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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미학의 본질을 오늘에 되살려 내일을 만드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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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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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손길을 통해 화선지 속에 심겨지는
한 획, 한 획이 봄의 약동처럼 보는 이들의 가슴에 고요한 희열을 안긴다

선비들의 정신적 감흥을 화폭에 옮겨 담은 문인화(文人畵)는 시·글씨·그림이 정갈하게 조화를 이루게 된다. 문인화는 선비문화와 함께 오랜 세월 동안 한국적 미학의 줄기를 형성해 왔다. 문인화는 선비의 지조와 사상을 표현하는 말없는 메시지이다.

역사와 함께 면면히 이어져온 한국적 미학의 본질을 오늘에 되살려 내일을 만들어 가는 작가가 있다. 그녀의 심미관을 통해 해석되어진 무성(無聲)의 미적 언어는 간결하고도 담백한 한국적 미학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려고 한다.

그녀의 손길을 통해 화선지 속에 심겨지는 한 획, 한 획이 봄의 약동처럼 보는 이들의 가슴에 고요한 희열을 안긴다. 대중의 탐미가 그녀의 심의(心意)와 맞닿아 리듬을 타게 되면, 교감이 되어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하게 한다.

그녀의 작품세계와의 만남이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갖지 못하고 달려가는 현대인들의 황폐한 마음에 새로운 여유를 창출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런 기대감 속에 약속 장소에 들어서니 작가는 수줍은 난(蘭)처럼 인사를 건넨다.

▲ 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 유종선 부회장

박요섭 - ‘2012 국제기로미술대전’에서 종합대상을 수상하셨는데요, 작품이름이 ‘선비정신’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유종선 - 저는 처음에는 산수화를 주로 그렸습니다. 사군자로 시작해서 산수화, 문인화로 넘어오게 되었습니다. ‘선비정신’이라는 작품은 내 자신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이런 모습이겠구나 생각하여 제 삶을 작품에 담았습니다. 제가 느끼는 ‘선비정신’이란 한국화적인 느낌입니다. 전에 ‘도산서원’에서 매화나무가 고목으로 서 있는 것을 보았는데, 이런 모습이 선비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영향이 이 작품에 담겨져 있습니다.

박요섭 - 여러 분야 가운데 한국화를 하시는 이유와 묘미는 어떤 것일까요?

유종선 - 어렸을 때부터 그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남편이 공무원이었는데, 문화재관리과에서 근무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남편이 서울시 문화탐방프로그램에 저를 많이 데리고 다녔습니다. 그때 한지에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런 계기가 한국화를 하게 된 인연이 되었습니다.

▲ 유종선 작가의 작품 - 선비정신


박요섭 - 그림을 하면서 느끼는 묘미는 어떤 것인가요?

유종선 - 운동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취미생활을 해보면 사람들과 시간을 맞추고 어울려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제 적성과는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혼자서 빠질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때 떠오른 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 옛날부터 관심 있었던 것, 그것이 그림이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혼자 명상하면서 작업할 수 있는 것이 좋습니다.

박요섭 - 유종선 작가님만의 작품세계의 특징이라면 어떤 것일까요?

유종선 - 저는 자연을 주제로 합니다. 너무 꾸미는 작품보다는 가능한 자연을 쉽게 여러 사람들이 느낄 수 있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제 그림을 보는 사람들 모두가 편안하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작업하려고 마음이 강합니다. 그것은 나 혼자 나만의 세계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통해서 보는 사람들과 교감하려는 저의 마음이겠지요. 이런 것들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하겠지요.

박요섭 - 종합대상 이외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공모전이나 전시회가 있으시다면 소개해주시지요?

유종선 - 제가 중국에 있는 위해박물관에 초청받아 갔을 때, 작품 두 점을 가지고 갔습니다. 한 점은 박물관에 영구기증을 했고, 한 점은 협회 회장님에게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그림은 새가 두 마리인 쌍으로 된 그림이었습니다. 불가피하게 두 개로 나누어서 기증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 유종선 작가의 작품


박요섭 - 작품을 하시게 될 때, 주제와 소재를 결정하는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유종선 - 주로 생각을 많이 합니다. 소재를 정하고 나면, 그리는 작업 속도는 빠릅니다. 그런데 소재를 정하고 구상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저는 주로 가을이면 가을에 대한 그림을 그립니다. 거리를 걸어보면서 느낀 가을의 풍경을 담백하게 담습니다. 여백을 많이 두면서 가을 풍경을 담으려고 합니다. 가능한 한 살아있는 새나 곤충 하나정도를 그리고 여백에는 제 마음을 담아두려고 합니다. 겨울에는 겨울 풍경, 봄에는 봄 풍경을 그립니다. 그때그때마다 그 순간에 제 마음속에 느껴진 감흥대로 작품에 담기를 원합니다.

박요섭 - 보통 작품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유종선 - 한국화는 다른 작품에 비해 완성에 걸리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동양화는 속도가 있어야지만 그림이 살아납니다. 천천히 꾸미는 작품이 아닙니다. 구상을 하고 스케치를 하면 그림을 그리는 속도는 빠르게 된다는 말입니다. 보통 하루 정도면 구상하는 그림을 다 그립니다. 그 후 작품에 곤충이나 새를 넣으려면, 1주일정도 고민하면서 영감에 따라 작품에 그려 넣습니다.

박요섭 - 작품에 사용하시는 종이, 먹, 붓 등의 재료나 도구들의 특징을 작품과 관련하여 말씀해주세요.

유종선 - 재료는 인사동에서 주로 구입합니다. 동양화는 먹을 많이 쓰기 때문에 매일 갈아 쓰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좋은 먹물을 사서 희석하여 쓰기도 합니다. 붓은 동양화 붓을 쓰는데 갈대나 난을 그릴 때는 붓도 구별해서 씁니다. 작품의 크기에 따라 물감의 선택에도 차이가 납니다. 종이는 요즘 중국종이가 많이 들어와 있는데, 중국산 종이에는 풀기가 많습니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한지는 풀기가 덜 합니다. 동양화는 그림을 그릴 때 스며들면서 번지는 느낌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한지를 주로 씁니다. 작품을 할 때 종이에 가장 신경을 많이 씁니다.

▲ 유종선 작가 작품


박요섭 -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시지요?

유종선
- 최근에 예술의 전당에서 개인전을 했는데, 그 작품들을 테마를 정해서 준비했습니다. 예를 들어 엄마의 심정으로 자식에게 전하는 메시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메시지, 노년의 모습 등 다양한 테마로 17점의 작품을 준비했습니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이것이 작품의 완숙도라는 생각이 들어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앞으로도 테마를 이용해서 그리면 작품의 완성도도 뛰어나고,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더욱더 확실하게 전달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박요섭 - 여성작가와 남성작가와의 작품상 특징이나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유종선
- 저는 여성보다 남성분이 그린 작품을 더 많이 봅니다. 예를 들어 소나무를 그려도 남자와 여자가 그린 그림의 차이가 있습니다. 매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성은 그림을 그릴 때 우화하고 아름답게 그리지만, 남성은 힘이 좋고 뻗어 나가는 기운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남성적인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합니다.

박요섭 - 본인의 작품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계시다면 어떤 것일까요?

유종선 - 저는 제 작품을 가지고 가는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놓고 그 작품의 사진도 가지고 있습니다. 제 작품이 서정적인 편이라서 편안하게 보고자 하시는 분들이 소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젠가 인사동에서 전시회를 했는데, 첫 날에 외국인이 작품을 사간적도 있습니다. 서정적인 작품이 사람들에게 더 많은 친근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그림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대중성을 보고 그리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통해 행복감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 유종선 작가의 작품


박요섭 - 타임즈코리아의 VIRTUAL GALLERY에 대해서 한 말씀 해 주세요?

유종선 - 훌륭한 생각이고 너무나 좋은 것 같습니다. 작가들이 너무 힘든데 이것이 주변에 확산되면 작가들에게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저도 처음에 공부할 때 슬라이드를 보면서 공부했습니다. 작가들의 작품들이 VIRTUAL GALLERY에 올라가면 미술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박요섭 - 한국화를 가르치시고 계신데, 입문자들에게 한 말씀 해 주세요?

유종선 - 저는 수강생들을 가르칠 때 예술은 시간 싸움이라고 말합니다. 예술의 세계에서는 무언가 단기간에 완성하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끈기를 가져야 성공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특별히 저는 기초를 빨리 가르칩니다. 왜냐하면 성취감이 있어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입문 초기부터 작품을 빨리 만들 수 있도록 수강생들을 도와줍니다. 그 다음부터 공모전에 작품을 내고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려면, 최소한 3년 정도는 걸린다고 생각합니다.

▲ 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 임원들과 함께(왼쪽부터 박요섭 타임즈코리아 대표, 윤부남 이사장, 유종선 작가, 장판길 상임감사, 장재명 부이사장)


박요섭 - 협회에 대해서 한 말씀 해 주세요?

유종선 - 아직까지 협회에 깊이 관여하는 입장이 아니지만, 협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부족하지만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소속된 작가들이 끈끈하게 뭉치고 힘을 모아서 끝까지 동행하는 가운데 아름다운 발전을 이루어가면 좋겠습니다.

박요섭 -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 주세요?

유종선 - 예술인이 예술인다워 지려면 독자들이 있어야 합니다. 예술인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세계를 창조해 내려고 열심을 냅니다. 이런 예술인에게 많은 격려와 성원을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경제적 가치를 떠나서 감동되는 작품이 있으시다면, 아껴주시고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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