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5(월)

마음에 스며들어 글자로 새겨지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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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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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우직함과 강인함이 붓을 통해 화선지에서 살아난다.

▲ 이대석 작가 작품사진

제자가 스승의 가르침에 절대적으로 따라 지식과 기능을 배우는 방법이나 방식을 도제식(徒弟式)교육이라고 한다. 예술세계에도 이런 교육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교육을 받기위해 아예 스승이 거처하는 곳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직장생활이 불가피한 사람에게는 곤란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신’이라는 방법으로 교육을 병행하여 작가의 자리까지 온 열정과 집념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이대석 작가에게야 말로 너무나 어울리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언제나 순수한 마음과 타오르는 열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그의 삶은 화선지에 스며드는 먹처럼 만나는 사람들에게 스며들어 글자로 새겨진다. 서체는 작가를 닮아있기 마련이다. 그의 우직함과 강인함이 붓을 통해 화선지에서 살아난다. 붓과 화선지는 그의 미디어(media)이고, 글씨는 그의 메시지(message)이다. 관람자들은 그의 작품을 통해 그와 소통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작가 이대석 그가 작품에 담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자.

▲ 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 이대석 상임부회장

박요섭 - 언제, 어떤 계기로 작품을 하시게 되셨는지요?

이대석 – 직장생활을 할 때 회사 내에서 붓글씨 쓸 일이 생기면, 사람들이 저에게 가지고 와서 부탁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 서예학원을 다니면서 기초를 배우면 더 잘 쓰겠다는 마음을 먹고 서예학원을 다니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붓글씨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어떤 것도 우연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겠지요.

박요섭 - 스승이신 현당 박영곡 작가는 어떤 분이신가요?

이대석 -  그분은 황해도 황주 출신입니다. 세브란스의전을 다니시다가 뜻하신바가 있어, 붓 한 자루만 들고 원주 치악산 입석사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거기에서 서도를 공부했다고 합니다. 한국서예 발전의 큰 원동력이 되었던 분이셨고, 서예를 위해 많은 일들을 하셨습니다. 서예 분야만이 아니라 예술계를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하신 분이십니다.

박요섭 – 어떤 계기로 그분에게 배워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이대석
- 무엇보다 그 분의 서체가 좋았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서체와 맞아서, 제 서예를 발전시켜나가는 데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 분에게 배울 당시 저는 회사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선생님께 배우기는 해야 하겠고, 그렇다고 직장을 그만두고 치악산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처지였습니다. 그런 관계로 우편을 통해 통신 수업이라는 방법을 병행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박요섭 – 학문적인 내용은 통신으로도 가능하겠지만, 글씨를 배우는 것이 어떻게 통신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인가요?

이대석 - 휴일에는 선생님 댁에 직접 가서 지도를 받았습니다. 선생님께서 일주일에 한 번씩 체본을 써서 보내주시면 그것을 보고 연습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연습한 것을 선생님께 보내드리면 선생님은 그것을 고쳐서 다시 보내주시는 방식으로 배웠습니다. 이렇다보니 간절함이 더해져서 선생님께서 지적하시고 요구하시는 가르침에 대해, 더 집중해서 정성과 노력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

가로 막힌 높은 장벽이 나타나면, 넘지 못할 핑계를 만들 수도 있지만 장벽의 뒤를 바라보는 사람은 그것을 넘어 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됩니다. 인류의 발전은 이렇게 이어져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자동차도, 비행기도, 전화도, 인터넷도 그때그때 발생한 나름의 한계와 장벽을 넘을 보겠다는 도전에서 가능해진 것들입니다. 숙제를 해서 선생님을 찾아가고, 만나서 지도를 받는 가운데 얻게 되는 유익과 묘미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 이대석 작가 작품 사진

박요섭 - 노인복지관에서 서예 강사를 하시는데 어떤 점이 가장 보람이고, 중점적으로 지도하시는 내용은 무엇인가요?

이대석 – 한국사회도 고령화시대의 정점에 서있습니다. 이들에게 경제적 안정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정서적 풍요입니다. 현역에서 은퇴한 공허함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서예가 참 좋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한 자 한 자 글씨를 쓰는 가운데 마음의 위로를 받고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복지관에 나온 분들과 어울리면서 실버세대의 공감을 예술적으로도 승화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큰 기쁨입니다. 그리고 작품의 메시지를 통해서는 경로사상이나 가족의 화목, 특히 효(孝)를 일깨우려는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보면 노인들의 문화 활동을 증진시키고, 노년의 행복을 더하게 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서예에 있어서의 지도는 두 가지입니다. 입문자들에게는 기초를 튼튼하게 하는데 중점을 두고 지도합니다. 그리고 글씨를 좀 쓰시는 분들은 출품을 염두에 두고 작품위주로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박요섭 - 서예를 보면 서체가 다양합니다. 작품에서 해당 서체를 결정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대석 - 작품에 글자 수가 많이 들어가는 것은 행서나 초서로 쓰게 됩니다. 그리고 글씨가 단조로운 것은 주로 예서체로 쓰게 됩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때그때마다 영감이 떠오르면 그것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물론 어떤 계획이나 의도에 따라 내용과 서체를 생각하기도 합니다만 불현 듯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동으로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제 어디에서든지 떠오르는 영감을 작품에 반영하려면 그만큼의 준비가 되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박요섭 - 작품에 쓰시는 내용들은 주로 어떤 것들인가요?

이대석 – 중국 고전 시를 많이 쓰고 있다. 중국 고전 시를 쓰다가 보면 한자에서 나오는 리듬과 회화적 아름다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당대의 지식인적 감성과 고뇌를 느낄 수도 있고 그것을 통해 교훈하는 바도 전달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시인들의 창작은 자신의 삶의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 결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때론 그것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많은 깨우침과 필요한 답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시인들이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펼쳐진 사회적, 문화적 배경 속에서 자신들의 사고와 염원을 잉태하여 역사 속에서 숙성하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이런 내용들은 향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현대사회는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즉문즉답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래서  깊은 정서와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런 것들이 제가 중국 고전 시를 쓰는 이유가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해봅니다.

▲ 이대석 작가 작품사진

박요섭 - 작품을 하실 때의 마음은 어떤 것이고, 주로 어떤 때에 작품을 하시나요?

이대석 - 작품을 할 때는 주로 새벽에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맑은 정신에 좋은 기분으로 좋은 먹과 좋은 종이로 작품을 하게 되면 좋은 작품이 나옵니다. 그때 풍겨나는 묵향과 기분 때문에 글씨를 쓸 때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흥에 빠져 들게 됩니다. 이런 영감 속에서 작가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된다고 봅니다. 

박요섭 - 서예는 그림과는 달리 작가가 쓰는 내용에 직접 메시지를 담게 되는데요. 이런 특징에서 나오는 매력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이대석 –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시(詩) 한편을 보고도 그 느낌은 다 제각각일 수가 있습니다. 작품에 달은 내용은 하나이지만 서체를 통해서 또는 여백을 통해서 작가가 숨겨놓은 의미가 있고, 관람의 지혜와 감동은 그 이상을 발견할 것입니다. 이것이 서예에서의 매력이고 멋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박요섭 - 예술은 시대성을 반영한다고 봅니다. 작품에 주로 한자가 많은데, 한자를 어려워하는 현세대와의 호흡이라는 측면에서 소통의 방법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세요.

이대석 - 저는 작품을 써서 남에게 줄 때에는 반드시 해석을 달아서 줍니다.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할 때도 반드시 해석을 달아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한자에는 한자가 주는 회화미가 있습니다. 내용적 이해를 통한 여백과 회화미가 관람자의 마음에서 어우러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라고 생각합니다.

박요섭 - 서예는 서양화처럼 오랜 시간을 두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시작하면 일필휘지가 되어야 하는데, 이런 것에 대해 작가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대석 - 작품을 쓸 때는 일필휘지로 하지만 연습할 때는 그림을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을 두고 연습을 합니다. 수많은 종이들이 써진 글씨와 함께 파지로 쌓여갑니다. 작품을 하다보면 한 작품 나오기가 그렇게 어렵다는 것입니다. 글씨를 쓰다가 틀릴 수도 있지만 낙관을 잘못 찍어서 버릴 때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다 작가의 마음에 들어야 작품 하나가 탄생된다는 것입니다.

박요섭 - 작가님만의 작품의 특징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인지 말씀해주세요?

이대석 –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일반론적으로 보면 필체는 사람마다 다 차이가 있고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작가적 입장에서는 그것이 예술적 승화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의 특징은 스승의 영향이 강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겠지요. 저의 특징이라면 글씨에서의 강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대석 작가 작품사진

박요섭 - 예술에 대한 저변 확대와 예술가들과의 소통이라는 차원에서 타임즈코리아가 이와 같은 인터뷰를 진행하고 VIRTUAL GALLERY도 만들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 한 말씀 해 주세요?

이대석 - 요즘 사람들이 서예를 접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런 것들이 저희 작가들과의 소통, 더 나아가서 예술과의 소통에 좋은 도구가 되리라고 봅니다. 더군다나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에 ‘VIRTUAL GALLERY’를 만들어서 언제, 어디에서나 작품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런 인터뷰도 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이런 노력에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이런 일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우려 주시다면, 서예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박요섭 - 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의 발족과 함께 지금까지 해외전시회와 두 번의 공모전을 치렀습니다. 상임부회장으로서 본인의 감회와 향후 비전을 말씀해주세요?

이대석 - 이 모든 것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임원진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이사장님의 눈부신 리더십을 통해서 일취월장 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협회의 장점은 공정한 심사와 투명한 협회운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축척된 경험을 바탕으로 저희 협회는 더 많은 일들을 감당하며 세계적인 협회로 성장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요섭 - 입문자들이나 작가에 대한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이대석 – 서예의 장점을 말한다면 굉장히 많을 겁니다. 다 말씀 드릴 수는 없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수양에 좋습니다. 그리고 작품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들과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협회로 문의하시면 작가적 길을 모색하시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안내와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오늘날 시대적 상황이나 권력과 황금만능에 물든 우리들에게 서예는 굉장히 큰 위로와 정서적 안정을 제공할 수 있는 통로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하지만 저는 서예를 통해서 화합과 평화를 증진하는 일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와 관련한 봉사가 있다면 기꺼이 나서겠습니다. 저의 인생이 후학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즐거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임원들과 함께(왼쪽부터 윤부남 이사장, 이대석 상임부회장, 홍재곤 상임부이사장, 장판길 상임감사, 박요섭 타임즈코리아 대표)


박요섭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 주세요.

이대석 - 예술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예술은 낭만이나 사치가 아니라 새로운 활력을 창출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쉼과 여유, 평화를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화합과 어울림의 교차로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저희 협회와 함께 타임즈코리아가 동역하는 여러 가지 일에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저희 협회도 많은 노력을 할 것입니다. 타임즈코리아의 많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예술을 통해 함께 아름다운 생각과 일들을 공감할 수 있는 여러분들과의 소통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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