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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한류를 개척하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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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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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오페라에 대한 세계화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국내 오페라 문화의 활성화와
국가적 차원에서의 뒷받침이다


▲ 김성빈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위원장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열한 번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첫 번째 축제를 준비하던 당시 시민들에게 오페라는 ‘귀족들의 문화’, ‘그들만의 리그’로 여겨지기 일쑤였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대구에게 ‘오페라의 도시’라는 수식어는 더 이상 과한 표현이 아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객석을 채우는 관객들의 수가 많아지고 그 열기 또한 뜨거워지고 있다. 커튼콜을 통해 환호하는 관객들과 마주하고 고개 숙여 인사할 때마다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감회에 휩싸인다. 이제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맞이해도 좋을 순간이건만, 공연이 끝날 때마다 출연진들과 함께 무대에 오를 때면 언제나 가슴이 떨려온다.

누군가가 그토록 많았던 무대 중 가장 나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때가 언제였느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2010년 중국 항주극원에서의 <라 트라비아타> 무대였다고 말하고 싶다. 대구에서 제작한 무대와 의상, 연출로 오페라축제 사상 최초의 해외진출 공연을 마쳤던 그 날, 한국 오페라 역사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말하고 싶다.

이어 오페라축제는 2011년 독일에서 동양적 분위기가 가득한 오페라 <나비부인>을 선보여 극찬을 받았고 2012년에는 터키 아스펜도스 국제오페라&발레페스티벌에 <라 트라비아타> 로 참가해 현지의 언론과 오페라 애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터키 공연을 통해 현지의 순회공연에서 축제의 의상과 무대를 사용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와 국내 최초로 오페라 제작부문을 수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한편 10주년을 맞이한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성공리에 막을 내린 지난겨울,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4월 초에 오스트리아에서 국제적 규모로 개최되는 ‘탈리아비니 국제성악콩쿠르’에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대표해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가해줄 것을 요청받은 것이었다.


▲ 오페라 '박쥐' 공연 장면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2004년 이후 매년 해외 공연단을 초청해 다양한 공연을 펼쳐왔다. 2010년부터는 해외에서 현지 관객들과도 마주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탈리아비니 국제성악콩쿠르’에 심사위원 자격으로의 참가는 우리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오페라축제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오페라의 본거지인 유럽에서 인정받은 것과 다름없었던 것이다.

세계 오페라사에 빠지지 않을 유명 성악가 및 극장 관계자들과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사실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일주일에 걸쳐 쉼 없이 이루어진 콩쿠르의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본선에 진출한 총 여덟 명의 성악가 가운데 네 명이 한국 성악가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한국 성악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오스트리아 그라츠 극장과 교류를 논의하고, 콩쿠르와의 협의를 통해 우승자를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무대에 초청하는 등 다양한 국제적 성과를 거둔 소중한 기회였다.   

바야흐로 한국 오페라의 전성기가 도래했다. 한국 성악가의 우수함은 이미 세계 유수의 오페라극장에 걸린 그들의 이름이 증명하고 있었지만, 그 유명세가 한국 오페라의 영향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한 2010년 이후 매년 세계무대에 오르는 지금, 한국 오페라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60년이 조금 넘는, 결코 길지 않은 오페라 역사를 지닌 한국이 오랜 전통을 가진 오페라의 종주국으로 작품을 역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제작한 무대와 연출, 의상을 통해 높은 예술성을 인정받으며 세계무대에 오르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현상은 어쩌면 당연하다.


▲ 오페라 '박쥐' 공연 장면


모든 무대 예술이 그렇지만, 오페라 무대는 실력을 갖추지 못하고서는 설 수 없다. 축제가 제작해온 작품들 역시 성악적인 면은 물론, 예술적인 면에서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해외진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실력만 가지고 국제무대로 나아가기에는 분명한 한계점이 존재한다.

한국 오페라에 대한 세계화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국내 오페라 문화의 활성화와 국가적 차원에서의 뒷받침이다. 일회성이 아니라 수년간 탄탄하게 쌓아온 오페라 자체제작 기술, 어떤 지역보다도 우수한 인적 자원을 갖추고 있는 대구의 오페라가 세계무대를 장악할 날도 머지않았음을 기대해본다.

지금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5월 12일 폴란드에서 막을 올릴 <카르멘>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특히 올해는 이탈리아 살레르노 베르디극장이 바리톤의 거장 레나토 브루손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토스카>를 선보일 예정이다. 극장 간 활발한 공연교류를 위해 축제기간 중에는 자매결연도 맺게 된다.

더불어 2015년 4월 이탈리아에서 공연할 <나비부인>은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8만 유로의 공연료를 지급받는 기념비적 작품이 될 것이다. 같은 해 6월에는 <투란도트>로 독일 관객들을 찾게 된다.

세계 오페라의 중심부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요즘, 한 발 한 발의 무게가 책임감으로 중첩됨을 느낀다. 국내 성악가들의 국외 진출을 돕는 교두보로써, 또한 한국 오페라의 새로운 역사를 개척하는 탐험가로서 마땅히 짊어져야 할 숙명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 발걸음이 한국 오페라가 나가는 길을 더욱더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면, 그럴 뿐만 아니라 한국 오페라가 국민의 자부심으로 부상하는 데 이바지하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김성빈 / 대구국제오페라축제집행위원장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및 동대학원 졸업, The Catholic University of America 음악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국내외 오페라 <마술피리>, <호프만 이야기>, <라 트라비아타>, <사랑의 묘약>, <박쥐>, <춘향전> 등 다수의 오페라 주역 출연, 국내외 독창회 7회 개최 및 오라토리오 <메시아>, <천지창조> 등 솔리스트, 대구시립합창단, 전주시립교향악단, 포항시립교향악단, 마산시립교향악단, 진주시립교향악단, 뉴필하모니 오케스트라, 그랜드심포니 오케스트라, 국립경찰오케스트라, 대구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유명 교향악단과 협연, 신춘음악회, 대구음악제,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오페라 아리아의 밤, 예술가곡의 밤, 청소년을 위한 열린음악회, 송년음악회 등 음악회 및 방송출연 300여회, 현재 대구국제오페라축제집행위원장, 대구시립오페라단 예술 감독, 대신대학교 교무처장 및 음악학부 교수, 대구시의회 의정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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