
 
이 배에는 영국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은 정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가 있습니다. 물론 자격증을 가진 교사들이 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자녀들은 대개 5년 정도 이 배에서 부모와 함께 지내다가 고등학교부터는 배를 떠나 육지로 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학업을 마친 후에는 다시 이 배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Q. 단장님은 어떤 계기로 선교에 관한 일을 하시게 되었나요?
 
A. 대학교 졸업반 때 국제봉사단체의 선교사역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세계로 돌아다니면서 봉사활동을 하며, 여러 나라의 문화도 배울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로고스호프3.jpg▲ 로고스호프호는 양질의 교육도서를 통해 어려운 나라를 돕고, 젊은이들에게 타문화와 국제교류를 경험할 기회를 준다.
 
 
Q. GBA Ship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A. GBA(Good Books to All)는 모든 사람에게 양서를 보급하는 국제비영리단체입니다. 1971년부터 지금까지 43년 동안 이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양질의 교육도서로 어려운 나라를 돕고, 젊은이들에게 타문화와 국제교류를 경험할 기회를 줍니다. 핵심은 봉사활동과 구제사역입니다. 현재 이 배에는 60여 개국 출신의 400여 명의 사람이 승선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가족과 어린이를 포함해 30명 정도 되는데, 이 배의 승선 인원 가운데 한국 젊은이들이 4번째로 많습니다. 제일 많은 나라는 독일이고, 2위는 호주, 3위는 영국이며 미국은 5위입니다.
 
Q. 선박 안에서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요?
 
A. 배라는 좁은 공간에서 여러 나라에서 온 젊은이들이 공동체생활을 하므로 팀워크를 이루며 일하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로고스호프라는 공동체에서 서로의 생활과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와 특성에 대해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좋은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4.jpg▲ 로고스호프호는 60개국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생활과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와 특성에 대해 경험할 수 있다.
 
 
Q. 지난 40년간 선박의 안전을 잘 유지해온 비결은 어떤 것인가요?
 
A. 국제항해법의 까다로운 규칙을 지키고 있으며 매년 외부감사를 받습니다. 안전에 대하여 선박의 모든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항상 점검합니다. 배의 안전 및 비상탈출에 관한 매뉴얼뿐만 아니라 그 매뉴얼대로 실제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철저하게 확인합니다. 5년마다 국제항해법을 따라 정밀감사를 받습니다. 위험발생에 대비하여 화재대피훈련, 비상대피훈련은 항해나 정박과 관계없이 매주 실시하고 있습니다.
 
Q. 1988년도에 로고스 호가 남극에서 침몰하였을 때, 탑승객 139명 전원이 구출되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런 구조가 이루어지게 되었나요?
 
A. 남미의 최남단 지역인 칠레의 비글해협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이곳 지리에 익숙한 현지도선사가 길을 이끌어주어야 했는데, 도선사가 하선하여 없는 가운데 강한 조류에 휩쓸려 배가 암초에 부딪힌 것입니다. 다행히 배에 탄 모든 사람은 비상대피훈련 때처럼 침착하게 자신이 맡은 임무를 수행하여 모두 안전하게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시티투어-214.jpg▲ 1988년 남극에서 침몰한 로고스호
 
 
Q. 선박안전에 관하여 한국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A. 한국의 모든 분에게 드리는 위로의 마음으로 뱃머리에 노란 리본을 그렸습니다. 안전의 중요성을 깨닫고, 안전수칙을 제대로 인지하는 것과 그대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는 1988년 1월 4일 가슴 아픈 침몰사고를 경험했기에 선박안전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가지고 국제항해법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안전규칙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선장을 비롯한 모든 책임자가 마음으로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책임감이 매우 중요합니다.
 
Q. 로고스호프호 한국 방문위원회 이영규 실행총무님에게 여쭤보겠습니다. 언제부터 로고스 호에 타셨는지요?
 
A. 저는 1986년부터 로고스호에 승선하였으며, 1988년 그 배가 좌초되었을 때, 현장에 있었습니다.
 
walkview-625.jpg▲ 로고스호프호 한국 방문위원회 이영규 실행총무
 
 
Q.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사고에 대해 생생하게 기억을 하고 계시겠습니다.
 
A. 그렇습니다. 밤 12시 정도에 암초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 당시 파도는 상당히 높았고 배는 상당히 작았습니다. 로고스호프호의 6분의 1 크기였으니 아주 작은 배였습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캄캄한 밤이었으니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었겠습니까. 배 밑바닥으로부터 바닷물이 들어오고 배가 기울어지며 침몰하는 상태였습니다.
 
Q. 어떻게 139명 전원 구조될 수 있었습니까?
 
A. 매주 구명조끼 착용법, 구명정 내리기 등을 훈련합니다. 대충대충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철저하게 훈련을 합니다. 언제든 닥칠 수 있는 해상사고에 대비하여 비상대피훈련을 실제 상황처럼 매우 철저하게 합니다. 사고 당일도 우리는 평소에 훈련하던 대로 움직였습니다.
 
배를 포기하고 탈출할 때, 배에는 갓난아기를 비롯한 10명의 어린이가 있었고, 목발을 짚고 치료 중이던 여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모두 구조될 수 있었던 것은 평소에 훈련받은 대로 갓난아기와 어린이를 먼저 탈출시키고 그다음 여자들을 그리고 남자들이 탈출했습니다. 선장은 책임감을 가지고 맨 마지막에 탈출했습니다. 모든 사람을 안전하게 탈출시킨 다음 마지막으로 나온다는 것이 기본입니다.
 
로67E4~1.JPG▲ 안전과 구조를 최우선으로 하는 로고스호프호의 구조장비들
 
 
Q. 당연하지만. 자랑스러운 선장님이셨네요.
 
A. 선장님은 영국분이셨는데, 책임감을 가지고 자기 일을 한 것입니다. 모든 사람을 탈출시키고 맨 마지막에 선장이 배를 떠났던 것입니다. 그 사고가 난 몇 년 후 그 선장님을 다시 뵈었는데, 그때에도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상황을 회피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책임질 줄 아는 선장이었습니다. 그때 로고스호의 승객 전원탈출이 가능했던 것은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의 강한 책임감과 신속한 대처능력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말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60여 개국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이 화합하지 못하면 로고스호프호의 항해는 불가능할 것이다. 공동체에 대한 확고한 정신이 로고스호프호를 움직여야 한다. 안전에 대한 철저한 대비, 위기관리능력까지 갖추어져야 배는 안전한 항해가 이루어진다.
 
하나의 단체나 기업, 더 나아가 국가도 항해와 비유할 수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새로운 항해를 준비하고 있다. 모두 마음과 정성을 모으고 서로 사랑해야 한다. 철저히 기본으로 돌아가 원칙을 지켜야 한다. 말이 아닌, 성찰적 실천이 필요하다.
 
로이드 니콜라스 단장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배를 나서니, 다대포항에서 불어오는 7월의 해풍이 마음을 치유하는 듯하다. 다시 한 번 인터뷰의 내용을 생각해보니, 로고스호프호의 화합과 봉사의 정신, 인류애적 자세는 그리스도인들의 참된 모습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다. (통역, 로고스호프호 한국 방문위원회 이영규 실행총무)
 
부산 정한윤 기자 hyi@timesof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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