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5(월)

광주교육대학교 이정선 총장의 ‘배려’, ‘감동’의 교육 철학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12.11.16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도구적 지식으로만 무장된 머리로 사는 인지적 삶이 아니라,
가슴이 따뜻하고 헌신적이며 사명감을 갖춘 선생님들을 양성하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녀교육의 문제로 지쳐가고 있다. 교육도 부(富)와 같이 대물림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힘든 현실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말로는 평등이 외쳐지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진정한 정의가 사라진 평등은 결코 평등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저 형식적인 평등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전무죄무전유죄(有錢無罪無錢有罪)’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누구나 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는 허용적 평등만으로 진정한 평등을 말할 수 있겠는가. 이제는 적극적 평등의 개념을 실천할 때이다. 이런 것들이 어떤 이데올로기적으로 논해지거나, 투쟁적으로 성취될 문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랑과 배려가운데 감동을 줄 수 있는 실천적 모색이 필요하다.

이것은 이상론이 아니다. 이는 인간의 창조 본래적 본성에 의한 자연스러운 감정으로의 회복이고, 시대 가치적 구현이다. 의무감에 앞선 사랑의 기쁨이고 열망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의식적인 깨달음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런 바람을 어루만져줄 교육철학으로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교육학자가 있다고 하여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 광주교육대학교 이정선 총장

장옥석 – 제 6대 총장으로서 가장 중점을 두시고자 하시는 점은 무엇이신지요?

이정선 - 대부분 관련 내용은 저의 대학발전계획서에 나와 있습니다. 기본 방향은 “배려를 통해 구성원이 감동하는 선진교육대학교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첫째, 시대를 이끄는 선진 초등교원 양성대학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둘째, 섬김의 리더십을 통하여 구성원이 주인이 되는 대학문화를 구현하고자 합니다. 셋째, 창의적 문화경영(상징적 리더십)을 통하여 우리 대학 구성원의 역량을 최대한 강화하는 것입니다. 넷째, 재정을 획기적으로 확충하여 구성원의 후생복지를 증진하려고 합니다. 다섯째,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어울림 교육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우리대학은 초등 교원양성을 목표로 하는 대학입니다. 무엇보다도 창의·인성을 갖춘 초등 교원을 충실하게 양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교사는 교직을 하나의 수단으로 삼는 단순 직업인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도구적 지식으로만 무장된 머리로 사는 인지적 삶이 아니라, 가슴이 따뜻하고 헌신적이며 사명감을 갖춘 선생님들을 양성하고 싶습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아픔을 보듬고 이해할 수 있는 체험적이며 실존적인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런 초등 교원의 양성을 위하여 창의·인성 함양을 위한 예비교사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소개하자면 입학생 예비학교, 멘토 연수프로그램 운영, 재학생을 위한 창의·인성 함양프로그램 운영, 광주교대 창의·인성 예비교사상 제정, 생활관 예절인성교육을 실시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광주, 전남 교육청과 연계 협력하여 학습보조 교사제를 실시하여 역량 있고 사명감이 뛰어난 초등 교원 양성에 매진할 것입니다. 아울러 초등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각종 인적 자원을 원스톱으로 서비스(양성, 관리, 전문성 제고 등) 하고자 합니다. 

▲ 인재선발에서 획일적인 선발 방법을 탈피하여, 각 대학과 학과 그리고 전공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을 자율적으로 선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장옥석 - 미래지향적 인재선발이라는 측면에서의 입시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에 대하여 말씀해주세요.

이정선 - 선발제도가 중요합니다. 어떻게, 언제, 무슨 기준으로, 누가 선발하느냐에 따라 선발되는 사람이 다르고 사회의 발전도 달라질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선발 방법은 중앙집권제 표준화선발 방식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미래지향형의 인재를 자율적으로 선발하기 위해서는 차츰 지방분권적 비표준화 선발 방법을 좀 더 강화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엘리트 교육이념을 반영한 조기선발 보다는 현행처럼 민주적 이념이 반영된 지연 선발이 더 타당하다고 봅니다. 다만 선발 주체가 국가 중심에서 대학에게로 옮겨져야 합니다. 지역의 특성과 대학의 요구를 현실성 있게 반영할 수 있도록 대학에게 선발권한을 더 많이 위임하는 방법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획일적인 선발 방법을 탈피하여, 각 대학과 학과 그리고 전공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을 자율적으로 선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입학사정관제가 있긴 하지만 대학마다 대동소이한 기준을 가지고 있어 여전히 한계가 있습니다.

선발이 성적순 줄 세우기가 아니라, 대학이 필요로 하고 관련 분야의 직장이 찾고 있는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이 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그 분야의 전문성보다는 학부모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입시의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정치적 접근이 아니라, 교육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광주교육대학교가 찾고 있는 인재는 교직이라는 직업을 목표로 도구적 지식으로 무장된 사람이 아닌, 따뜻한 가슴과 사랑의 마음, 헌신적 사명감으로 불타는 인재를 찾고 있습니다.


장옥석 기자 - 광주교육대학교가 선발하고자 하는 인재상에 대하여 말씀해주세요.

이정선 -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대학이 찾고 있는 인재는 교직이라는 직업을 목표로 도구적 지식으로 무장된 사람이 아닙니다. 따뜻한 가슴과 사랑의 마음, 헌신적 사명감으로 불타는 인재를 찾고 있습니다. 광주교대에서 배출하는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아픔을 보듬고 이해할 수 있는 체험적이며 실존적인 삶을 사는데 누구보다도 앞장서는 분들이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우리 대학만이 아니라 모든 초등교육 현장에서 요구하는 교사상이 또한 이렇지 않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선발에 있어서도 국·영·수를 잘하는 사람보다 교직 적·인성이 뛰어난 사람을 더 필요로 합니다. 오직 주지적인 지식과 정보를 갖춘 것으로 훌륭한 인재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공부 잘하는 것도 갖추어야 하겠지만, 다양한 경험과 개방적인 마인드를 갖춘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식이 부족하면 가르쳐서 채우고, 전문성이 부족하면 보충하고 쌓아나가게 하면 됩니다. 이를 데자면 도구적 교과인 영어를 못하면 배우고 훈련하면 됩니다. 그러나 타인에 대한 배려와 개방적인 마음, 따뜻한 인간애 같은 것은 단 시일 내에 길러지기 어렵습니다.

우리 대학은 이런 품성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여, 지식과 정보 그리고 교직에 대한 전문성을 길러나가고자 합니다. 이런 학풍과 정책을 통해 선생님으로서와 창의적인 글로벌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과 전문성을 길러나가고자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배출된 선생님들이 초등교육 현장에서 마음껏 그 역량력을 발휘함으로써, 아름다운 사회와 복된 국가를 만드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지구촌 공동체의 유익을 위하여 쓰임 받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 제가 평소 생각하던 대학 경영의 기본 원리는 ‘배려’ 이외에도, ‘감동’, 그리고 ‘창조’입니다. 이 원리들은 대학 경영에 있어, 항상 사람이 중심에 있어야 함을 뜻합니다.


장옥석 -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배출하는 대학교의 총장님으로서의 교육철학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이정선 - 교육철학이랄 것도 없지만, 소박하게 저의 교육적 소신의 기본은 배려에서 비롯됩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배려는 미국의 교육철학자 넬 나딩스(Nel Noddings)가 주장한 것인데, 그녀에 따르면 배려는 3단계로 실현된다고 합니다.

첫째, 배려하는 사람은 배려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누군가를 보고, 마음 속 깊이 상대방에 대한 고민, 그의 고통이 자기에게 전해지는 상황, 즉 동기적 전치(motivational displacement)가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상대방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그의 상황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의 눈높이에서 그를 바라보며 정서적 코드를 맞출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는 단계(배려의 실천 단계)로서, 타인의 고통을 통해 그 고민이 느껴져야 합니다. 결국 나라는 주체가 타인을 위한 배려 상황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즉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것, 가령 물질적인 지원이나 서비스(보호적 서비스, 대리적 서비스, 후원적 서비스 등), 혹은 상황이나 환경을 개선하는 일, 아니면 심정적으로 같이하는 일(예컨대, 비를 같이 맞아 주는 일 등) 등을 직접 실천하는 것입니다.

끝으로, 배려 받는 사람이 배려를 수용했을 때, 비로소 배려가 완성됩니다. 배려 받는 사람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배려를 받는 사람이 배려를 받고 있다고 인식했을 때, 비로소 배려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배려는 서로의 처지를 깊이 공감하고 수용하여 타인을 위하여 행동이 실현되는 것을 근간으로 합니다.

그래서 배려 받은 사람은 단순히 행복을 느끼는 정도가 아니라 감격하고 감동하게 됩니다. 제가 평소 생각하던 대학 경영의 기본 원리는 ‘배려’ 이외에도, ‘감동’, 그리고 ‘창조’입니다. 이 원리들은 대학 경영에 있어, 항상 사람이 중심에 있어야 함을 뜻합니다. 저는 일 중심 보다는 사람 중심으로, 결과보다는 과정 중심으로, 외형적으로 드러내는 전시 행정보다는 내실을 도모하는 대학 경영을 하고자 합니다.

▲ 1948년10월30일 광주 사범학교 본과 2회 졸업생이 세운 비


제도나 기구의 변화보다는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의 변화, 즉 규범적 변화에 입각하여 구성원 모두가 감동하는 대학을 만들 것입니다. 사적으로는 삶의 방식과 관련하여 저는 이런 말들을 좋아합니다.

‘시련 받지 않은 삶은 가치가 없다.’
‘명사는 단골을 바꾸지 않는다.’
‘우수함은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간직하는 것이다.’
‘둥지를 더럽히지 않는다.’
‘우리가 무관심 할 때 귀찮음이 일상의 속에 이데올로기처럼 파고든다.’
‘두 머리가 한 머리보다 낫다.’
‘촌놈은 인생 2라운드가 강하다.’
그러나 제 삶의 방식은 많은 부분 크리스천 휴머니티(Christian humanity)에 기초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외에도 소설가 이외수씨가 언젠가 트위터에 올려놓은 글이 생각납니다.
“그대가 아무리 강자라 할지라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약자를 위하여 무언가를 할 수 없다면 그대는 추수가 끝난 들판에 홀로 서있는 허수아비와 다름없다.”

저는 기본적으로 제 자신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소외계층이었고, 제가 나온 초등학교는 폐교가 된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저처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하여 무언가를 할 수 있기를 늘 기도해 왔습니다. 태어난 지역이 단지 낙후된 도서벽지나 농어촌이라는 이유로 소위 트래킹 시스템(tracking system)에 의해서, 다시 빈곤을 대물림하는 억울함은 없어야 한다는 교육적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은 학교, 소외된 지역의 교육, 교육복지, 빈곤아동을 위한 교육, 신 빈곤층(다문화가정, 북한이탈 아동, 이주 노동자 자녀 등)을 위한 역차별을 통하여 결과의 평등을 실현해야 한다는 교육적 소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광주 장옥석 기자





타임즈코리아 톡톡뉴스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광주교육대학교 이정선 총장의 ‘배려’, ‘감동’의 교육 철학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