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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집단 Luz(루)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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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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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집단 Luz(루)에는 자연스러움 가운데 연구하고 도전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이 가득하다.

▲ <그림 같은 사진전> 전시회를 마치고 기념사진

소수와 자유의사에 의한 집단공동운영체제를 지향하는 Luz(루)에는 제한이 없다. 전문작가뿐만 아니라, 사진의 묘미를 즐기고 느끼며 꿈꾸는 모든 이들과 함께한다. Luz(루)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발산하는 숨김없는 표현의 순수사진에서부터 전문적 영역과 다큐멘터리에 이르기까지 오직 소통의 구심점이 되고자 노력하는 모임이다.

자율을 토대로 회칙도 없고 회비도 없다. 물론, 자유의지로 가입하여 활동하면 된다.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는 여유만큼은 지녀야 한다. 사진을 찍는 이런 예술가 집단의 이름이 Luz(루)이다.

이름을 왜 Luz(루)라고 한 것인가? Luz(루)는 스페인어로 빛을 일컫는 루스와 산꼭대기를 의미하는 한자어 루<嶁>에서 따온 말이다. ‘루’로 소리 나는 한자어 중에는 성채를 쌓는다는 의미의 루<壘>도 있고, 다락이나 망루를 의미하는 루<樓>도 있다. Luz(루)에는 이 모든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Luz(루)에는 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의 봉우리를 향해 성채를 쌓아가는 사진가들의 빛나는 의지와 열정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Luz(루)에서는 매년 청년작가 인큐베이팅(incubating), 신진작가의 창작지원, 콜로키움(colloquium)과 워크 숍(workshop) 등으로 사진예술의 뉴패러다임(new paradigm)형성에 기여한다. 나눔과 배려의 소통을 위하여 재능기부와 작품(8×10 inches)기부에도 앞장서고 있다.

작고한 선곡 정갑용 선생에 의해 2005년 설립된 이후, 2008년에 순수작가들이 모임을 새롭게 시작했다. 매년 활발한 전시회 등으로 왕성한 예술적 역량을 발산하고 있는 이들은 지난 7월 봉산문화회관 제3전시실에서 박종하, 장인환, 정성태, 조정숙 작가의 “그림 같은 사진전”을 열었다.
오는 11월과 12월에는 CU갤러리에서 “Bounce2013 청년지원전”과 공개 워크숍 “콜로키움2013 기록과 예술의 경계에 서다”와 카페 사과나무에서 자선사진전(8×10 Inches) “Present for you”를 열 예정이다.

“그림 같은 사진전”에 대해 사진평론가 진동선의 눈으로 본, 이들의 작품세계는 다음과 같다.

▲ 정성태 작가의 작품 - 흰 벽 White Wall

“정성태의 <흰 벽 White Wall>은 용도 폐기된 벽의 흔적과 낡은 시간으로부터 빛바랜 컬러가 매력적이다. 1940~50년대 뉴욕을 중심으로 맹위를 떨친 추상표현주의(Abstract __EXPRESSION__ism)의 모습이다. 이제 기획전의 의도 <그림 같은 사진>을 알 것 같다. 정성태의 이 1940~50년대 뉴욕 추상표현주의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확하고 분명한 ‘그림 같은 사진’이다.

▲ 조정숙 작가의 작품 - 투명의 안쪽

조정숙의 <투명의 안쪽>은 투명한 비닐류를 통해서 본 꽃, 잎의 색감과 질감이 좋다. 이 사진은 서양의 그림이 아닌 동양화의 화조도, 초충화도를 연상시킨다. 은은하게 배어나오는 보드랍고 섬세한 음영, 여기에 안정된 구성, 안정된 색감이 초충화도의 감각을 보여준다. 조정숙의 <투명의 안쪽> 또한 신사임당의 초충화도의 모습처럼 정확하고 분명한 ‘그림 같은 사진’이다.

▲ 박종하 작가의 작품 - 흔적

박종하의 <흔적>은 맑고 밝고 화려한 불단의 조각상, 절의 조각보, 또 얼핏 보면 절의 단청, 탱화의 모습이다. 색감은 시간에 의해서 바라고 그래서 영묘한 느낌을 준다. 이 사진 역시 불교회화, 즉 불화(佛畵)를 연상시킨다. 불단의 조각상뿐만 아니라 목각탱화에 이르기까지 박종화의 <흔적> 역시 불화를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확하고 분명한 ‘그림 같은 사진’이다.

▲ 장인환 작가의 작품 - 꽃

장인환의 <꽃>은 강열한 색감, 힘찬 클로즈업 여기에 기하학적 형태미, 추상성까지 형상과 형태에 대한 해석이 좋다. 이 사진은 1920~30년대 뉴멕시코를 중심으로, 특히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가 추구한 ‘정물추상’에 정확히 부합한 사진이다. ‘카라’는 여성성과 남성성을 상징하는 최고의 오브제이다. 장인환의 <꽃> 역시 정물추상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정확하고 분명한 ‘그림 같은 사진’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림 같은 사진(The Picturesque Photography)’의 필요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사진평론가 진동선의 궁금증도 다르지 않다.

“그림을 닮은 사진, 그림처럼 보여야 하는 사진의 존재 이유가 무엇일까. 기록의 도큐먼트이든 리얼리티 강한 스트레이트이든 이미 사진은 아트이며, 아트 중에서 가장 유망한 것이 사진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림 같은 사진이 필요한지, 아니면 여전히 해결되어야 할 사안들이 남았는지 궁금하다. 아니 어쩌면 사진가 집단 루(Luz)가 사진과 미술의 해묵은 담론을 끝장내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진동선은 “오늘날 예술에서 자명한 단 한 가지는 더 이상 예술의 규정이 없다는 사실만 자명하다”라는 미학자 아도르노(Theodor Wiesengrund Adorno)의 말을 통해 자신과 대중이 가진 의문에 대한 해답을 더 많은 시간의 흐름에 맡기고 있다.

사진가 집단 Luz(루)에는 자연스러움 가운데 연구하고 도전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이 가득하다. 이들의 행보를 통해 이 시대가 더욱더 아름답고 풍성한 이야기들로 넘쳐나기를 기대한다.

<사진제공 - 사진가 집단 Luz(루)>


대구 차재만 기자 cjm@timesof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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