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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망을 서예의 미적 세계에 녹여내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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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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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통해 사회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가운데 관조하고 소요(逍遙)하는 여유와 미적 철학이 필요합니다.”
 
서여기인(書如其人)이라는 말은 ‘글씨는 곧 그 사람과 같다’는 뜻이다. 글씨 몇 자만 보더라도 그 사람의 모습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좀 더 많은 글씨를 보노라면, 그의 성격, 인품, 교양 같은 것도 짐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글씨는 인격의 수양과도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붓글씨를 서예(書藝)라 하고 일본은 서도(書道), 중국에서는 서법(書法)이라고 한다. 명칭에서도 붓글씨를 바라보는 각각의 세계관이 엿보이기도 한다. ‘완당전집’의 제7권 ‘잡저’에 보면 추사 김정희가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내는 글에서 “먼저는 마음에 문자향(文字香)과 서권기(書卷氣)를 갖추는 것이 예법의 근본이다”라는 내용을 쓰고 있다.
 
문자향(文字香)은 글자에서 나오는 향기를 일컫는 것이고, 서권기(書卷氣)는 책에서 나오는 기운이라는 말이다. 서예(書藝)안에는 이런 의미가 포함되어있다고 본다. 도(道)나 법(法)도 예(藝)로 승화되어야 아름다운 기운과 향기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작품 속에는 삶에 대한 작가의 이해와 애정, 치열한 고민, 뜨거운 열망과 환희가 스며있을 것이다. 작품은 작가와 분리될 수 없다고 한다. 기술과 재주로 기교를 부린 것에 지나지 않는 작품이라면, 포장만 화려한 속빈 강정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서예에서는 부드러운 붓을 통해 힘이 솟아나는 서체가 탄생하게 한다. 유연함 속에서 강인함이 묻어 나온다. 정지하는 듯 하다가도 달려 나가고, 전진과 약동에서도 넘치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펼쳐지는 것이 서예의 매력이다. 여기에는 그 시대의 흔적과 일상이며, 자기 고백이 담겨 있다.
 
22.jpg▲ 신기수 작가의 작품

작가들은 각각의 작품을 통해 이 시대와 사회를 향해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아낸다. 작가는 예술적 행위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사람들이다. 마샬 맥루한 (Herbert Marshall McLuhan)은 “미디어는 메시지이다”라는 말을 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작가에게 있어서는 작품이 하나의 매체이고, 메시지인 셈이다.
 
서예의 미학적 세계 속에서 자신의 열망을 녹여내며, 삶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을 시대 가치적으로 풀어내는 작가라면, 그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는 무관하게 진정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누구라도 이런 사람이라면 만나고 싶고 가까이 하고 싶을 것이다.
 
이런 갈증 가운데,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갈구하고 관계를 존중하며, 서품(書品)과 인품(人品)을 발효하여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작가에 대한 소문을 듣고 그를 찾았다.
 
국가유공자이기도 한 그의 모습에서 나이와 무관하게 올곧은 기상(氣像)을 엿볼 수 있었다. 청력도 좋지 않고, 허리 수술도 하였지만, 열정과 활력은 어떤 젊은이 못지않아 보였다. 가을 공모전은 물론, 일본 교류전에도 참여할 것이라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IMG_4156.jpg▲ 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 신기수 작가
박요섭-작가의 길로 들어선 동기라면 어떤 것인가요?
 
신기수-1993년 고양시에서 같은 국가유공자인 강석영 작가를 만났습니다. 그 당시 그분이 초대작가였는데, 대한민국국가유공자미술협회에 작품을 제출해보라고 권유하셨습니다. 그때 처음 작품을 제출했는데 입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동기가 되어서 매년 작품을 출품하고 있습니다.
 
박요섭-작품 활동에서의 보람이라면 어떤 것인가요?
 
신기수-무엇보다도 서예를 하게 되면 기쁨이 생깁니다. 글씨에 대한 평가는 어차피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서예를 통해 평정과 따뜻함을 느낍니다. 대단히 멋지고 화려한 기술을 뽐내는 글씨와는 거리가 있겠지만, 조금 부족한 것에 오히려 매력이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세상에는 모든 것에 넘쳐흐르는 귀족이나 특권층의 사람들보다는 뭔가 부족한 것이 여기저기에 산재한 서민들이 많지 않습니까? 이런 서민들과 호흡하는 마음가짐에서 아름답고 푸근하게 정감이 묻어나는 글씨를 쓰고 싶습니다.
 
서여기인(書如其人)이라는 말처럼 글씨가 저를 닮아 있다면, 제 작품을 보시는 분들 가운데 동병상련의 정을 느끼는 분들도 있으리라고 봅니다. 이런 마음들이 우리의 전통이 아닐까요? 부족하나마 작품을 통해 선조들의 글씨에 담긴 경천애인(敬天愛人)의 마음을 온고지신(溫故而知新) 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행복하고 보람됩니다.
 
33.jpg▲ 신기수 작가의 작품

박요섭-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활동과 본인만의 특징이라면 어떤 것일까요?
 
신기수-대한민국국가유공자미술협회에서 초대작가 백인전을 했습니다. 그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어울림은 그 자체로 이미 예술이라고 봅니다. 개인전도 좋지만, 다양한 작품들이 각각의 생각과 미소를 띤 채, 자신들의 소리를 발하는 것 같은 단체전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의 공모전에는 수천점이 출품됩니다. 어떤 거대한 함성이나 물결 같아서 전시장을 둘러볼 때면 , 벅찬 감격에 휩싸이게 됩니다. 작품에서 저만의 특징이라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배움에는 끝이 없기에, 배움 속에서 나날이 변화하려는 자세와 성장이 저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요섭-작가로서의 삶의 철학이라면 어떤 것일까요?
 
신기수-무엇이든지 열심히 배우려고 합니다. 지금도 파주노인대학에 다니고 있는데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또한, 파주실버경찰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봉사하고 있습니다. 호흡이 있는 순간까지 이웃과 더불어 소통하며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 단절은 살아있으나 죽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작가로서도 그렇지만, 먼저는 한 사람으로 사람됨을 생각하고,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것을 위해서도 서예는 인격수련적으로도 매우 유익하다고 봅니다.
 
IMG_4249.jpg▲ 타임즈코리아 신문사에 작품을 기증하는 신기수 작가

박요섭-타임즈 코리아 버추얼갤러리 관람자들에게 한 말씀해주시지요.
 
신기수-우리는 자고 일어나면 무언가 새로워지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뒤처지거나 격리되는 것은 그만큼의 소외를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유행에 대한 단순한 추종이나 답습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대와의 호흡과 상생의 행복을 누리자는 것입니다. 이해와 소통 가운데 관조하고 소요(逍遙)하는 여유와 미적 철학이 필요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타임즈 코리아가 펼치는 예술운동은 굉장히 의미 있고 고마운 일입니다. 더욱더 많은 작가들이 동참하여 작가들과 관람자들이 왕성하게 호흡하며 역동적인 예술의 장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부족하지만 저도 기꺼이 동참하고 성원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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