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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보석에 진실을 담아내는 국새 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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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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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역사의 흐름을 타고 내려와
오늘을 흘러가는 강물 같은 멋과 품위가 풍겨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금속 공예가이며, 보석디자이너인 이창수 명인은 조선의 국새 재현에 마음과 정성을 다하며 굽힘 없는 열망을 불사르고 있다. 국새로 인해 부침도 많았던 그였다.
 
쇠가 무수한 담금질을 통해 명검으로 탄생하듯이, 그는 이런 시련 가운데 더욱더 순수하고 단단하게 되어왔다. 나무의 성적은 열매가 말해준다. 그의 노력은 작품을 통해 드러난다.
 
그가 재현해내려는 국새에는 그때 그 방법과 재료라는 것에서만 멈추지 않는다. 그 시대의 역사적 숨결과 정신은 물론, 국정운영과 통치철학까지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해석학적 안목이 결여된다면, 원전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맥락에서 이창수 명인의 노력은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DSC_1975.jpg▲ 이창수 작가의 작품 - 조선국왕지인
 
그는 보석디자이너이기도 하다. 우리가 보석이라고 부르는 것은 원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원석이 잘 다듬어지고 아름답게 꾸며져 나와야 보석이라고 불린다. 그래서 사랑을 고백할 때도, 보석이 자주 등장하는 것이다. 정성과 사랑의 표시이며, 마음의 증표로 삼기 때문이다.
 
보석은 이렇게 마음을 전하고, 움직이게 하는 매개 가운데 가장 많이 쓰이는 사물이다. 이런 보석의 가치혁신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바로 보석 디자이너이다. 보석 디자이너의 미학적 안목과 철학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보석은 개인적인 부의 상징을 넘어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세련된 디자인과 미학적 발현은 해당 작품만의 이야기를 통해 영롱한 빛을 발하게 된다. 이창수 장인의 특징은 온고지신의 디자인적 감각을 통해 나타난다.
 
그의 작품에서는 긴 역사의 흐름을 타고 내려와 오늘을 흘러가는 강물 같은 멋과 품위가 풍겨난다.
 
IMG_9384.jpg▲ 2013한국향토미술대전 종합대상 이창수 작가
박요섭-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선 동기는 어떤 것인가요?
 
이창수-어렸을 때, 집안 형편이 어려웠습니다. 그렇다보니 초등학교 졸업 후에 형님 친구 분에게서 이 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금은세공(대공)일을 천직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그동안 많은 시간을 다른 사람들이 의뢰해온 작업을 해온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제가 한 것이 의뢰인의 작품으로 둔갑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다보니 작업의 과정이나 재료 등이 거짓으로 포장되어지는 것이 많았습니다. 당연한 귀결이었다고 봅니다. 자신이 하지 않은 것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이런 현실을 바라보면서 인간적인 비애와 실망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2010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한민국 국새 사건을 계기로 큰 결심을 하였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의뢰나 거짓으로 포장될 작업들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늘 제 마음 깊숙한 곳에 웅크리고 있던 작품에 대한 열정을 거침없이 발현해 내고 싶었습니다. 많은 우여곡절을 지나, 오늘 여기에 서 있습니다. 모든 것이 오늘 제가 있게 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DSC_0358.jpg▲ 이창수 작가의 작품 - 고종황제 칙명지보
 
박요섭-작품 활동의 보람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이창수-실물이 존재하지도 않고, 조선의 의궤 속에 단순한 그림 한 장으로 남아 있는 조선의 옥새를 실물로 복원하는 작업은 참으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암울한 역사 속에서 사라진 조선의 옥새를 복원하는 작업은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저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이 일은 역사적인 투철한 사명감으로 이루어내야 할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14과를 복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 밖에도 지금까지 작업해온 모든 작품들이 저의 인생이기도 하니까, 제 몸의 일부처럼 느껴집니다.
 
4.jpg▲ 이창수 작가의 작품 - 황금 쥬얼리 퍼터

박요섭-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에 대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이창수-대한민국 제4대 국새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2007년 대한민국 국새제작단의 실행위원으로 참여하여 실질적으로 국새를 제작하였다. 이것은 제가 늘 해오던 주물방법인 로스트 왁스 주조방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한 개인의 욕심으로 조선의 전통비법인 것처럼 둔갑하는 바람에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현재까지도 국새와 같은 크기의 대공 작업을 금(금 합금)으로 온전히 이루어낸 것은 드문 경우입니다. 이런 가운데에서 야기되어지는 여러 가지 작업의 리스크들을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또 하나는 황금 쥬얼리 퍼터입니다. 이것은 2010년에 저의 모든 노하우를 쏟아 넣어 만들었던 작품입니다. 단순히 작품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접할 수 있는 작품을 구상하던 중에 얻은 아이디어였습니다.
 
퍼터의 헤드 전체가 금 합금(18K)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승천하는 용을 테마로 하여 용의 비늘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다이아몬드 298개를 세팅하여 그 가치를 높였습니다. 고가의 작품이라서 여러 번 작업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가격을 떠나서 제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 넣었던 작품 가운데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DSC_0382.jpg▲ 이창수 작가의 작품 - 태조금보

박요섭-작품에 대한 본인만의 스타일이라면 어떤 것인가요?
 
이창수-평면적인 그림 한 장으로 입체적인 형상을 구현해 내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닙니다. 사람의 얼굴 한쪽만 보고 다른 쪽도 유추해 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래서 문헌과 고증을 바탕으로 한 역사적, 시대적 이해와 안목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작업은 특별한 끌림과 사명감이 없이는 어려울 것입니다. 속된 표현으로 미쳐야 가능한 일입니다. 잃어버린 조선의 옥새는 고종황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만들었던 소중한 것입니다. 복원이 이루어지는 옥새에는 재질이나 제조방법은 물론 이런 정신까지 상징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박요섭-삶의 철학이나 좌우명이라면 어떤 것인가요?
 
이창수-제 스승님께서는 물망초발심(勿忘初發心)을 강조하셨습니다. 처음 먹은 마음을 잊지 말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라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여기에서 멀어지는 만큼 집중력도 떨어지고, 변질될 가능성도 큽니다. 누구나 처음처럼 살아간다면 후회하는 일은 그 만큼 적어질 것입니다.
 
PHOTO_0432.jpg▲ 이창수 작가의 작품 - 小 옥새

박요섭-타임즈 코리아 버추얼 갤러리 관람자들에게 한 말씀해주지요?
 
이창수-버추얼 갤러리라는 것이 좀 생소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생소함으로 인한 선입견이나 편견이 올바른 감상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의 눈처럼 순수하게, 다가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타임즈 코리아에서는 아직 발굴되지는 않았지만, 보석같이 귀한 분들을 열심히 찾아다닌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도록 힘쓰고 계시는 모습이 너무나 고맙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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