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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스트라디바리우스, 임창호 수공예 악기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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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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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년을 한결같이 악기제작에 열정을 쏟아온 임창호 장인이야말로
한국의 스트라디바리우스라 불러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임창호 수공예 악기 장인


‘강릉’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동해바다, 경포대, 오죽헌, 이율곡, 신사임당, 허난설헌, 허균, 초당순두부’ 등등의 이름들과 이미지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전혀 연고도 없던 커피가 강릉의 이미지에 추가되고 있다. 이런 느낌과 설렘을 가지고 강릉을 여행하려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 오죽헌 바로 옆에 위치한 ‘강릉예술창작인촌’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하늘을 비낀 노을은 얼룩진 마음, 빛바랜 꿈을 감추고 찾아든 나그네를 포근히 감싸며 퇴색했던 색깔을 마음이 곱게 되찾아준다.

어디에선가 애잔한 듯 부드럽고 따뜻하게 이어지는 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임창호 수공예 악기 장인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있는 곳이다. 그는 다섯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했다고 한다. 그 인연이 이어져 1962년 서라벌예술대학교 공예과를 졸업하고 바이올린과 첼로를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 임창호 장인의 작품 - 바이올린


그는 강원도 통천이 고향이었지만, 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강릉으로 왔고 지금까지 살고 있다. 음악을 사랑했지만 연주자의 길이 아닌 악기제작의 길을 걸어왔다. 어쩌면 보다 본질적인 음악 사랑의 방법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이런 그의 열정이 현악기 500년 역사에 있어 최초로 바이올린과 첼로에 대나무 참숯을 섞은 옻칠을 하여 더 좋은 소리를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세계적인 걸작을 만들어냈고, 이것으로 특허도 받았다.

그의 전시장을 가득 메운 소품용 바이올린들이 빛을 받아 반짝이는 나뭇잎들처럼 손을 흔든다. 대나무 숯가루를 섞은 옻칠로 가공하여 만들어낸 바이올린들이 사관생도들처럼 꽉 찬 자부심으로 즐비하게 서서 방문객들을 맞는다. 한쪽에서는 이들의 지휘자처럼 우뚝 서서 중후한 분위기를 발하는 체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람의 목소리를 가장 닮아 있다는 것이 첼로이다. 화려하거나 현란하지는 않지만 그윽한 매력을 발하는 소리가 첼로의 매력이다. 또 이 악기는 연주자가 온 몸으로 껴안고 연주하는 악기다. 그래서 더욱 하나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첼로이다. 그래서 누구라도 공통적으로 좋아하게 되는 것이 첼로가 내는 소리이다. 여기에다 임창호 장인이 더한 매력은 연주자의 손을 잡고 청중의 벗이 되게 한다. 

▲ 임창호 장인의 작품 - 첼로


옻칠을 한 악기는 그 소리가 청아하고 생생하다. 실제로 악기제작용 나무판에다가 그가 개발한 옻칠을 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비교하여 보면, 옻칠을 하지 않은 것은 아예 소리가 나지를 않는다. 대나무 숯가루를 섞어 만든 옻칠이 된 악기는 소리도 탁월하지만, 습기에도 굉장히 강하다. 심지어 물속에 담갔다가 꺼내도 멀쩡하다. 2002년 태풍 ‘루사’가 강릉지역을 휩쓸고 간 탓에 그의 공장 안에 있던 바이올린도 30일간이나 침수 피해를 당하였지만, 뒤틀림이나 갈라짐도 없었고 소리에도 아무 이상이 없었던 것이다.

바이올린의 세계적인 명기라면 17~18세기에 활동했던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제작자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를 떠올린다. 그의 바이올린은 신비로운 소리로 모든 연주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50여 년을 한결같이 악기제작에 열정을 쏟아온 임창호 장인이야말로 한국의 스트라디바리우스라 불러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그를 만나고 나오는 길에 바람에 스치는 낙엽의 소리를 들으니, 불현듯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가슴을 휘감아 내리는 감동이 그리워진다.


수공예 악기 장인
임창호
강릉시 죽헌동 149번지
강릉예술창작인촌 Gangneung Artist Village
http://cafe.naver.com/original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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