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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진지한 최상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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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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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는 우리 겨레의 삶과 어울러져 함께 해온 우리의 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곧 나의 현재와도 닿아있고 미래를 연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민화(民畵)는 어떤 그림인가. 민화(民畵)라는 용어가 의미하는 것처럼, 서민들의 삶의 이야기가 그림으로 표현된 것이라 하겠다. 민화 속에는 그 시대의 생활상과 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 쉰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혹자는 ‘겨레그림’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민화의 기원이라면 선사시대 동굴이나 암벽에 그려놓았던 그림부터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듯 민화의 기원은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문자가 없었던 시절에는 이것이 하나의 의사소통의 도구와 기록의 매체로도 쓰였을 것이다. 민화를 그렸던 사람들은 대부분 소질이 있기는 하나 특별한 전문 화원(畵員)의 길로는 나가지 못한 무명의 백성들이었을 것이다.


▲ 김영순 작가의 작품


민화는 늘 한결같이 이어지는 일상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비슷한 유형의 작품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것을 반복하고 계승하는 과정에서 그리는 사람이 어떤 이해와 해석을 하느냐에 따라 그와 같은 점진적인 변화와 발전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러니 민화는 그 어떤 분야보다 오랫동안 생활과 밀착된 역사성을 지닌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서민들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배어 있을 수밖에 없다. 서민들의 삶의 철학, 소망, 세계관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때로는 파격적인 구성도 나타나고 풍자와 해학도 그려진다. 간절한 희구와 신앙의 표현도 담겨있다.

이렇듯 민간 생활에 대한 향기가 담긴 생활의 기록이 펼쳐지는 그림이 민화가 아니겠는가.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민화를 그리는 작가야 말로 가장 소박하고 진지한 최상의 이야기꾼(Story Teller)라고 할 수 있다.

담경 김영순 작가는 이런 민화의 특성을 누구보다도 잘 표현하는 재능의 소유자다. 천진난만함, 소박함, 유연함이 묻어나는가 하면, 어느새 익살스러움과 대담함이 펼쳐진다. 그런가하면 퍼붓던 눈이 잦아들고 난 다음 하얀 고요 속에 찬란하게 빛나는 햇빛처럼 밝으면서도 부끄러운 모양을 하고 나타난다. 

그의 화폭에는 서민대중의 솔직담백한 원색적 미의 특색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우리 민족의 순진무구하고도 우직한 미의식과 정(情)의 세계가 담경 김영순 작가의 마음을 타고 그녀의 손끝에서 살아 움직이며 온고지신(溫故知新)하여 펼쳐진다.


▲ 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 김영순 작가

박요섭 - 작가의 길로 들어선 동기는 어떤 것인가요.

김영순 - 저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10여 년이 지났을 즈음이었습니다. 어느 날 아이들 다녔기 때문에 가깝게 지내던 미술학원 원장님의 전시에 초대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때 가게 된 인사동 어느 갤러리에서 아름답고 예쁜 그림을 보았는데, 꽃과 나비와 새들이 마치 살아서 숨을 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그림을 보니 옛 기억이 새록새록 나서 너무 좋았습니다. 그때의 설렘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그날 그림에 반해서 지금 스승이신 야촌 윤인수 선생님을 소개를 받고 바로 그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박요섭 - 작품 활동에 대한 보람과 소회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김영순 - 민화는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그림입니다. 가장 한국적인 특징을 어디서나 한눈에 알 수 있는 그림, 아름다운 꿈과 염원, 사랑이 표출된 그림이 우리 민화라고 자부합니다. 또한 우리민화는 어느 그림보다 우리의 자연환경을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사실적인 것보다 더 솔직하면서도 때로는 섬세하고 때로는 넉넉한 친근감이 있는 좋은 그림이 민화라고 생각합니다.
 
가까운 지인께서 어느 날 딸이 시집을 가서 3년 동안 아이가 없어 걱정을 하시면서 그림 한 점을 부탁해서 그려준 기억이 납니다. 민화에서는 그림 속에 다양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닭은 기쁜 소식, 석류와 잉어는 다산, 어룡도는 출세를 의미합니다. 그분에게 잉어 두 마리 그림을 그려주었는데, 그 해에 아이가 생겨 많이 기뻐하셨다고 합니다. 이런 축복과 격려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이 민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그림을 그리게 되니까 굉장한 성취감과 행복을 맞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 김영순 작가의 작품 - 화접도


박요섭 -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김영순
- 작가의 입장에서는 모든 작품이 다 애정이 듬뿍 담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 한 작품을 고른다면 십장생도 열 폭 병풍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이 작품을 하게 된 동기는 2010년도 3번째 개인전을 준비 때문이었습니다. 2008년 초에 시작해서 2010년 여름에 끝낸 작품입니다. 2년 이상 걸려서 그린 제 열과 성이 깃든 작품입니다. 십장생도는 상상의 선계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생명과 장수를 상징하는 태양, 산, 물, 돌, 구름, 소나무, 불로초, 대나무, 거북, 학, 사슴…여러 가지 상징물을 소재로 그려 넣는 작품입니다. 제 작품이긴 하지만 민화로 표현했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민화를 전통문화의 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민족의 예술성을 풍부하게 간직한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전통 민화로 표현된 열 폭의 병풍이 다채로운 색상 가운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룰 때엔 누구의 작품인가를 떠나서 흐뭇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박요섭 - 작품에 대한 본인만의 스타일이라면 어떤 것일까요.

김영순 - 작품구상은 시간 날 때마다 책이나 전시 도록을 보기도하고 전시회를 찾아다닙니다.  민화 전시뿐만 아니라 서양화, 동양화 등 다양하게 전시회를 관람합니다. 전시를 보면서 아이디어나 창작성, 예술성을 배우고 나의 작품으로 소화하여 실현해 보이려고 노력합니다. 민화는 다른 그림을 바탕으로 작가가 재구성하여 그리는 ‘본’그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원그림을 그대로 재현하고 복제하는 것 이상의 또 다른 차원의 창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마치 기존 악보를 누가 연주하느냐에 따라 원곡에 대한 평가와 감동이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민화를 그리는 작업은 숨어있는 악보를 발견하고 선택하여 곡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해석함으로써 자신만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손끝으로 풀어내는 연주과정을 닮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료는 한국적인 전통 닥종이를 사용합니다. 그밖에 삼베, 실크, 나무, 가구 등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하지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순지와 장지입니다. 표현기법은 초를 뜬 순지에 아교포수 작업을 합니다. 쉽게 얘기하면 코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작업을 하는 것은 한지의 특성상 너무 흡수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바탕색을 입히고 바짝 말기기 때문에 그 위에 색깔이 잘 표현되고 퍼짐을 막아주며 오래도록 보존을 할 수 있게 합니다. 요즘은 기와나 나무, 돌 등에 민화를 그려 작품을 변형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감은 분채, 석채, 봉채 등 그때그때 작품의 특성에 따라 선택해서 사용합니다.


▲ 김영순 작가의 작품 - 바위에 학(왼쪽), 수궁설화도(오른쪽)


박요섭 - 작가 생활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김영순 - 삶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사랑하는 가족입니다. 그것은 작가 생활이라는 측면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가족이 없었다면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도 친정어머님은 바쁜 와중에서도 제 아이들을 돌봐 주셨고, 남편은 이렇게 지속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헌신적인 도움을 주신 고마운 분들입니다.

박요섭- 작가활동과 관련한 소속단체들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김영순 - 1년에 한번 (사)한국미협을 통해 정기적인 전시에 참여합니다. (사)민화협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전통민화협회에서는 서울지부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에서는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미담회에서는 2년에 한번 회원전 모임을 합니다. 윤인수 선생님 제자들이 회원인 모임입니다. 그리고 가회민화아카데미 민화플러스모임은 가회민화아카데미 8기 졸업생으로 회원 10명이 2년에 한번 기획전시를 하는데, 올해는 9월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박요섭 - 추천하고 싶은 작가가 있으시다면 어떤 분이신가요.

김영순 - 야촌 윤인수 선생님으로 한국미협 전통민화분과위원장님이시며, 한국민화협회 고문이시고 전통민화협회 회장님이십니다. 언제나 배려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고, 작품을 잘 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시는 저의 스승님이십니다.


▲ 김영순 작가의 작품 - 까치호랑이


박요섭 - 삶의 철학이나 좌우명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김영순 - 저는 외동딸입니다. 그래서인지 무엇보다도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여깁니다. 인간관계에서의 여러 중요한 것들 가운데 저는 약속을 가장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 삶의 철학도 여기에서부터 파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약속은 신뢰를 만들고 안정과 평화의 기반이 되어줍니다. 이것은 민화 작가의 삶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민족의 미풍양속인 두레나 향약과 같은 것들이 다 서로 돕고 나누는 약속을 토대로 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생활상을 그려내는 작가로 살다가보니 이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박요섭 - 타임즈코리아 버추얼갤러리 관람자들에게 한 말씀해주시지요.

김영순 - 제 나름대로는 전통문화의 꽃이라고 생각하는 민화를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합니다. 민화는 예로부터 우리 겨레의 삶과 어울러져 함께 해온 우리의 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곧 나의 현재와도 닿아있고 미래를 연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전통 민화를 많이 알릴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작가들을 위해 이런 공간과 인터뷰를 준비하시는 고뇌와 땀 흘리시는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지금 이 인터뷰와 버추얼 갤러리가 곧 저와 관련된 제 일이 아니겠습니까. 저부터 이 일에 적극 관심을 가지고 나의 일로 생각하고 동참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들을 주선하시고 이끌어주시는 윤부남 이사장님께도 깊은 감사와 존경을 드립니다. 타임즈코리아 버추얼 갤러리 관람자들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사)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예술을 사랑하고 특히, 민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품고 살아가는 작가로서 민화는 물론 예술의 저변확대를 위한 이 일에 열심히 봉사하겠습니다.



김영순 작가 버추얼갤러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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