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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逍遙)의 미학을 선비 정신으로 구현하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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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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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야말로 선비 정신을 통해 창출되는 인문학과 예술의 융합적 미학의 절정이 아니겠는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물질적 풍요를 얻기는 했지만, 여유를 잃고 있다. 빠름은 경쟁력이라는 명분으로 우수함의 상징처럼 자리하고 있다. IT분야는 물론, 음식점에서도 ‘빨리 빨리’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빨리 빨리’라는 속도주의 이면에는 생존경쟁이라는 극도의 현실주의와 이기심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있다.
 
초고속 시대가 제공하는 유익을 누리는 대가로 여유를 지불한 것이다. 여유를 통해 정화해야할 삶의 문제들은 더욱더 쌓여만 가니, 인간성 상실과 함께 삶은 황폐화되어 가고 있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청소년들은 심성이 흔들리고, 희망도 잃어 가고 있다.
 
이런 세대를 치유하고 위로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예술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글씨로 표현하는 예술이 서예가 아니겠는가? 서예에는 우리 민족의 정신과 역사적 흐름이 살아 움직인다. 서예는 선비들의 삶과 분리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서예에는 선비들의 정신과 삶이 녹아 있다.
 
글씨를 쓰고, 시를 짓는 마음에는 넓은 사고와 고요 속에 누리는 넉넉함이 묻어난다. 자유롭고 여유롭게 거닌다고 소요(逍遙)가 낭비가 되지는 않는다. 그 속에는 정화와 창의가 샘솟고 진솔함과 관대함이 마음을 깊고 넓게 한다. 서예야말로 이런 배경을 통해 창출되는 인문학과 예술의 융합적 미학의 절정이 아니겠는가?
 
선비 정신은 이런 넉넉함과 창의적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며, 바른 심성과 곧은 자세에서 출발하여 삶에서의 실천을 강조하였다. 인간됨의 도리를 지켜내는 인식체계요, 사상이었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공동체성의 회복이 필요하다. 이런 때에 선비 정신에 대한 온고지신(溫故知新)이며, 법고창신(法古蒼新)이 필요하다.
 
무조건 이기면 된다는 결과주의가 편을 가르고, 갈등을 불러왔다. 이제 우리는 선비 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동기나 과정도 소중히 여기고, 시대적 사명감과 책임 의식도 소홀히 하지 않는 바람직하고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신용철 작가는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종중총회를 20년이나 섬겼고, 지역의 노인 회장으로 15년을 봉사하였다. 지금은 양지향교의 장의로서 지역과 사회를 위해 일하고 있다.
 
이런 그의 활동과 노력에서 정의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던 의병장과 같은 패기와 기상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의 작품에서도 이런 열정과 사랑이 분리될 수는 없을 것이다. 신용철 작가의 작품 활동을 통해 이웃과 사회를 향한 아름다운 사랑의 정신과 호연지기(浩然之氣)가 묵향처럼 더욱더 멀리 퍼져나가기를 소망한다.
 
IMG_4128.jpg▲ 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 신용철 작가
박요섭-작가의 길로 들어선 동기라면 어떤 것일까요?
 
신용철-어려서 아버님이 서당 훈장이셨습니다. 당시 일제강점기에는 학교를 다니지 않다가 11살에 초등학교를 들어가서 17살에 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하고 공부하기를 좋아해서 서예를 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렇지만 마땅한 기회가 없었는데, 향교에 서예반이 있다는 것을 알고 기쁜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75세에 서예를 시작했는데, 지금 공부한지가 벌써 8년이나 되었습니다. 향교에서는 장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서예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런 것들이 더욱더 열심히 하게 되는 동력을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열심히는 하지만, 아직 미숙하여 글씨를 창작해서 쓰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박요섭-작품 활동에 대한 보람과 소회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신용철-글씨가 발전하는 과정이 보람이 있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농사도 씨를 뿌리고 가꾸어서 키우고 수확하는 것이 묘미라고 할 수 있듯이 서예도 유사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농사에서도 삶에 대한 깨달음과 교훈을 얻기도 합니다. 서예는 그런 점이 더욱더 직접적입니다. 옛 성현들의 글을 쓰다가 보니, 많은 감동을 받게도 되고 반성할 점들을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도 이만한 수양이 또 어디에 있을까 싶습니다.
 
333.jpg▲ 신용철 작가의 작품

박요섭-가장기억에 남는 작품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신용철-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좋아하고 즐겨 쓰는 것이 있습니다.
 
靑山兮要我以無語 蒼空兮要我以無垢
(청산혜요아이무어 창공혜요아이무구)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聊無愛以無惜兮 如水如風終我
(료무애이무석혜 여수여풍종아)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이것은 나옹선사의 시인데요. 이 내용을 쓰다가보면 이렇게 살고 싶은 생각이 온통 마음에 가득하여 평화를 누리게 됩니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답설야중거 불수호난행)
눈 내린 들판을 걸을 때, 모름지기 어지럽게 걷지 마라.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뒤에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라.
 
이것은 백범 김구 선생께서 즐겨 인용하셨던 서산대사의 시입니다. 눈이 내린 날 길을 가게 되면, 이 시가 꼭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집에 오면 마음을 가다듬고 이 시를 쓰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곤 합니다.  
 
222.jpg▲ 신용철 작가의 작품

박요섭-작품에 대한 본인만의 스타일이라면 어떤 것인가요?
 
신용철-보통 선생님께서는 자신의 글씨체를 닮으라고 말씀하시는데 아직은 그저 흉내 내는 정도입니다. 이 단계를 뛰어넘어야 자신만의 서체를 시도하거나 형성하게 될 텐데, 요원하기만 합니다. 굳이 저만의 특성이라고 한다면, 글씨에 끝부분에 제 마음을 담아 둔다는 생각으로 심혈을 기울입니다. 노래나 연설에도 흐름이 있고 굴곡이 있어야 하듯이 한자의 글씨는 노래의 한 소절처럼, 전체적으로는 한 곡조처럼 쓰려고 합니다.
 
박요섭-작가 생활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라면 어떤 것인가요?
 
신용철-먼저는 자신이 마음을 비우고 성현들의 시와 작품에서 마음을 정화하고 더욱더 나은 마음을 계발을 해야 합니다. 맹목적으로 글씨를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먼저 새겨야 합니다. 그럴 때 관람자들도 그 작품에서 글씨와 내용의 융합과 통섭의 묘미를 통해 감탄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요섭-추천하고 싶은 작가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신용철-역사적으로는 본 받을만한 분들이 너무 많아서 다 언급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제 주변에 홍용성, 이길자, 정영섭, 정규남 이런 분들은 그 열심히 주변을 감동시킵니다. 열심에 욕심이 담기면 질병을 일으키기도 하고, 주변에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서예는 여유와 평온을 주는 것은 물론, 기쁨과 용기를 주기 때문에 주변에서 지켜보는 사람에게도 치유가 됩니다.
 
IMG_4234.jpg▲ 타임즈코리아 신문사에 작품을 기증하는 신용철 작가
 
박요섭-삶의 철학이나 좌우명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신용철-저는 양지향교에서 장의로 활동하며, 유림회 원상회랑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서예나 유림회 활동 등을 통해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에 대한 바른 계승과 창달에 다소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의예지(仁義禮智)의 가르침으로 인성을 도야하며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른다면, 더욱더 밝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봅니다. 늘 수신(修身)에 솔선수범하고 정의로우며 이웃과 사회는 물론, 인류에 대해 경천애인(敬天愛人)적 가치를 실현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요섭-타임즈 코리아 버추얼갤러리 관람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신용철-타임즈 코리아가 이런 좋은 일들을 통해서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고 계시는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모두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여기에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속속 전시되고 있습니다. 부족한 제 작품도 전시되게 될 것입니다. 이런 공간을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며 공감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더욱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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