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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한 산속의 이야기를 도시 속에 녹여내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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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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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의 만남은 그래서 청정한 산속으로의 여행과 같다
누구라도 그를 만나면 산행에서 마주친 사람처럼 금방 가까워진다

예술은 인간의 역사이고 삶의 과정이며, 그 여정에서 얻어지는 열매들이다. 고인돌이며, 타제석기, 마제석기도 다 그런 것이다. 그래서 예술이 사람의 마음과 쉽게 교감하는 것이다. 깎고 다듬어서 색을 칠하면 원하는 상상의 세계가 현실에서 작품으로 말을 한다. 우직하게 쪼고, 갈아서 다듬으며 세상을 향해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가를 찾아 나섰다.
 
그의 목을 타고 나오는 투박한 질그릇 같은 음성이 강원도 태생임을 짐작하게 한다. 나무지게를 지고 산비탈을 오르다 만난 나무뿌리며, 냇가에 드러누운 돌멩이도 그를 만나면 작품이 된다. 그의 작품에서는 척박한 인생을 개간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이제는 삶의 연륜으로 매끄럽게 다듬어놓은 도시인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누구라도 그를 만나면 산행에서 마주친 사람처럼 금방 가까워진다. 그와의 만남은 그래서 청정한 산속으로의 여행과 같다.   
▲ 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 장재명 부이사장
박요섭 - 서각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장재명 - 서각은 사찰이나 회사 등 어느 곳을 가더라도 흔히 접할 수 있는 예술입니다. 서각은 글씨를 써서 나무나 여러 가지 재료에 각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소재에 따라서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각으로는 음각, 양각, 음양각, 음평각, 혼합각 등이 있으며 종합 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요섭 - 어떤 계기로 언제부터 서각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장재명 - 사실 특별하게 배우거나 공부한 적은 없습니다. 선대 증조부님부터 아버님에 이르기까지 서예를 하시고 작품을 많이 남기셨습니다. 그리고 목공에도 아주 능숙하신 분들이셨습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어깨너머로 보고 듣고 느낀 견문들이 지식이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각을 하게 된 것은 군복무시절에 부대 현판을 만들었던 일이었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었고 그때 각을 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회에 나와서는 모든 것을 잊고 직장생활을 하던 중에 한 번은 사찰에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주지 스님이 작품 2점을 출품해야 되는데 시간이 없어서 저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 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각은 제가 하고 색채나 다른 것들은 스님이 작업하셨습니다.

제가 각을 한 것을 보시고 놀란 스님이 작품을 출품하지 않겠냐고 하면서 원서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출품한 작품이 한국예술문화협회에서 주관한 예술대제전에서 삼채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저에게 이 길로 갈 수 있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서각협회에 작품을 출품하면서 그 당시 경기도 사무총장을 하시던 장성수 선생님을 만나 많은 지도편달을 받았습니다. 그것을 통해서 오늘날 제가 있게 되었습니다.
▲ 장재명 작가 작품 -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집

박요섭 - 작품을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어떤 재료와 기구들이 필요한가요?

장재명 - 우선은 소재가 가장 중요합니다. 소재 중에 가장 각을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나무이고 돌, 철 등도 소재로 사용됩니다. 각을 하기 위해서는 서각 칼이 필요한데요,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기도 하고 조각칼을 사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서각을 하기 위해서는 글씨를 써야 하기 때문에 서예를 할 수 있어야 됩니다. 글씨를 쓴 후 나무에 풀칠을 해야 하는데 한지는 풀칠을 잘못하면 찢어지고 울기 때문에 복사를 해서 불빛에 글씨를 맞춘 후 잘라서 붙인 후 각을 합니다.

다른 예술도 마찬가지이지만 서각 역시 작가의 정신적인 혼과 기법이 작품에서 다양하게 묻어나옵니다. 작업을 할 때는 칼을 사용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다치기 쉽고, 많은 고통과 인내가 필요한 예술분야입니다. 
▲ 장재명 작가 작품 - 삼강오륜

박요섭 - 작품 재료 중에 나무, 돌, 철 등이 있다고 하셨는데 재료는 주로 어떤 것을 쓰시며 그럴만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장재명 - 작품을 할 때는 작품이 전시될 장소에 따라서 재료를 선택하고 구상을 합니다. 그리고 그 장소에 맞는 색채가 필요한데 서각에서는 옷을 입힌다고 표현합니다. 색채는 7~8번의 칠을 통해서 작품이 완성됩니다.

재료의 구입에 있어서 나무의 경우는 필요한 재료를 목재소를 통해서 구입하거나 작품에 필요한 나무를 사기도 합니다. 고사되어 오래된 나무부터 수입된 나무까지 작가의 구상에 따라 필요한 재료를 사용하게 됩니다. 어떤 경우는 재료에 따라 작품 구상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철 작품의 경우는 용접을 통해서 작업을 하는데 작업에 따른 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에 도심 속에서 작업 공간을 마련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서각은 대부분 시골이나 외곽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요섭 - 판화와 서각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장재명 -글씨나 그림 등을 나타낸다는 면에서는 판화와 서각이 유사합니다. 하지만 판화는 서각처럼 모든 색감을 나타내기가 어렵습니다. 서각은 입체적이고 색감이 다양하지만 판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판화는 동일한 것을 여러 장 찍어낼 수 있지만 서각은 하나로서의 독창성을 갖는 예술품입니다. 
▲ 장재명 작가 작품 - 애기애타

박요섭 - 작품을 하시면서 작품의 이름은 어떻게 붙이시는지요?

장재명 - 주제를 가지고 작품명을 먼저 붙이게 됩니다. 주제에 따라서 작품명이 결정되기 때문에 각을 할 때도 주제에 맞게 각을 하게 되고 맛을 내게 되는 것입니다. 소재를 구입 할 때도 주제에 따라서 하게 됩니다.

박요섭 - 이야기를 듣다보니 서각은 학생들의 체험활동에도 아주 좋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장재명 - 서각은 칼을 다루다 보니 초등학생들은 조금 어렵지만, 중·고등학생들이나 대학생들은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협회의 작가 분들이 학교에 많이 출강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후배 작가들을 통해서 서각의 다양한 창작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봉사로 이런 일들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박요섭 - 협회 부이사장님으로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앞으로의 협회 발전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세요.

장재명 - 저는 많이 부족한데 이사장님 이하 모든 임원들이 저를 이끌어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협회가 발전하려면 좋은 작가들의 발굴과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와야겠습니다. 지금은 많은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의 발전을 위해서 성심성의껏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 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 임원들과 기념사진(왼쪽부터 윤부남 이사장, 장재명 부이사장, 홍재곤 상임 부이사장, 박요섭 타임즈코리아 대표)

박요섭 - 앞으로 계획이나 소망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장재명 - 예술의 길을 걸으면서 다양한 분야를 만나게 됩니다. 서예나 서양화 등의 예술을 제 작품에 접목시켜 나름대로 새로운 형태의 작품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예술인들의 문화 교류를 좀 더 넓히는데 기여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도 좋은 작품을 만들어 한국의 예술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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